주간동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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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자 위한 ‘헌신의 삶’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입력2004-11-03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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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엽제 피해자 위한 ‘헌신의 삶’
    대한민국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 총회장에 재선임돼 12월7일 취임식을 가진 이형규 총회장(56·왼쪽)은 이 단체의 ‘살아 있는 역사’다. 90년대 초 고엽제 전우들의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고엽제 단체 법인화를 위해서도 선두에서 ‘투쟁’, 97년 12월 국가보훈처로부터 이 단체가 사단법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

    67년 청룡부대원으로 월남에 파병돼 분대장으로 복무한 그는 15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목에 혹이 생겨 목젖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말이 자유스럽지 않은 그는 이것이 고엽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92년 고엽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다른 전우들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하다는 다이옥신이 고엽제에 함유돼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려 주기만 했다면 이렇게 분통 터지지는 않겠지요. 오히려 비행기로 고엽제를 살포할 때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는 고참 병사들의 말을 듣고 웃통을 벗어던지고 고엽제가 쏟아지는 곳을 쫓아다녔고, 작전기간중에는 산속에서 흐르는 물을 수통에 담아 소독약 몇 알만 넣고 마셨습니다.”

    다이옥신은 분해나 용해가 되지 않아 인체에 극히 적은 양이 흡수돼도 10~25년이 지난 후 암, 신경계 손상, 기형 유발 등 각종 후유증을 일으키는 무서운 물질. 현재 이 단체에는 8만여명의 회원이 있다. 이 가운데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전우는 5000여명에 불과하고, 4만5000여명은 준유공자 대우를 받는다. 나머지 3만여명은 정부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형규 총회장은 “8년 동안 월남에 파병된 32만명 전우들의 목숨을 담보로 당시 우리나라는 총 45억 달러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고엽제 전우들은 경제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제적 보상이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명예를 회복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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