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선 중년남자가 딸의 친구를 짝사랑하고 부인은 바람피우며 딸은 가출을 꿈꾸는, ‘콩가루 집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부로부터 붕괴되어가는 미국의 소시민 가정. 소개하는 영화 ‘유 캔 카운트 온 미‘ 역시 가족의 위기를 세밀하게 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유 캔 카운트 온 미‘에서 우리는 부모 잃은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부모는 사고로 급사했고, 살아남은 남매는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간다. 이름은 새미와 테리. 시간은 빨리 흐른다. 새미는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어떤 면에선 앞뒤가 꽉 막힌 여성이 되어간다. 모든 면에서 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원칙을 중시한다. 오랜만에 남동생 테리가 고향으로 돌아와 누나를 만난다. 하지만 누나와 남동생은 따뜻한 시간을 갖질 못한다. 테리는 방랑벽이 있으며 안정된 생활을 못 견뎌 하니까.
누나에겐 테리가 짐처럼 느껴진다. 조카와 시간을 보내던 테리가 작은 사고를 잇달아 일으키자 새미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던진다. ”난 도저히 너와 함께 살지 못하겠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 말이 목 언저리를 슬슬 맴도는 경험을 몇 번씩 하곤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너무하잖아? 차라리 떨어져 지내는 편이 낫겠어 라는 식으로. 영화에서 새미와 테리는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고 서로의 길을 간다. 언젠가 웃는 낯으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이들은 재회할 수 있을까? 영화는 해피엔딩을 강요하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그들이 서로 원했던 ‘정신적 가족‘이 되는 모습을 담는다. 역설적으로, 헤어짐이 그들을 진정한 ‘가족‘으로 묶어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