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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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해야 북 ·미 대화 재개된다.”

‘한-미 안보 국제 세미나’ … 美, 대북문제 포괄적 해결 모색

  • < 정미경/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 mickey@donga.com

    입력2004-11-02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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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 성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대(對)북 정책도 당분간 커다란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12월12일, 13일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한미 안보 국제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60여명의 한미 정치학자와 정부 관리들은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 같이 설명했다.

    고려대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동아일보 등이 후원한 ‘국제 사회의 새로운 위협과 한미 동맹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비공개 세미나에는 칼 포드 미 국무부 정보연구 담당 차관보를 비롯해 로버트 매닝 국무부 수석자문, 존 메릴 국무부 아시아국 총괄부장 등 국무부의 고위급 관리들이 대거 참석했다.

    94년 제네바 북미 핵협상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은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장과 도널드 그레그 한미협회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전 주한대사)도 토론에 참가했으며 조만간 한국에서 ‘두 개의 코리아‘ 개정판 출간을 앞둔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포스트지 기자와 셀리그 해리슨 센트리 재단 선임연구원의 모습도 눈에 띄였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한반도 전문가들 중 역시 가장 관심을 끈 인사는 칼 포드 차관보. 그는 6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대북 정책의 기초가 된 99년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정책제언 보고서 작성에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차관보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포용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 즉 미국은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대화만을 위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국제사회에 과시하거나 미국으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얻어내기 위한 기회로 삼는다면 미국은 결코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둘째, 포용의 목표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포드 차관보는 ”미국의 목표는 북한 정권 타도가 아니며 북한은 쉽게 무너질 정권도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극심한 기아, 핵 위기 등의 혼란을 모두 이겨낸 국가다. 미국은 북한에 ‘가장 덜 나쁜 선택‘은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개혁과 개방의 길을 걷는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셋째, 포용은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미국은 북미 대화를 통해 핵심 의제인 핵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감축은 물론, 인권보호, 식량지원 관계정상화, 테러방지 등의 문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사다.

    마지막으로 포드 차관보는 ”북한이 극도로 계급화된 사회”이므로 ”김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한 북한 최고위급과의 접촉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차관보는 일부 우려와 달리 ”부시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보다 결코 후퇴하지 않았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의 기본사항들을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9·11 테러사태 이후 북한이 국제 테러방지 협정에 서명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세미나에 참석한 대다수 인사들은 부시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당분간 답보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갈루치 학장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융통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을 경우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유인책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임시 다변주의(Ad-hoc Multilateralism)‘로 흐르고 있다”며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 ‘일방주의‘(Unilateralism)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있었던 부시 대통령의 대북 핵사찰 경고에 대한 토론도 벌어졌다. 해리슨 연구원은 미국이 대(對) 테러전쟁 공격목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된 대북 핵사찰 요구가 북미 관계를 94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백남순 외무상 등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해리슨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핵사찰 문제만 고집한다면 북미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 관계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 코트에 공이 있다고 하고 미국은 북한 코트에 공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공은 누구의 코트에도 있지 않고 중앙 어딘가에 쳐박혀 있다”면서 ”서로 상대방이 먼저 대화에 나서주기를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도 이번 세미나의 관심거리였다. 특히 국무부에서 나온 두 명의 고위관리는 북한 지도부의 권력체계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매닝 고문은 ”현재 북한에서는 개방을 원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측근과 이를 반대하는 군부 강경파가 서로를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변화를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메릴 부장은 ”군부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킬 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개방에 대한 북한 내부의 반발은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세미나에 한국측에서는 한승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소장(전 외무장관), 김병기 안인해 강성학 고려대 교수, 안병준 연세대 명예교수, 이상우 서강대 교수, 정옥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재창 국방부 국방개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승주 일민국제관계연구소장은 한반도 주변 6강의 입장을 △미국: HGWT(Have gun, We‘ll talk) 정책. 상대방의 약점을 미리 고려해 쉽게 ‘no‘라고 말할 수 없도록 압력을 넣는 전략 △중국: 빅 브라더 정책. 북한은 물론 한국에도 큰 형의 역할을 하려는 矣도 △러시아: Forget me not 정책. 한반도 정책에서 제외되지 않는 것이 주요 목표 △일본: Wait to pay 정책 △한국: Forsake me not 정책. 햇볕정책은 점차 짝사랑이 돼가고 있음 △북한: Love bite no bug 정책. 미국의 ‘처벌‘을 이끌어내지 않기 위해 노력 등으로 정리하고, 6개국의 공통점은 결국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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