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한 11개국 장관들이 협정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VNA]
일본 + 갈라파고스 = 잘라파고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유럽연합(EU) 대표들이 일본 - EU 경제동반자협정(JEEPA)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
특히 주목할 점은 자동차 분야다. EU는 현재 일본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2026년 2월까지 8년에 걸쳐 이를 철폐한다.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경우 90% 이상이 협정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즉시 사라진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이번 협정으로 한국과 경쟁이 격화되는 유럽시장에서 우위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는 2017년 기준 한국의 대(對)EU 전체 수출액 중 13.3%, 자동차 부품은 5.7%를 차지한다. 일본도 수출 비중이 각각 14%와 6.2%로 비슷하다. 일본산 자동차의 경우 현재 10%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면 2011년 EU와 FTA를 체결했던 한국과 동일하게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엔진 부품,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던 최대 4.5% 관세는 3~5년에 걸쳐 철폐된다.
게다가 한국은 대EU 수출품목에서 일본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100대 수출품목 중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은 기계, 전자, 광학·의료기기, 고무, 화학, 철강 등 65개에 달한다. EU는 한국의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2017년 EU에 563억 달러(약 63조550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22.9%에 이르는 등 최근 5년간 EU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계속 상승했다. EU 기준으로 한국은 8대 수입국, 일본은 6대 수입국이다.
일본과 EU의 이번 JEEPA 체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JEEPA에 따라 GDP가 2.5%(13조 엔·약 131조3000억 원) 증가하고, 일자리도 75만 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앞으로 진행될 대미 무역협상에서 협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역시 대일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가공식품 수출량이 51% 증가하고 이 중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수출이 2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PTPP 발효 이후 태국 첫 가입 신청
CPTPP 11개 회원국
일본 정부는 태국의 가입 신청을 환영하고 있다. 태국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산업이 활발한 만큼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태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구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국 외에도 영국, 대만,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CPTPP 가입 희망 의사를 밝힌 가운데 CPTPP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는 “CPTPP와 JEEPA가 미국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맞서 일본의 방파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일본은 CPTPP와 JEEPA를 지렛대 삼아 경제영토를 확대하면서 자유무역 수호의 선봉장임을 자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