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진효숙]
● 준공 2014년 12월
● 설계 공일스튜디오 건축사무소(조재원)
● 수상 2016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의 영광은 일본 건축계의 선지자로 불리는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88)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건축계 노벨상’ 수상자 8명을 배출한 일본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웃 중국도 수상자 보유 국가다. 중국 건축가로는 2012년 왕수(王澍)가 수상했다. 1983년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이오 밍 페이(貝聿銘)까지 포함하면 중국계는 2명이다. 하지만 한국 건축가에겐 여전히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사진 제공 · 진효숙]
일본 건축가의 약진은 건축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일본 국민의 인식과 이를 토대로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1980년대부터 국제무대로 진출한 이소자키처럼 해외에서 활약하는 건축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국내에서부터 그 재목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좋은 재목이 많이 자랄 수 있는 좋은 숲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좋은 건축가를 배출하기 위한 좋은 숲이 되고 있을까.
따로 또 같이의 코워킹과 네트워킹이 숨 쉬는 곳
카우앤독의 1층 정문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카페 쪽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 제공 · 진효숙]
카우앤독 카페만의 독특한 테이블. 여러 명이 나눠 앉아도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시선이 엇갈리게 설계됐다. 카우앤독에 있는 테이블의 상당수는 공일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자인했다. [지호영 기자]
2층 천장을 공유해 시원한 층고를 자랑하는 1층 카페. 높낮이를 달리한 다양한 조명이 눈길을 끈다. [사진 제공 · 진효숙]
카우앤독은 ‘CoWork and Do Good’의 약자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코워킹 오피스의 선두주자다. 코워킹 오피스란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벤처사업가에게 사무공간과 창업정보를 공유해주는 공간을 말한다. 지난해 6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코워킹 오피스는 51개소나 되지만 카우앤독이 처음 지어진 2014년 12월까지만 해도 2곳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코워킹 플랫폼’을 자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금도 상당히 유효하다. 카우앤독은 수직적으로는 1, 2층과 3, 4층이 구별된다. 1, 2층은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마시는 사람이면 누구나 테이블과 의자를 이용할 수 있는 개방공간이다. 3, 4층은 정식 입주한 업체의 사무공간이다. 김미진 카우앤독 대표는 “현재 벤처투자사 3곳을 포함해 20개가량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며 “1, 2층 공간을 이용하는 회원 가운데 월정액을 내는 분은 5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코워킹 오피스는 보안상 이유로 1, 2층에 개방공간을 두지 않는 분위기지만 카우앤독은 이를 장려한다. 그래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직선계단으로 쭉 뻗어 있지만 3,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휘감긴 나선형 구조다. 또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소떼 출몰지역’이란 표지판을 두었고, 해당 사무공간은 보안카드 소지자에게만 출입을 허가한다. 그 표지판을 본 순간 1, 2층은 매인 곳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dog의 공간이라면 3, 4층은 생산적 우유를 짜내는 cow의 공간이란 비유가 떠올라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공장 같지만 공장 같지 않은
카우앤독 복도에서 바라본 공간 구조. 왼쪽이 빌딩 전면부에 해당하는데, 다양한 회의공간(네트워킹)으로 구성돼 있다. 빌딩 후면부에 해당하는 오른쪽 공간은 주로 사무공간(코워킹)으로 쓰인다. [사진 제공 · 진효숙]
1층 로비에 설치된 우편사물함. 카우앤독 입주업체와 회원으로 등록된 스타트업의 알파벳 이름에 맞춰 배달된 우편물을 받아볼 수 있다.
카우앤독의 6인 회의실. 한쪽 벽면은 환한 유리창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5면은 나무로 마감해 안온한 느낌을 부여했다. [사진 제공 · 진효숙]
또 다른 6인 미팅 룸. 원형탁자를 설치해 친근감을 높였다. [사진 제공 · 진효숙]
5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2층 강연장. 접이식 타공금속 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이를 열면 실내조명이 필요 없을 만큼 밝지만, 닫으면 영화감상이 가능할 정도로 어두워진다. [지호영 기자]
3층에 있는 키친. 입주업체 직원끼리 간식타임이나 티타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빌딩 정면에서 바라본 카우앤독. 볼록 튀어나온 곳이 다양한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회의공간이다. [지호영 기자]
설계를 맡은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건축사무소 소장은 “다양한 볼룸의 단위공간, 단위공간과 단위공간 사이를 단절 없이 연속시키는 전이공간이 자유자재로 창출됨으로써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싶어지고 또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건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고 말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서울 코워킹 오피스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