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 입주량으로 보는 내년 국내 주택시장

분양 많아도 당장 입주량 적으면 리스크 작다

대전 · 대구 · 전남 · 충남 안정세 … 김포 · 평택은 희비 엇갈려

  • 대우건설 하우스노미스트 jhons15@hanmail.net

    입력2019-03-11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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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부터 본격적으로 9000가구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박해윤 기자]

    1월부터 본격적으로 9000가구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박해윤 기자]

    ‘공급 과잉으로 주택시장 침체’ ‘공급 가뭄 해소로 전세난 완화’ 등은 최근 부동산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표제다. 단순히 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으나, 부동산에 관심이 깊은 독자나 전문가는 뭔가 아쉬운 문구다. 여기에서 ‘공급’이 ‘분양 물량’을 의미하는지 ‘입주량’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공급’이 ‘입주량’을 의미한다면, 이 뉴스는 눈여겨봐야 한다. ‘분양 물량’보다 ‘입주량’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지역에서 1년간 ‘3000가구 분양 물량과 1000가구 입주량’이 발생했을 때보다 ‘1000가구 분양 물량과 3000가구 입주량’이 발생했을 때 시장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 보통 분양 계약 시 총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만 납부하면 된다. 게다가 청약한 아파트가 수십 대 1 경쟁률이 나올 경우 ‘분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냉철한 고민보다 ‘현 분위기’가 총금액의 10%에 불과한 계약금을 더욱 가볍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양시장(분양 물량)은 주택시장 분위기에 ‘후행’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을 때 많은 분양을 해야 공급자 처지에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입주량, 2018년 정점으로 감소

    올여름 경남 창원시에 입주를 앞둔 약 100만㎡ 규모의 복합주거단지 ‘창원중동유니시티’ 조감도. [사진 제공 · ㈜유니시티]

    올여름 경남 창원시에 입주를 앞둔 약 100만㎡ 규모의 복합주거단지 ‘창원중동유니시티’ 조감도. [사진 제공 · ㈜유니시티]

    그러나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때는 상황이 바뀐다. 이제는 10분의 1 금액이 아니라 ‘10’에 해당하는 몇억 혹은 몇십 억의 자산을 길게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심각한 결정 앞에 놓인 수천 가구의 의사결정이 응집돼 주택가격의 흐름을 결정한다. 분양 물량보다 입주량이 주택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약 9000가구)는 3년 전 34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 대도시에 자리한 ‘창원중동유니시티’(약 6000가구) 역시 53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두 단지 모두 입주가 도래하자 물량 부담으로 지역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분양 물량은 시장 분위기에 후행하고, 입주량은 주택가격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입주량은 앞으로 2~3년의 공급량이 확정돼 있다. 다시 말해 공급량으로 미래 주택시장을 예측하는 데는 입주량만 한 데이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역전세난’ ‘깡통주택’. 흔히 입주 충격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인 45만 호의 입주로 주인을 찾지 못한 빈집에 대한 우려가 컸다. 분양을 개시하고 2~3년이 지나 입주 시기가 왔는데도 판매되지 않은 빈집, 혹은 분양은 됐으나 입주 잔금을 치르지 못한 빈집이 급격히 증가하면 주택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이를 ‘입주 리스크’라 한다. 즉 ‘준공 후 미분양’을 통해 그 심각성을 판단할 수 있다.  



     2009년 준공 후 미분양은 금융위기와 대형평형의 과다 공급이 맞물려 최고치인 5만 호를 기록했다. 이후 중소형아파트 위주로 공급되고 2016년 시장이 호황을 맞자 최저치인 1만 호까지 떨어졌다. 2016~2018년 3년간 110만 호의 입주가 쏟아졌다. 서울 전체 아파트 수(160만 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 것이다(그래프1 참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10만 호의 입주가 쏟아졌음에도 준공 후 미분양은 6000호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 신도시 입주 시세가 최근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분양가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국 입주량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고, 준공 후 미분양도 지난해 말 1만6000호에 불과해 입주 리스크 가능성은 낮다. 더불어 준공 후 미분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의 입주 물량 역시 지난해 22만 호를 정점으로 2020년 13만 호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서울  ·  제주 입주량만으로 리스크 판단 무리

    전국적인 입주 리스크 가능성은 낮지만, 입주량 수준에 따라 시도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시도별 주택시장의 미래는 2가지 입주 리스크를 점검함으로써 예측할 수 있다. 첫째는 장기 평균 대비 입주가 급증하면서 ‘소화경련’(입주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다. 둘째는 지역 규모(지역 거주 가구수) 대비 입주량이 워낙 많아 ‘소화불량’이 발생하는 경우다. 

    ‘그래프2’는 위의 2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2020년까지 시도별 입주 부담을 포지셔닝한 것이다. 그래프의 1사분면에 위치한 도시들은 과거 대비 입주량이 급증하는 동시에, 지역 규모 대비 입주량이 부담되는 지역이다. 한마디로 입주 부담이 높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3사분면에 위치한 도시들은 입주 충격 가능성이 낮고, 지역 규모에 비해 입주량이 부담스럽지 않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입주 부담이 높은 1사분면에 자리한 도시로는 경남, 충북, 강원도가 꼽힌다. 따라서 향후 이 지역들은 적어도 2년간 주택시장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경기도 역시 1사분면에 위치하지만, 지역 규모가 워낙 크고 준공 후 미분양이 안정적이라 경기도 전 지역이 입주 부담 상태인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 증가한 입주량은 대부분 신도시 개발에 따른 것인데, 향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 등 교통 개발의 호재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다. 

    대전, 대구, 전남, 충남은 입주 부담이 낮은 3사분면에 자리하는데 지방 주택시장의 약세 속에서도 그 나름 강세를 보이는 지역들이다. 결국 수요층이 얇은 지방 주택시장은 공급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충남의 경우 향후 입주량 급감으로 최근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 따라서 향후 충남의 중심 도시들은 저점을 디디고 반등의 기회를 맞을 것이다. 서울과 제주 역시 3사분면에 있지만 이들 지역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결국 서울과 제주는 단순히 ‘공급량’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님을 말해준다. 서울 주택시장의 미래는 ‘가격 거품이 발생할 것인가’에, 제주 주택시장의 미래는 ‘관광·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인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지역 규모 대비 공급량이 다소 부담되나 증가폭이 크지 않은 광주는 상승 기류가 둔화되면서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다. 울산은 공급 규모는 안정적이나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회복 여부가 주택시장 반등의 변수가 될 것이다. 

    단순히 입주가 증가한다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입주를 통해 신도시가 완성되고 교통 개발이 뒤따르면 지역 부동산에 활기가 돈다.

    입주량보다 ‘신도시 완성도’ 더 중요

    경기 김포시는 지난 한 해 동안 1만 호가 넘는 입주에도 2.4%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9000호의 입주량이 쏟아진 평택시가 4% 하락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이 두 도시의 운명을 가른 것은 ‘입주량’이 아니라 ‘신도시의 완성도’였다. 2010년부터 개발된 김포한강신도시는 개발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10년간 교통, 상권이 자리를 잡아가며 지난해 마지막 1만 호의 가족을 맞이한 것이다(표 참조). 

    반면 평택시는 고덕신도시, 소사벌지구, 동삭지구, 브레인시티 등 진행되거나 이제 막 시작하는 택지지구가 많다. 신도시의 ‘과도기’에는 입주자의 선택 여지가 많을 뿐 아니라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입주 경련’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평택시와 인접한 안성시는 지난해 5000호의 입주가 쏟아지며 7%의 가격 하락을 기록했다. 반면 시흥시는 안성시의 2배가 넘는 1만2000호의 입주가 쏟아졌음에도 주택가격은 견고히 버텨줬다. 그 원인은 두 도시의 구조적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지리적 요인’으로 안성시는 개발과도기인 평택시에 연접한 반면, 시흥시는 수도권 서남부 교차로에 위치해 ‘소사-원시선’ ‘신안산선’ ‘월곶-판교선’의 수혜를 입게 됐다. 시흥 택지개발지인 은계지구, 장현지구, 목감지구가 모두 분산돼 있다는 약점은 있지만 교통 호재가 그것을 극복해줬다. 

    둘째, ‘인구밀도’다. 시흥시의 인구밀도는 1km2당 3200명으로 동일한 면적에 300명이 모여 사는 안성시의 10배에 달한다. 토지에 대한 인구 집중이 높을수록 아무래도 집값 상승 가능성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빠르면 2021년부터 공급을 개시한다고 한다. 여기서 ‘공급’은 분양 물량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입주는 빨라야 2024년 이후에나 이뤄진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상력을 발휘해 막연히 5년 후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2~3년 후의 입주량 분석을 통해 도시별 변곡점을 짚어내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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