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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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금융시장 불안정은 고금리의 역습… 금융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듯”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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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3-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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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박해윤 기자]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박해윤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은 현재 전 세계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발생한 부실의 결과입니다. 두 은행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에요. 전 세계 모든 은행이 ‘금리인상’이라는 숙제를 만나 기존 투자 자산에 손실이 생겼는데 SVB의 경우 주요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늘어나니 손실을 감수하며 보유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까지 발생해 버틸 수 없었던 겁니다.”

    최근 전 세계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요동치고 있다. 3월 10일(현지 시간) SVB 파산으로 시작된 불안은 시그니처은행 파산, CS 유동성 위기를 거쳐 미국 14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설로까지 발전했다. 3월 16일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미국 11개 대형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 달러(약 38조8380억 원)를 지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으로 실물경제를 연구하고, 유튜브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매주 경제 현안을 전하는 이코노미스트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에게 현 상황에 관해 물었다.

    미실현손실이 현실화될 때 파산

    현 위기의 출발점이 된 SVB 파산을 정확히 어떻게 봐야 하나.

    “고금리의 역습이다. 은행은 사람들이 저축을 하면 그중 일부는 가계나 기업에 대출해주고 일부는 증권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국채, 사채, 주식 따위를 매수하는 일)를 한다. 특히 금리가 낮을 때는 채권 가격이 올라가니 2020~2021년 많은 은행이 채권에 투자했고, SVB 역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수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고물가를 잡겠다며 급격히 금리를 올리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SVB를 포함한 모든 은행에 미실현손실(보유 자산의 시장 가치가 획득 원가보다 하락해 발생한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미실현은 말 그대로 실현되지 않은 것이니, 채권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 문제될 것은 없다. SVB는 주요 고객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에 투자금 유입이 줄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지니 기업들이 기존 예치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SVB는 손실을 안고서라도 국채를 팔아 이에 대응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결국 파산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다.”

    CS를 파산 위기까지 내몬 배경은 무엇인가.

    “역시 고금리의 역습이다. CS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은행과는 다르다. 국내 은행들은 예대금리차가 주요 수익원인 반면, 투자은행인 CS는 기본적으로 예대사업도 하지만 투자사업, 자산관리사업을 한다. 그래서 CS도 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했는데 2022년 금리가 오르면서 손실이 극대화됐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니 주가가 떨어지고, 자산 규모가 줄어드니 신용평가 등급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런 상황에서 SVB 사태가 발생했고 부실 징후가 있는 CS에서도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은행의 잇단 위기, 파산을 막을 방법은 없나.

    “지금 모든 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가 고금리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다시 금리를 내려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면 된다. 그럼 주식 가격도, 채권 가격도 다시 오를 테고, 지금의 미실현손실이 미실현이익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가정일 뿐이고, 현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아 단시일 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미실현손실은 실현되지 않으면 손실이 아니므로 위기가 오지 않도록 돈으로 메우는 것뿐이다. 현 상황이 금융위기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금융 부실 문제를 안고 있기에 언제든 작은 지역 은행 몇 개 정도는 파산할 수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오판해 금리인상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있다.

    “2021년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안 올 것으로 생각했고, 반대 학파는 올 거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말한 사람들 얘기가 맞았지만 그 학파의 근거에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맞은 사람이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2021년 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예상했겠나.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원유를 비롯한 모든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물론 3~4%대 고물가는 올 수 있었겠지만 전쟁이라는 변수만 없었다면 9%대 고물가까지는 안 왔을 테고, 그렇게 보면 오히려 파월 연준 의장의 논리가 맞았다.”

    연준 의장의 논리가 옳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2021년 경제 상황만 보면 인플레이션이 올 근거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준 나름대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서부터 시작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제 와서 결과론적으로 연준이 금리인상과 관련해 선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그때 만약 선제적 조치를 했어도 뒷말이 많았을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0) 금리를 도입해놓고 제대로 경기 부양이 안 된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했다면 또다시 경기가 고꾸라졌을 테니 말이다.”

    현 금융시장 불안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지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은 현 금융 불안정성이 금융 부실로만 끝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경기침체가 가속화된다. 왜냐하면 은행은 부실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챙기고 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럼 대출금리는 더 오르고 기업은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결국 소비 침체로 연결된다.

    두 번째는 속으로 곪은 은행이 잇달아 파산하며 금융위기로 가는 것이다. 그럴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연준이 비상회의를 소집해 ‘빅 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하고 제로 금리 수준까지 끌어내린다. 지진이 오면 일단 피하고 보듯, 금융위기가 오면 인플레이션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또 금융위기가 오면 물가는 자연히 잡힐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규모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그동안 꺾였던 자산가치가 다시 폭등할 수 있다. 항상 그런 사이클이 반복된다.”

    현실화 가능성이 더 큰 시나리오는?

    “분명히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은행이 무너지면 경제의 기둥과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SVB 파산 사태를 예금 전액 보증으로 막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위기를 11개 대형은행이 나서서 막은 것처럼 돈으로든, 제도로든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있기에 위기 상황에 더 내몰리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들을 강구할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가 90%, 두 번째 시나리오는 10% 가능성을 지닌다.”

    한국 실물경제 위축 우려는 있다

    만약 두 번째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어떤 징후들을 보고 알 수 있나.

    “만약 뉴스에서 갑자기 ‘미국 연준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빅 컷의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이미 금융위기가 나타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부터는 귀를 열어놓고 추가적인 파산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 한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 불안,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 경제성장률은 -0.073%였다. 그때 한국 경제는 0.8% 성장했다.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전이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실물경제는 안 좋았다. 미국 경제가 어려우면 미국발(發)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의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는 보는데, 앞서 얘기했듯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같은 조치들을 더 대대적으로 가져갈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증권 투자 비중이 굉장히 적다. 이런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3월 23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연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했다.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되나.

    “FOMC가 열리기 전 시장의 전망은 동결 반, 베이비스텝 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 또 한 번 신뢰를 잃을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히지 않은 지금 금리인상을 멈추면) 왜 지금까지 금리를 인상했느냐는 비난도 있겠지만 연준 스스로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부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올 연말 최종 금리 수준을 지난해 12월 제시했던 것과 같은 5.1%를 유지함으로써 시장의 예상보다 낮을 것임을 알려줬다.”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경기침체가 본격화·장기화된다. 돌아보면 2022년은 역사상 유례없는 고물가, 금리인상 같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위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고금리·고물가의 역습으로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 과거에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3~4년 동안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로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물가가 잡혀서 금리를 인하하든, 금융위기가 와서 금리를 인하하든 금리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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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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