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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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네코제? 고양이 굿즈 파는 곳 아니에요!

‘최애’ 게임 굿즈, 덕후가 만들고 덕후가 산다

  •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지호영 기자, 넥슨 제공

    입력2018-08-07 11: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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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콘텐츠 축제‘네코제’ 스토어 가보니

    5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린 5번째 네코제.

    5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린 5번째 네코제.

    “이 아이템 실제로도 팔면 좋겠다.” 

    ‘마비노기’나 ‘메이플스토리’를 한참 플레이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가진 액세서리나 마법의 서가 갖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화점에는 당연히 없을 테고, 직접 만들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가내수공업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고도 포기할 수 없다면 게임 마니아의 필수 나들이 코스가 된 서울 엘큐브 홍대점 게임테마관을 찾아가보자. 넥슨 ‘네코제 스토어’에서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물건을 ‘금손’들이 만들어 팔고 있으니까. 

    “네코제? 고양이 용품 파는 행사인가?” 게임 콘텐츠 대기업 넥슨이 2015년 12월부터 열어온 행사임에도 인지도가 이 정도라니! 물론 ‘덕후’가 아닌 친구에게 물어봐서 그런 건지도. 문득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당신의 상식은 세상의 상식이 아닙니다’라는 ‘짤방’ 문구가 떠올랐다. ‘네코제’는 ‘넥슨 콘텐츠 축제’의 줄임말로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종합 콘텐츠 축제다. 넥슨의 게임, 시간을 공유하며 추억과 꿈을 쌓아온 유저들이 꾸려가는 행사로 5회째 진행됐다. 행사 마스코트가 고양이인 건 일본어로 고양이가 ‘네코(ねこ)’이기 때문.

    유저가 주축인 행사

    넥슨 ‘네코제 스토어’는 서울 엘큐브 홍대점 게임테마관 지하에 다른 매장과 함께 있다.

    넥슨 ‘네코제 스토어’는 서울 엘큐브 홍대점 게임테마관 지하에 다른 매장과 함께 있다.

    5번째 ‘네코제’는 5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렸다.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80여 팀의 개인 상점 외에도 코스튬플레이어 50여 명과 뮤지션 5팀이 참가했다. 14점의 아트워크 전시도 열렸다. 앞선 3월 16일~4월 2일 행사에 참여할 유저 아티스트를 모집했는데 지원자 300여 명이 몰렸고, 만화·소설을 비롯한 총 5개 분야에서 150여 명이 뽑혔다. 별도 모집을 통해 뽑힌 아티스트에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되는 ‘메이플스토리 페스트(Maple Story Fest)’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조정현 넥슨 콘텐츠사업팀 팀장은 “서울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창작 개발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세운상가에서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며 “이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바람직한 2차 창작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네코제’의 주인공은 전적으로 유저다. 넥슨 유저로 구성된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내놓는다. 넥슨은 입장료와 현장 경매 이벤트 수익금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미숙아 집중 치료 프로그램에 기부하는 등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한다. 자사 게임과 2차 창작 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공익사업에도 힘쓴다는 점에서는 안팎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행사다. 취지에 비해 너무 안 알려진 게 단점. 

    그런 ‘네코제’가 너무 짧아 아쉬웠던 팬들을 위한 공간, 질 좋은 굿즈를 1년 내내 구경하고 살 수 있는 공간이 6월 15일 엘큐브 홍대점 게임테마관에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전체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볼거리와 살 거리로 가득하다. ‘모두의마블’과 ‘세븐나이츠’ 등의 굿즈를 만날 수 있는 넷마블 스토어 외에도 ‘소녀전선’ ‘벽람항로’, ‘테이스티 사가’ 등을 만든 X.D. Global(X.D. 글로벌)의 스토어가 자리 잡고 있다.

    ‘금손’들의 향연

    ‘네코제 스토어’에서는 ‘금손’ 유저 아티스트들이 만든 넥슨 게임 관련 굿즈를 살 수 있다.

    ‘네코제 스토어’에서는 ‘금손’ 유저 아티스트들이 만든 넥슨 게임 관련 굿즈를 살 수 있다.

    7월 20일 오후 ‘네코제 스토어’를 찾았다. 지하 1층 한쪽에 자리한 ‘네코제 스토어’는 한 층의 절반을 라인프렌즈 스토어와 나눠 쓰는 넷마블 스토어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다. 굿즈는 공간 크기에 비해 많았다. 단순히 엽서나 컬러 포스터, 배지 정도를 생각했는데 메이플스토리만 해도 캐릭터를 활용한 머그컵(오르골 작), 콘셉트 액세서리(공방수저 작)와 영웅들의 이미지에서 모티프를 따온 향수(마계공방 작), 틴케이스(솦 작), 족자봉(제아 작), 핀 버튼(비수프 작) 등이 진열돼 있었다. 한 작가는 귀여운 손글씨로 ‘물품 후기를 남겨주면 추첨을 통해 작은 선물을 주겠다’는 안내 글을 적어놓았다.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 게임 이미지를 활용한 실버 액세서리(뫼초 작)와 캘릭문양을 사용한 펜던트(전국비생산연합 작), 아크릴 스탠드(레소진 작), 그렘린 코르크(콜헨여관 작), 라데카 페더 귀걸이(lovely MIX 작), 미니 무드등(로단테 작), 에린 여권 케이스(독거밀레시안 작) 등도 눈에 띄었다. 작은 코르크 안내판(3000원)이 귀여워 일단 손에 쥐었다. 어딜 가나 한두 장씩 쟁이는 안경닦이(3000원)도 잊지 않았다. 학창 시절 비즈공예를 하느라 동대문 인근으로 비즈를 사러 간 적이 있다. 덕분에 라데카 페더 귀걸이(3만3000원)와 나오 목걸이(2만2000원)에 얼마나 질 좋은 원석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굿즈가 몇몇 게임에만 집중된 점은 조금 아쉬웠다. ‘네코제’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마영전(마비노기 영웅전) 굿즈가 생각보다 적어서 아쉽다’는 팬의 의견이 있었다. 이날 매장에 있던 ‘바람의나라’ 굿즈는 천도의 비녀(홍위아화 작)가 유일했다. 장신구의 질도 좋았지만 생각보다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기에도 괜찮아 보여 머리가 길었으면 하나 살 뻔했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게임 속 캐릭터의 액세서리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 모습.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게임 속 캐릭터의 액세서리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 모습.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매장에서 어떤 걸 사야 후회하지 않을까. 입구 안내판에는 ‘메이플스토리 드레스 퍼퓸’(3만3000원)과 ‘마비노기 스킬배지’(8000원)가 베스트 아이템이라고 쓰여 있다. 넥슨 관계자는 “네코제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창작물은 유저가 직접 제작한 상품으로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된다. 네코제 사무국의 선별을 거쳐 출시한 상품들인 만큼 그 가치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는 모범생 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어 그는 “자사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돌의 정령 인형은 네코제 스토어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넥슨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 40cm, 세로 30cm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두색 인형은 인당 2개까지만 살 수 있었다. 한정판인 셈이다. 그래서 샀다. 한정판 가방이나 옷은 안 사도 한정판 굿즈는 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가격은 개당 2만5000원. 푹신푹신하게 폭 들어가는 느낌이 꼭 뱃살 같았다. 촉감이 부드러워 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귀여운 돌의 정령

    넥슨은 네코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인 ‘네코랩’ 행사를 통해 유저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돕는다. 7월 14일 경기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네코랩’에서 에릭 오 감독이 강의하는 장면.

    넥슨은 네코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인 ‘네코랩’ 행사를 통해 유저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돕는다. 7월 14일 경기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네코랩’에서 에릭 오 감독이 강의하는 장면.

    ‘네코제 스토어’에서는 단순히 유저 아티스트의 창작물만 파는 것이 아니었다. 8월에는 유저 아티스트와 함께 인형, 액세서리 등 게임 굿즈를 제작해보는 ‘원데이 클래스’가 진행된다. ‘네코제’ 참가 경험이 있는 유저 아티스트 가운데 뛰어난 실력과 창의성을 갖춘 이가 멘토로 나선다. 조만간 사전 티켓 판매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굿즈 제작에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게임의 굿즈를 직접 만들고 싶다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반기 중으로 새로운 기획전도 예고돼 있으니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미리미리 팔로어하는 게 좋다. 

    넥슨은 ‘네코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창작 분야의 현장 전문가가 멘토링을 지원하는 ‘네코랩’과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PB) 굿즈 및 유저들이 제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펀딩 마켓 ‘네코장’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운영 중이다. ‘네코장’은 올해 총 4회(3·6·9·12월)에 걸쳐 진행된다. 

    3월 16일 열린 ‘네코장’의 초기 목표 금액은 4280만 원이었다. 펀딩이 시작된 지 닷새 만에 모금액 8000만 원을 넘기며 펀딩에 성공했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후원 금액에 따라 PB 상품과 ‘내 발목에 몬스터’ ‘테일즈위버 젤리삐 인형’ ‘금속공예로 풀어내는 마비노기’ 등 유저 아티스트 상품이 제공됐다. 800만 원 이상을 모으며 2713% 펀딩에 성공한 메이플스토리 레진 아트 공예 제품과 ‘마비노기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언 12년, 네코제를 빌려 아직까지 세상에 없는 마비노기 굿즈를 만들어보자’는 덕심이 낳은 마비노기 북 램프 키홀의 서&모리안의 서가 눈에 띄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61만5000원을 모으며 409% 펀딩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네코제’와 ‘네코장’에 이어 유저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 ‘네코랩’도 열리고 있다. 명사들의 강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직접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네코랩’은 넥슨 유저 아티스트 사이에서는 일명 ‘넥슨 계절학기’로 불린다. 

    7월 14일 경기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네코랩’에는 ‘네코제’ 참여 아티스트 100명이 몰렸다. 이날 수강생들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으로 유명한 픽사(PIXAR) 애니메이터 출신 에릭 오로부터 그가 감독을 맡은 애니메이션 ‘피그 : 더 댐 키퍼 포엠(PIG: The Dam Keeper Poems)’의 제작 과정을 들었다. 김동현 팹랩(제작실험실 · Fabrication Laboratory)서울 이사가 들려주는 캐릭터 콘텐츠 활용 사례에도 이목이 쏠렸다. 

    넥슨 관계자는 “앞서 이승훈 넥슨 슈퍼바이저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디자이너인 호조(권순호) 작가, 김상현 피겨 작가 등 다수의 2차 창작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유저 아티스트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 자사 콘텐츠를 아끼는 유저들에게 좋은 기회를 자주 마련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데이 클래스도 열어

    넥슨에서 ‘특훈’을 받은 유저 아티스트들은 다음 ‘네코제’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 중 일부는 ‘네코제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누군가 “왜 넥슨에서 공식 굿즈를 내는 대신 유저들의 2차 창작물을 후원하지?”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팬이 찍은 ‘최애’ 연예인 사진과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라고 말하겠다. ‘덕심으로 대동단결’해 만들었기에 아이디어나 수준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다음에 찾을 때는 ‘엘소드’ ‘클로저스’ ‘사이퍼즈’ ‘던전앤파이터’ ‘야생의 땅 : 듀랑고’ 등 더 많은 게임의 굿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듀랑고를 플레이하고 ‘쥬라기 월드’까지 보며 공룡의 매력에 푹 빠졌다. 티라노사우루스나 랩터 피겨가 있다면 종류별로 살 것 같다. 혹은, 한번 마시면 주 52시간 내로 마감할 수 있는 MP 부스팅 포션이라도 있었으면. 

    ‘네코제 스토어’는 2019년 상반기까지 홍대점에 문을 연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닌 만큼, 지금 있는 물건이 다음에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틈틈이 관심 있는 유저 아티스트와 네코제 공식 SNS를 염탐하는 것이 성공적인 ‘지름’의 지름길.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창작혼을 깨우는 공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넥슨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네코제 프로젝트’는 죽 계속될 테니 말이다. 혹시 또 모르지 않나. 내가 그 말로만 듣던 ‘금손’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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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코네코니 #금손들의향연 #사회환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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