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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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1년 성적표는?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국민 주거 안정 기반 마련” vs “주거권 후퇴시켜”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5-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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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5월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5월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하루 전인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의 소회를 담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부동산 문제의 뿌리가 전 정부에 있다는 의미다.

    10여 분간 진행된 이날 모두 발언에서 부동산에 대한 언급은 이것이 전부라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정부는 5월 3일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성과자료집’과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를 통해 “국민 주거 안정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5월 9일 오전 좌파적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도시연구소 등은 ‘윤석열 정부 1년 주거·부동산정책 평가 좌담회’를 열고 “자산불평등을 심화하고 주거권을 후퇴시킨 정책이었다”며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측 평가와 분석 모두 예상된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가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모두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앞섰다. 다만 부정적인 총평과 달리 세부적인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양호한 평가가 많았다. 평가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기능 회복 통한 주거 안정 실현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부담금과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등을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뉴스1]

    정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부담금과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등을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뉴스1]

    윤석열 정부 주거 정책의 핵심은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해 주거 안정을 실현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정부에서 여러 주택 공급 대책을 제시했지만 수요 억제를 위한 과도한 규제 등으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집값이 급등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로 ①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 회복 ②부동산 세제 정상화 ③주택금융제도 개선 ④주거복지 지원 강화 등이 추진됐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8월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8·16 대책’)을 통해 2023~2027년 주택 27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2022년 6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2022년 9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2022년 1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2023년 2월)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은 지난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시장 관리 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납세자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판단에 따라 취해진 조치들이 주를 이룬다. 우선 지난해 8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췄다. 1개월 뒤인 9월에는 종부세법을 개정해 고령자 및 장기 보유자의 종부세 납부 유예 제도를 도입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을 폐지하고 기본세율은 0.5~2.7%, 3주택 이상 보유자 세율은 0.5~5.0%로 인하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와 보유·거주 기간 재기산 제도 폐지, 일시적 2주택자의 세대원 전원 전입 의무 폐지 등을 담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주택금융제도 개선은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LTV 규제 합리화 방안이 핵심이다. 우선 지난해 8월 은행업 감독규정 등을 개정해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의 LTV를 주택 가격·지역·소득과 관계없이 80%까지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 12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의 LTV를 50%로 단일화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서민·실수요자 LTV 우대 혜택 확대 같은 조치도 실행했다. 올해 3월에는 다주택자(주택 임대·매매사업자 포함)의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LTV 30%까지 허용했다.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서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 올해 1월 공개한 ‘서민·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 방안’ 등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50만 채 공급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정비(2022년 11월 ‘2023~2027년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추진 로드맵’) △주거비 지원 확대 통한 주거복지 사각지대 해소 △고령자, 비정상거처 가구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 같은 조치들을 추진했다.

    전문가 긍정 평가

    정부의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념적 성격에 따라 엇갈렸다. 전문가 평가는 현재 한국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좌파 지향의 시민단체들은 “주거복지와 세입자 정책은 크게 후퇴하고, 자산불평등 심화를 가져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긍정 평가의 대표주자는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발행한 ‘한선브리프’를 통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①기민한 위기관리 대응 ②규제 완화 ③주거복지 ④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⑤전세사기 대응책 등 5가지로 나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특히 위기관리 대응 면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역대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시장 과열 최고점에서 정부를 인수해 파국을 우려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1년 만에 시장 붕괴를 막아야 했는데, 늦지 않은 대응으로 잘 처리했다”는 것이다.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임대차 시장의 생태계 복원에 기여했다”며 “전반적으로 ‘A’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고금리 태풍으로 경착륙 위기에 놓인 부동산시장에 적절히 개입해 연착륙에 기여했다”며 “80점 이상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참여연대 등은 △주택 공급 △부동산 금융 △부동산 세제 △주거복지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분야별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가 급감하는 현 상황과 맞지 않다”며 “과도한 주택 공급 목표를 낮추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정부가 가계 및 주택의 금융화를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금리인하 등으로 향후 경제 여건이 호전될 경우 주택 투기가 성행해 또다시 부동산 거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제 부문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가 세수입 감소로 이어져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거복지도 “‘국민 누구나 따뜻하고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는 나라’라는 대통령 공약이 구호에 머문 채, 주거복지와 세입자의 주거권이 후퇴했다”고 강조했다.

    일반인 여론조사 전반적으로 부정 평가

    전문가들의 평가와 별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다소 앞선다. 한국갤럽이 4월 11~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표본오차 ±3.1%p)결과 ‘잘한다’는 응답은 27%에 머물렀고, ‘못한다’가 47%나 됐다. 한국갤럽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분기 단위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긍정 평가가 전분기보다 떨어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률은 지난해 8월 30%, 11월 31%, 2023년 1월 31%로 꾸준히 30%대를 유지했지만 이번에 20%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낙심할 필요는 없다. 지난 정부의 경우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출범 1년 직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분위기가 반전해 부정 평가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권교체 빌미가 될 정도로 악화됐다.

    한국리서치가 1월 27~30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총평과 달리 ‘재산세 경감’ ‘청약제도 수정’ 같은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긍정 응답이 50%를 넘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8월 발행한 ‘20대 대통령선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과거 이념적 특성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태도를 보였고, 앞으로 이런 ‘생활정치(Lifestyle Politics)’가 선거 경쟁에서 중점 이슈로 자리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 핵심에 부동산 정책이 있다. 앞으로 남은 4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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