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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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이돌스러워진 아이콘

[미묘의 케이팝 내비] 신곡 ‘U’에 기분 좋은 상쾌함 담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5-1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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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정규 앨범 ‘TAKE OFF’를 발표한 아이콘. [143엔터테인먼트 제공]

    세 번째 정규 앨범 ‘TAKE OFF’를 발표한 아이콘. [143엔터테인먼트 제공]

    꼭 1년 만의 컴백이다. 그사이 아이콘(iKON)은 데뷔했던 YG엔터테인먼트 품을 떠나 비교적 소규모인 143엔터테인먼트로 다 함께 이적했다. 통산 세 번째 정규 앨범인 ‘TAKE OFF’는 그간의 부침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를 갖는다. 거칠고 떠들썩한 파티 힙합과 함께 공전의 히트곡 ‘사랑을 했다’에서 이어진 특유의 축축한 감성은 아이콘의 음악을 정의하는 두 기둥이었다. 새 앨범은 어느 정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도약의 신선함에 방점을 찍으려 하는데, 어느 때보다도 상쾌함이 강조된 타이틀곡 ‘U’가 이를 대변한다.

    ‘U’는 근래 K팝에서 이만큼 순수한 러브송을 들은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어지는 곡이다. 파티를 열 테니까 놀러오라는 내용인데, 단 그것은 ‘너만을 위한 것’이다. 친구들도 얼마든지 부르라지만 그들은 ‘증인’이나 ‘병풍’이어도 좋단다. 흔히 파티를 주제로 한 곡은 ‘우리가 주인공’인 반면, 이 곡의 화자는 거기서 한 발 뒤로 물러선다. 곡 전체에 걸쳐 40번이나 반복하는 ‘Only for u’에서 선명하게 느껴지듯, 이 화자는 사랑하는 대상 외에는 어떤 것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렴의 ‘wrote a thousands songs for you(널 위해 1000곡은 썼어)’라는 가사가 들려올 때면 ‘너’는 불안과 응원으로 기다려온 팬들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푹 빠져들어 다른 어떤 것도 필요치 않은 직진하는 마음은 사운드로도 잘 표현된다. 경쾌한 펑크 사운드로 시동을 거는가 하면, 프리코러스에서는 팀파니처럼 울리는 무거운 808베이스가 기분 좋은 긴장을 이끈다. 있는 힘껏 외치는 바비의 목소리가 멀리까지 시원하게 뻗는 타악기와 겹쳐지면서 후렴으로 넘어가면, 선 굵게 일그러진 베이스가 속도감 있게 흥을 돋운다. 멤버들의 배치도 효과적이다. 김동혁, 김진환, 송윤형이 조금씩 색감이 다른 미성으로 노래를 매끄럽게 이끌어가고, 거칠면서도 분방한 바비가 플레잉타임 내내 지휘자이자 감초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정찬우와 구준회가 서로의 꼬리를 밟으며 번갈아 부르는 리프레인(‘Only for u’)은 매끄러운 청량과 벅찬 혈기를 나란히 겹쳐 보인다. 이처럼 곡은 매우 기분 좋은 바이브 속에 부드러운 감성과 거친 생기를 효과적으로 병치한다.

    저돌적이면서 로맨틱한 소년미 담겨

    아이콘은 절절함이나 강렬한 자극, 칼을 갈고 나온 듯한 결기보다 여름에 어울리는 상쾌함을 도약의 동력으로 삼으려 하는 듯하다. 3월 바비의 솔로곡 ‘Drowning(feat. SOLE)’도 색정적인 주제를 일말의 끈적임도 없이 상쾌한 낙천성으로 담아냈다. ‘U’와 주제적으로 상통함과 동시에, 이들이 신선함을 얼마나 능란하게 잡아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트랙이기도 했다.

    그것이 아이콘에서 이뤄질 때 멋지게 그려지는 것은 저돌적이면서도 로맨틱한 일종의 소년미다. 그러고 보면 아이돌 보이그룹의 정수 같은 것이다. 심지어 청자가 팬의 정체성으로서 이입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아이콘은 데뷔 당시보다 훨씬 더 아이돌처럼 느껴진다. 힙합으로 브랜딩한 K팝 아이돌 기획사에 있을 때보다, 일곱 살씩 더 먹고 독립했을 때 더욱 아이돌스럽다는 건 어쩌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러나 K팝 아이돌의 ‘소년’이 잘 짜이고 통제됨으로써 구현돼왔다고 한다면, 누구보다 분방하게 날뛸 수 있는 그룹인 아이콘이 보여주는 그것에 매우 이색적이면서도 뾰족한 매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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