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뉴시스]
거래량과 집값의 함수관계
하지만 최근 4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집값은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5년을 정점으로 지난 4년간 연평균 14%의 꾸준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2015년 말 5억2000만 원에서 2019년 말 8억9000만 원으로 70%나 올랐다. 꾸준한 거래량 감소에도 집값이 폭발적으로 뛴 것이다. ‘거래량 감소→집값 하락’이라는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실마리는 거래량 자체에 있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2015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3만 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6년 12만 건, 2017년 10만 건으로 3년 연속 10만 건 이상 거래량을 나타냈다(그래프1 참조). 서울 집값이 폭발적으로 오른 2018년 거래량 역시 9만6000건에 달해 거의 10만 건에 육박했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지난 4년간 ‘유동성의 홍수’를 겪은 것이다. 홍수가 터진 상황에서는 강수량이 좀 줄었다고 홍수의 유량이나 속도가 줄진 않는다. 즉 ‘4년 연속 거래량 감소’보다 ‘4년 연속 10만 건 달성’에 초점을 둔다면 거래량 감소에도 왜 서울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기 직전인 2019년은 어땠을까. 2019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만 건으로 2015년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홍수의 시대가 끝난 것이다. 그리고 수위가 제자리로 돌아옴에 따라 ‘거래량 증가(감소)→집값 상승(하락)’ 공식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2019년 1분기 5000건에 불과하던 거래량은 분기마다 2배씩 증가해 그해 말 ‘겨울 폭증’의 서막을 알렸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겨울 시즌의 ‘이상고온’은 통상적으로 불황의 시그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불황의 정점으로 치닫던 2010~2012년 서울 아파트의 4분기 거래량 연간 비중은 30%를 웃돌았다(그래프2 참조). 반대로 호황으로 돌아선 2014년 이후 4분기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 10%대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에 다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46%에 달하는 ‘역대급 쏠림 현상’을 보인 것이다.
외지인 투자 바람이 우려되는 이유
보통 부동산 호황기에는 가을 이사철까지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호황기에는 집값 전망이 밝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더 비싸지기 전’ 사야 한다. 따라서 더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까지 매수를 늦출 이유가 없다. 호황기 때 4분기 거래량이 적은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하반기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매수자가 ‘적정 수준’으로 집값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집을 사기 때문에 4분기 거래량이 많아진다.하지만 지난겨울은 일반적인 불황기와 양상이 달랐다. ‘매수자 우위→집값 하락→하반기 거래’라는 일반적인 불황기 패턴을 따르지 않았다. ‘매수자 관망→집값 상승→공급절벽의 공포와 마지막 투자 기회라는 전망→하반기 거래 폭증’이라는, 건전하지 않은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무주택자 혹은 투자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하고 빈번한 규제 프레임에 갇혀 시야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저점 대비 2배 이상 올랐음에도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다. 2020년 3월 18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코스피가 1591로 폭락해 1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동시에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14%)을 보인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는 ‘이미 취약해진 곳’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 4분기 서울에서도 강남·송파·양천구 집값이 거래량 증가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재건축 유망 단지가 많다는 것인데, 특히 외지인의 투자가 집중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급락할 위험이 있다(그래프3 참조). 반면 서초구와 서울 도심(서대문·마포·성동구)은 거래 증가세 대비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큰 충격이 오더라도 공포 확산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빨리 안정된다면 급진적 충격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고려할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수·용·성 강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
서울 아파트 매수에 ‘30대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9년 서울의 연령별 아파트 거래 통계를 살펴보면 30대 비중이 30%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연령대인 30대 후반의 매수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 수준을 들여다보면 30대를 ‘대세’로 보긴 어렵다. 2018년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50대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차지하는 세대는 40대와 60대다(그래프4 참조). 30대 비중은 12%로 70대(13%)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절대적 격차를 따져봤을 때 최근 두드러진 ‘30대 후반’ 강세가 40~60대의 주택 소유 수준을 역전하기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서울의 30대는 경기도로 꾸준히 유출되면서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과 인천 등 수도권 주택 강세의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30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평균 3만 명씩 경기도로 빠져나갔다(그래프5 참조). 특히 전세든, 매매든 ‘집값 대란’이 왔을 때 유난히 더 많이 떠나갔다. 서울의 30대는 서울 집값에 울면서 경기도로 떠나는 세대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겨울에 폭등했다. 이에 잠잠하던 30대의 서울 순유출 통계도 지난해 말 반등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여름 필자는 수·용·성을 포함한 ‘서울 통근자가 많은 경기도 지역’의 집값 상승을 예측했다(‘주간동아’ 1201호 ‘수도권 교통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 참조). 서울에 직장을 둔, 다시 말해 구매력이 있는 30대는 결국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몰릴 테고, 이러한 쏠림 현상이 지난해 말 강화되면서 ‘준(準)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준서울 강세는 투기보다 실수요가 주요 원인으로, 올해도 견조한 상승이 예상된다.
인천은 ‘맑음’, 대전 서구·유성구는 ‘흐림’
특히 아직 정부 규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지 않은 경기 부천, 의정부, 남양주의 강세가 예상된다. 필자는 ‘매매’와 ‘전세’ 검색량 비교를 통해 집값 향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주간동아’ 1183호 ‘구글에 ‘전세’ 검색량 급증하면 집값 하락?’ 참조). 매매에 대한 관심이 전세보다 많은(적은) 것은 집값 상승(하락) 신호다. 이를 거래량에 적용하면 매매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보다 많을(적을) 때 집값 상승(하락)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인천의 가파른 상승세 역시 전세-매매 거래량 신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인천 연수구(송도), 서구(청라 및 루원시티)의 매매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하면서 2020년 ‘인천의 봄’을 미리 알렸다(그래프6 참조). 게다가 인천은 정부 규제 청정지역이다. 2020년 수도권 대세 상승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광역시의 미래 역시 전세-매매 거래량 시그널로 점쳐볼 수 있다. 최근 부산과 울산의 전세 대비 매매 거래량이 2019년을 기점으로 반등하며 2020년 ‘경상권 부흥’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지난 3년간 호경기를 보낸 대전 부동산시장의 심장부인 서구와 유성구는 중구, 동구에 비해 전세 대비 매매 거래량이 위축되며 하락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그래프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