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A사 관계자는 “본사는 회의실 대형TV, 현장 소장은 스마트폰, 대리점은 노트북컴퓨터로 원격 화상회의를 수시로 연다”며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사업장을 자주 오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이마저도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편.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임원회의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경영 투명성도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경영 투명성 또한 높이는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원격 화상회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상회의 시간 29배나 늘어
4월 7일 오전 경기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사들이 온라인 출석 및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왼쪽·뉴스1). 최근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줌의 화상회의 모습. [ZOOM 제공]
원격서비스 전문기업 알서포트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 국내 기업의 화상회의 시간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1월 대비 29배 폭증했다. 3월에 비해서도 7.5배 증가한 것으로 볼 때 기업의 재택근무 방침이 종료되더라도 원격근무 솔루션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교육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의 수업 유형 중 하나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권장해, 전국 1만1000여 개 초중고는 540여 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화상회의 시스템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상회의 솔루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거지를 둔 줌(ZOOM). 전 세계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줌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힘입어 1월까지만 해도 80달러를 밑돌던 줌 주가는 2배 폭등해 3월 23일 최고가 159.56달러를 기록했다. 한 대기업 과장은 “2월 말부터 전사적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간단한 미팅은 줌, 공식 회의는 시스코의 웹엑스(Webex)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도 3월 말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공개하면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도구 가운데 하나로 줌을 소개하고 몇몇 공식 행사를 줌을 활용해 진행했다.
하지만 미국 교육당국과 기업들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줌 사용을 잇달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도 “줌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월 미 캘리포니아주 한 고교에서 줌을 사용해 화상회의를 열었는데, 정체불명의 외부인 몇 명이 이 회의에 들어와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으며 음란물 이미지를 살포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에 미국에서는 줌 접속 사이버테러를 뜻하는 ‘줌 폭격(ZOOM bombing)’이라는 신조어가 출현했다.
이에 줌 사용을 권고하던 교육부도 4월 8일 발표한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한 10가지 실천 수칙’에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이 취약한 영상회의 앱(웹)은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사실상 줌 사용을 금지한 것이냐”는 ‘주간동아’의 질문에 “특정 업체를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도 ‘줌 아웃’에 당황
4월 6일 줌을 이용해 열린 ‘온라인개학 지원 1만 커뮤니티 원격교육 선도 교원 임명식’에서 줌 연결이 끊기자,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당황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교육부 또한 최근 줌으로 화상 행사를 진행했다 곤란을 겪었다. 4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유은혜 교육부총리 주재로 ‘온라인 개학 지원 1만 커뮤니티 원격교육 선도 교원 임명식’이 열렸다. 원격교육 선도 교원으로 뽑힌 전국 8946명 가운데 17개 시도 초중고 교사 17명이 줌을 통해 유 부총리를 만났다. 임명식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나 마지막 식순으로 기념촬영을 하려던 순간 줌 화면에서 교사 17명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 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되던 중이라 “이게 끊어졌어?”라며 당황해하는 유 부총리의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교육부 한 관계자는 “줌 접속이 끊긴 원인이 둘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행사가 열린 회의실에 설치된 와이파이에 동시 접속자가 많아 공유기가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끊겼을 수도 있고, 최근 줌 사용자가 폭증한 탓에 우리 쪽이 줌에서 튕겨져 나간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줌 쪽에 연락해볼 방법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일선 교사들 입장에선 보안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으면서 편리하고 안정적인 쌍방향 수업 도구가 절실한 상황. 서울 소재 한 초교에서 온라인수업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모(42) 교사는 “일단 교육청이 권한 대로 줌을 사용할 예정인데, 최근 보안 문제가 제기돼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중”이라며 “학생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해 바로 조치받을 수 있는 업체 제품이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국내 업체들, 무상 서비스 나서
국산 원격근무 솔루션인 네이버 ‘라인웍스’(왼쪽)와 알서포트 ‘리모트미팅’의 화상회의 장면. [각 업체 제공]
알서포트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 줌이 확산돼 결국 많은 사용자가 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록인(Lock In) 효과가 발생할까 염려된다. 그에 대응하고자 무상 제공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로 원격근무가 보편화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에도 원격근무가 얼마나 확산될지 아직 미지수”라며 “이번 무상 제공을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는 차원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국산 원격근무 서비스 살펴보기
■ 네이버 ‘라인웍스’
네이버 ‘라인웍스’. [네이버 제공]
화상회의에 최대 200명이 참여할 수 있으며, 화면 분할은 최대 9명까지 가능하다. 나머지는 채팅으로 참여해야 한다. 화면 공유, 대화방 신규 멤버에게 이전 대화 공개, 발송 메시지 24시간 이내 회수 기능 등이 있으며, 단체대화방에서 내가 올린 메시지를 누가 읽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기업이나 학교 내 멤버에게만 오픈되기 때문에 줌처럼 접속번호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인웍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보안이 뚫리는 사고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라인웍스 라이트(Lite)를 6월 말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이에 대한 문의가 매일 2배씩 늘어날 정도로 수요가 많은 편. 원격근무 지원 그룹웨어인 ‘네이버 워크플레이스’도 6월 말까지 무료다. 이후 유료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라인웍스 및 워크플레이스에 저장해온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 카카오 ‘아지트’
카카오 ‘아지트’. [카카오 제공]
■ 알서포트 ‘리모트미팅’
알서포트 ‘리모트미팅’. [알서포트 제공]
화상회의에 최대 30명이 참여할 수 있으며, 화면에 30명이 모두 분할돼 표출된다. 멤버 간 파일을 주고받을 순 없지만, 문서를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화면상으로 표출하는 ‘문서 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발언하는 멤버를 화면에 크게 보여주는 ‘주화자 감지’, 회의록을 자동으로 작성해 공유하는 기능 등도 있다. 회의 녹화도 가능하다. 허용된 IP(Internet Protocol), 혹은 특정 IP 대역만 화상회의 접근을 허락하는 보안 기능도 갖췄다.
리모트미팅은 기업에는 4월 말까지, 초중고에는 기한 없이 무료로 제공된다. 4월 6일 기준 3700여 개 기관이 사용 신청을 했는데, 그중 초중고가 217개다. 알서포트 측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최대 200만 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게끔 서버 용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자용, 교사용, 학생용 가이드를 마련해 홈페이지에 게시해놨다.
■ 구루미 ‘온라인 오피스’
구루미 ‘온라인 오피스’ 교육 버전. [구루미 제공]
4월 말까지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학교는 유료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