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8

2006.06.06

감수성 덩어리 ‘공지영 전성시대’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6-06-05 09:5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감수성 덩어리 ‘공지영 전성시대’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와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176호가 약속이나 한 듯 공지영 특집을 선보였다. 여기에 작가의 신작 에세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도 출간됐다.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의 한비야가 2005년 출판계의 키워드였다면, 2006년은 단연 공지영의 해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작가세계’의 특집 기사에서 공지영을 인터뷰한 최재봉 기자가 말했듯이 신경숙, 은희경, 전경린이 문학적 평가와 대중의 사랑을 함께 받았던 반면, 공지영은 일반 독자의 반응과 전문가의 평가 사이에 뚜렷한 괴리가 있었다. 한마디로 공지영은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당한 작가다. 오죽하면 독특한 후일담 혹은 업그레이드된 후일담이라는 호평을 받은 2005년 발표작 ‘별들의 들판’을 두고 ‘공지영이라는 신인작가’를 발견하게 한 작품이라고까지 했을까.

    평자의 비아냥거림과는 무관하게 공지영이 발표하는 소설은 늘 고공행진이다. 후일담 혹은 페미니즘과 결별한 채 7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5만 부, 쓰지 히토나리와 함께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사랑을 이야기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20만 부를 훌쩍 넘겼다.

    감수성 덩어리 ‘공지영 전성시대’
    물론 공지영은 자신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1990년대 발표한 소설 ‘고등어’는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멜로와 통속으로 채워진 80년대에 대한 오해된 낭만’으로 비난받았고, 이후 발표한 ‘착한 여자’는 ‘신파와 통속으로 치장된 기묘한 페미니즘 소설’로 폄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공지영의 작품은 늘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다.

    이 점에서 궁금증이 인다. 동료 소설가의 작품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기에, 실용서가 아니면 팔리지도 않는 척박한 출판 현실에서 왜 공지영의 작품은 인기가 있을까?



    공지영은 ‘신경숙이나 윤대녕으로 대표되는 내향적 미학주의자’들과 달리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에 매달린다. 근대소설의 본질인 내면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이야기로 승부하는 공지영의 소설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 주목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또 공지영의 소설은 감수성 덩어리다. 때로 감정과잉으로 보일 만큼 외로움,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등을 직설적으로 쏟아낸다.

    손민호 기자가 공지영의 작품을 두고 “소설이 주는 재미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전제된 신파”라고 말한 점 역시 이런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명징해서 좀 뻔해 보이는 스토리 구조와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신산스런 감정이 담긴 소설을 두고 신파라고 한다. 그러나 공지영의 소설은 독자를 무장해제시키고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우리에게 이것을 주는 소설, 그리 많지 않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