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 가이즈’(감독 박헌수)의 주인공은 물론 두 사내녀석이다. 박중훈이 연기하는 사내녀석 1은 빚쟁이들한테 주먹 휘두르는 재주밖에 없는 이류 해결사 ‘중태’다. 차태현이 연기하는 사내녀석 2는 할 줄 아는 게 여자 꼬시기와 카드깡밖에 없는 나이트클럽 직원 ‘훈’이다. 중태의 직업 때문에 만나게 된 이들은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사건의 열쇠인 듯한 하얀 가방을 들고 달아난다. 무시무시한 다국적 갱단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정보부 직원들이 이들을 쫓는 건 당연한 일.
기본적으로 ‘투 가이즈’는 소용돌이 스릴러다.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히 감당 못할 음모에 말려든다는 설정은 존 버캔과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선구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마틴 스코세지 같은 거장들에 의해 이미 실험되었다. 엄청나게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일단 잘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굉장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안하지만 ‘투 가이즈’는 잘 만든 영화와는 관계가 멀다. 뭔가 복잡하고 미학적인 이유를 들이대며 실수를 변명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투 가이즈’가 저지른 실수는 참으로 원초적이다. 캐릭터들은 매력이 없고, 대사들은 어색하며, 액션은 서툴고, 지능적인 두뇌싸움과 교묘한 우연의 일치들로 정교하게 짜여야 할 각본은 엉성하기만 하다. ‘투 가이즈’는 그냥, 못 만든 영화다. 박중훈과 차태현이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도 이 난장판을 정리할 수는 없다. 아무리 영화가 쿨하고 똑똑해지고 싶어했어도 결과가 아닌데 우리더러 어쩌라는 걸까.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이 민망해질 판이다.

‘투 가이즈’가 주는 교훈은? 그건 세상에 만만한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 스타들을 내세운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관객들은 보브 호프와 빙 크로스비 콤비가 나오는 여행 시리즈의 순진함을 비웃을 수 있지만, 그 영화들은 모두 고도로 훈련된 할리우드 프로페셔널들의 작품들이다. 이런 영화들에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투 가이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추락은 처음부터 예측 가능했던 것이다.
Tips | 박헌수 감독
영화 ‘주노명 베이커리’ ‘구미호’ ‘진짜 사나이’ 등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