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풍광이 주는 설렘
장밋빛 협곡에 숨어 있는 고대 도시 페트라. [GETTYIMAGES]
광활한 붉은 모래사막 와디 럼. [GETTYIMAGES]
요르단이 이렇게 여행지로 유명한 나라임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다. 아마도 중동 국가들에 대한 여러 편견과 선입견 때문일 거다. 요르단이 중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국가라는 느낌마저 들 수 있다. 실제로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그들의 문화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라 때로는 당황스럽고 왠지 모를 공포감과 두려움이 엄습해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자체를 하나의 종교로 받아들이고 미지의 세상 속 풍경처럼 인식하다 보니 그때부터 눈앞의 모든 것이 전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혹은 다르게 알고 있었던 중동에 대한 선입견을 요르단 여행을 통해 완전히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중동으로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라면 요르단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나마 이곳이 온건한 이슬람 국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면적은 남북으로 약 460㎞, 동서로 약 355㎞ 뻗어 있어 대한민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1000만 명 정도로 훨씬 적다. 국민의 95%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슬람 수니파다.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개방적이다. 평화적인 약소국이라 ‘중동의 스위스’로 불린다. 산유국이 아니라서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요르단은 여름에 섭씨 40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더운 나라다. 그래서 여행 최적기는 낮 기온이 22도로 쾌적한 4~5월, 9~10월이다. 일교차가 크고 저녁에는 쌀쌀한 편이니 외투는 필수다. 시간은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는 ‘디나르’를 사용하며 전압은 230V로 한국 전자제품을 쓸 수 있지만, 콘센트 모양이 다르니 멀티플러그를 준비하는 게 좋다. 요르단에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 비용은 40디나르(약 17만 원). 출발 전 주한 요르단대사관을 방문해 받거나 현지 공항에 도착해 받아도 된다. 요르단에서 3박 이상 체류할 예정이라면 40여 개 관광지 입장권 등이 포함된 ‘요르단패스’를 구매하면 비자는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요르단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두바이나 도하, 방콕을 경유해야 수도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언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암만이나 주요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환전은 달러를 가지고 가서 시내에 있는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하는 게 가장 좋다. 요즘에는 최소한의 현금만 가지고 가고, 외화 카드나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이슬람 문화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특유의 냄새와 소음, 그리고 숨이 턱 막힐 듯한 묵직한 공기가 이곳이 중동, 그중에서도 요르단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오면 택시 호객꾼 수십 명이 몰려온다. 정신이 혼미해질 타이밍이다. 이때부터 멘털을 제대로 부여잡아야 한다. 눈과 귀, 호흡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이슬람은 미디어와 책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새벽, 정오, 오후, 저녁, 밤, 하루 5번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아잔(Azzan: 기도를 알리는 음성) 소리는 어색함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감정에 오래 빠져 있으면 그때부터 요르단 여행은 꼬이게 된다. 이슬람은 종교로, 낯선 분위기는 하나의 문화로, 어색한 기후는 새로운 대륙에 와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1초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여야 그때부터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요르단 역사의 현장, 시타델
시타델에 남아 있는 비잔틴 시대 교회터. [재이 제공]
암만의 역사를 담은 시타델 조형물. [재이 제공]
요르단 수도 암만의 시내 전경. [재이 제공]
암만에서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다음 시간에는 요르단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로 떠나볼 작정이다.
※ 주간동아 1387호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미지의 나라, 요르단’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