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 카드가 신곡 ‘Without You’를 발표했다. [DSP미디어 제공]
오랜만의 컴백이 반가운 것 한편으로, 멤버들의 수행력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우와 소민은 쿨함과 열정, 러브송으로서 호소와 파티튠으로서 선언적 구절들을 각자의 매력으로 소화해 들려준다. 두 보컬리스트의 유려함을 만끽할 만한 곡이다. 2절에서야 처음 등장하는 제이셉의 랩은 침착하면서도 날카로운 기세를 보여주고, 비엠의 그것은 특유의 묵직함을 기본 색채 삼아 조금 여유롭게 펼쳐낸다. 멤버별 비중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파트 분배가 더없이 설득력 있는 것도 그래서다. 어느 파트라도 온전히 그 멤버의 것으로 느껴진다. 네 멤버는 각자의 파트를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매력을 풍성하게 풀어낸다.
K팝에서 보기 드문 혼성그룹
혹자는 카드를 마치 K팝 동아리를 보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아마추어적이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K팝 산업이 종종 기피하는 혼성 포맷의 성적 긴장감을 묘하게도 탈피한 비결로 멤버들이 보이는 마치 동아리 친구들 같은 ‘케미’를 지적한 것이다. 이 표현을 지금 다시 떠올리는 건 카드의 음악이 조직되는 방식에서도 유사한 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에게는 각자의 차례가 있다. 기다렸다 자신의 파트를 수행한다. 그러고는 다음 멤버에게 바통을 넘긴다. 때로는 비트가 그 자리에 들어온다. 안무에서도 멤버들은 서로 엉키지 않는다. 여느 K팝 아이돌의 곡도 결정적으로 다른 경우는 많지 않지만, 유독 카드에게서는 어떤 ‘선’이 지켜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파트 분배가 좀 더 정격적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2016년 프리데뷔 때부터 K팝 산업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강한 화제성을 띠었고, 해외 시장에서 뜨겁고도 빠른 반응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그룹이다. 카드의 해외 투어는 북미에서 3000석을 전후한 규모, 남미에서는 7000석 규모에도 달하니 국내에서 체감하는 인기에 비해 해외에서 성과가 두드러지는 셈이다(올림픽홀이 보통 3000석 규모다). 그만큼 기획 역시 해외를 겨냥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카드의 내부에 그어지는 선은 K팝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혼성그룹으로서 카드만이 찾아낸 균형점일 수 있다. 또는 카드의 매력이거나 신선함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국내와 해외에서 이들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지점 중 하나일 개연성도 있겠다. 분명한 건 ‘Without You’가 그처럼 선을 지키는 카드의 현 최대한도를 아주 잘 담아낸 곡이라는 점이다. 다가올 여름을 뜨겁고도 선선하게 즐기도록 해줄 만한 곡이라는 사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