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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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높아지는 美 부동산 불황 위험… ‘금리’에 모든 것 달렸다

미국 경제 2가지 위험 부각… 과거 불황 때도 금리인상 선례

  •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이코노미스트

    입력2023-04-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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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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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표된 미국 3월 고용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자, 5월 금리인상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3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3만6000명 증가하며 전달의 32만6000명보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20만 명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또 실업률도 3.5%로 전달의 3.6%에서 소폭 하락했다. 이처럼 고용이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자 시장은 5월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잘못된 선택’이 될 위험을 상당 부분 내포하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에 두 가지 위험이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문제가 되는 위험은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분기마다 진행하는 ‘대출 태도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말 이미 전체 응답자의 44.8%가 “이전보다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답한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2분기 조사 결과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대출 심사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먼저 ‘그래프1’을 보면 회색 영역이 불황(국내총생산 2분기 연속 감소)을 나타내는데, 은행의 대출 심사가 “강화됐다”는 응답이 40%를 넘어선 이후에는 예외 없이 불황이 출현한 것을 알 수 있다. 대출 심사 태도 변화가 경기 변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유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대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08년 초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답변이 40% 선을 넘어선 다음 강력한 대출 감소가 시작됐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대출이 부실화되자, 은행의 심사 분석 전문가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대출 감소로 연결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출 감소는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악순환을 유발했다.

    대출 심사 강화 후 찾아오는 불황

    대출 회수가 일으킨 첫 번째 충격은 가산금리 상승이었다. 돈을 제때 빌리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채권 발행 비용이 급등한 것이다.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가산금리 상승은 곧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불황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연쇄적인 자금 이동을 촉발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이른바 위험자산에서 미국 정부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이 나타나 점점 더 위기에 취약해졌다. 특히 기업 활동이 둔화해 2008년 초 5% 수준이던 실업률이 8월 6% 선을 뚫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또 직장을 잃은 사람이 늘어나 주택시장에서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는 다시 연체율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지금 당장 미국 경제가 붕괴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거듭된다면 ‘대출 회수’ 사태를 촉발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할 뿐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은행의 대출 회수를 촉진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매각 이후 머니마켓펀드(MMF)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4월 7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주 동안(4월 5일 기준) 약 3500억 달러(약 463조 원) 자금이 MMF로 유입돼 미국의 MMF 총 자산 규모가 5조2500억 달러(약 6944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그래프2 참조).



    예금 보호되지 않는 MMF에 돈 몰린다

    MMF는 뮤추얼펀드의 일종으로, 만기가 짧은 금융자산에 투자돼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 금융 감독 당국은 “MMF를 하루 만에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10%, 그리고 일주일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30% 이상 투자하라”고 규제한다. 그러나 MMF는 예금보험 대상이 아니기에 2008년 리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때는 MMF에 투자된 돈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중 자금이 예금보험도 되지 않는 MMF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겠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MMF가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델리티자산운용의 MMF(SPAXX)는 4.49% 이자를 지급한다. 반면 은행들은 만기가 긴 예금에 대해서만 동일한 수준의 금리를 지급하며, 만기가 짧은 예금에 제공하는 금리는 매우 낮아 1년 만기 고객 예탁증서(CD) 금리도 1.4%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SVB 파산 사태 이후 지방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추락한 것도 MMF로 이동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금보험한도를 넘어서는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어차피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MMF를 선택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된다면? MMF로 자금 이동이 더욱 가속화되는 한편, 은행 예금 감소 사태는 더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은행 대출금리도 인상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어차피 대출을 줄이기로 작정한 은행으로서는 금리를 더 붙임으로써 잠재 고객의 이탈을 유도하고 이자 차액은 늘리는 식으로 전략을 짜는 편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건설 및 제조업 고용은 감소세

    물론 MMF에 편입되는 대기업 어음(CP)이나 단기국채 수요는 높아질 것이기에 대출 희망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금리인상에 대한 이해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본시장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은 이자를 좀 더 부담하는 선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겠지만,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부문은 금리인상의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2023년 미국 경제는 부동산 경기 둔화의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담보대출금리(모기지 금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대출 여건마저 악화돼 추가적인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그래프3 참조). 물론 고용지표가 아직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 및 제조업 등 경기에 민감한 부문의 고용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걱정거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력 부족을 경험한 기업들이 경기 여건 악화에도 해고를 자제하고 있긴 하나,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에는 결국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후퇴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회과학 세계에서 100% 확실한 전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FOMC 멤버 다수가 부동산 경기 둔화 위험보다 물가 불안을 더 중시한다면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역사를 돌아보면 불황이 이미 시작됐음에도 금리를 인상한 사례(1974, 1979년 등)를 무수히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2023년 미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해 미국 등 선진국 수요에 의지하는 바가 큰 한국에 여파가 밀려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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