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에 자리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뉴시스]
소프트웨어 선두주자의 초거대 AI 투자 승부수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MS도스(DOS)’, 2000년대 ‘윈도’ ‘오피스’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름 잡았다. 2010년대 이후 IT 산업은 모바일 시장 확대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4년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발머가 퇴장하고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2015년 클라우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오피스’ ‘팀즈’ 등 업무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 구독 방식, 즉 사스(SaaS)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시작했다.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재기에 성공한 마이크로소프트가 2010년대 후반 미래 먹을거리로 일찌감치 주목한 게 AI 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2019년, 2020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총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를 투자했다. 그 반대급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GPT-3, 챗GPT 등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자사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매개로 다른 사업자에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LLM 사용권도 확보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오피스 프로그램은 물론, ‘디자이너’ ‘팀즈’ 등 각종 소프트웨어에 챗GPT를 적용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가령 오피스에 제공될 코파일럿(Copilot) 서비스는 사용자가 텍스트로 원하는 작업을 요청하면 그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동해준다. 팀즈에 적용된 코파일럿은 온라인 회의 중 참가자의 발언을 회의록 형태로 정리해주고, 회의 결과로 결정된 작업 목록도 생성해준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 서비스’는 각 기업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면에서 오픈AI의 자체 API보다 강점이 있다. 이에 따라 챗GPT를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려는 상당수 기업이 애저를 채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PI 판매로 수익을 얻는 동시에 애저 클라우드 가입자도 늘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전략적 투자에 MS 주가 20% 상승세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적용해 에지 브라우저와 검색엔진 ‘빙’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그간 구글 등 다른 빅테크와 경쟁에서 밀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반전 기회를 잡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다음 버전으로 출시한 에지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 밀려 약세를 면치 못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빙에 결합해 AI 챗봇 ‘뉴빙’으로 개편했고, 에지 브라우저에서 인공일반지능(AGI)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AGI 시대에 새로운 슈퍼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매김하고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선두주자 구글의 위상과 덩치가 도리어 독이 되고 있다. 구글 크롬의 세계 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은 60%를 훌쩍 넘어선다. 검색 포털로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다만 구글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검색 광고 분야에서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챗GPT를 검색 기능에 과감히 도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혁신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지와 빙의 브라우저 및 검색 포털 시장점유율이 각각 10%, 3%에 머무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치 스타트업처럼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거대 AI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기술 적용 행보는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1~4월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20%가량 상승했다.
초거대 AI를 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비상(飛上)에서 변수는 오픈AI의 행보다. 최근 오픈AI는 플러그인(plug in)으로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챗GPT에 담는 슈퍼앱 전략을 추진하고 나섰다. 에지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슈퍼앱 전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불편한 동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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