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25년 만에 ‘반도체 감산’
삼성전자는 4월 7일,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한파’에 따른 어닝쇼크 탓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조 원, 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같은 때보다 각각 19%, 95.8% 줄었다.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대가 붕괴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잠정실적 설명 자료에서 “거시경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로 수요가 위축됐다”고 메모리 사업의 실적 악화 배경을 설명했다.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제품인 D램 가격은 1분기 1.81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3.41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 결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사업부는 4조 원대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되는데, 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D램 메이커들이 지난해 이미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마저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기존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당장 어닝쇼크에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반등했다. 감산 발표 전인 4월 6일 6만2300원이던 주가는 12일 6만6000원으로 약 5.9% 올랐다. 4월 7~11일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1조254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 전망치를 잇달아 올려 잡으며 ‘8만 전자’, 더 나아가 ‘9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IBK투자증권은 4월 10일 낸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올려 잡았고, BNK투자증권(8만7000원), 하이투자증권(8만3400원), 키움증권(8만 원) 등도 같은 날 목표주가를 8만 원대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7만4000원→7만7000원), HSBC(7만5000원→8만8000원) 등 글로벌 증권사도 목표주가 상향 행렬에 동참했다.
주가 반등은 삼성전자의 이례적 감산 조치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 우려가 해소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쟁사 SK하이닉스 주가도 4월 6일 8만3800원에서 11일 9만1800원으로 9.5% 오르는 등 선두주자의 감산 결정이 반도체업계 전반에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면서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 전망”
삼성전자 주가 추이에 대해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방향성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올 하반기로 갈수록 D램 고정가격이 조금씩 오를 것이라는 점에서 모멘텀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적과 밸류에이션도 중요한데, 아직 반도체 시장 수요가 약하다”는 점을 들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 움직임에 대해 “이미 삼성전자 주가에 반영될 악재는 다 나왔다고 판단하던 차에 투자자들이 감산 발표에 움직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한 새로운 변수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었는데, 이 또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남 대표는 “올 하반기 코스피가 2700 정도가 되면 삼성전자 주가도 7만 원대에 도달하는 등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당장 ‘8만 전자’ ‘9만 전자’ 운운하면서 주가 급등을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가 반등은 글로벌 경제 전반이 호전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교역이 활성화되면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돼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가가 실물경기에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올 하반기 반도체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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