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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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 미식이 빚어내는 겨울 판타지 여행 삿포로

‘삿포로 눈축제’ 등 설국(雪國)에서 펼쳐지는 세계적 축제 한가득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5-01-2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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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홋카이도(北海道)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하며 면적이 대한민국의 84%, 일본 전체의 약 22%에 이른다. 봄에는 신록이 푸르고, 여름에는 라벤더가 보랏빛 물결을 이루며,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화려하고, 겨울에는 포근한 하얀 함박눈이 온 세상을 뒤덮는다.

    사계절 풍경이 하나같이 수려하지만 그중 으뜸은 바로 겨울이다. 북위 43도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동해·오호츠크해·태평양에 둘러싸여 있다. 겨울철 차가운 바다를 지나며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는 홋카이도에 부딪히면서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눈을 토해낸다. 겨울에는 연평균 4~6m 적설량을 보여 말 그대로 설국(雪國)으로 변한다. 영화 ‘러브레터’나 ‘철도원’에서 본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홋카이도는 시간이 멈춘 듯한 겨울왕국 그 자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겨울왕국

    세계 3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 [GettyImages]

    세계 3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 [GettyImages]

    홋카이도 여행의 출발점은 일본 5대 도시 가운데 하나인 ‘삿포로(札幌)’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3시간가량 비행하면 북해도 시작점인 신치토세공항에 닿는다.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 중심까지는 쾌속 열차로 약 40분이면 닿는다.

    삿포로는 미국식 도시계획으로 반듯하게 구획돼 초보 여행자도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여행 코스는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오도리 공원(大通公園)’을 중심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거대한 녹지공원인 오도리 공원은 길이만 해도 1.5㎞가 넘는데, 우거진 숲과 잘 가꾼 잔디 위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화려한 꽃이 만발한다. 유럽풍 분수와 화단, 수려한 조각상을 배경으로 산책하며 도심 속 휴식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으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다. 또 여름이면 맥주 축제, 겨울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삿포로 눈축제’가 이곳을 중심으로 열린다.

    유키마쓰리(雪祭)로도 불리는 삿포로 눈축제는 1950년부터 이어져온 일본 최대 축제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삿포로 지역 고교생들이 설상(雪像) 6개를 세운 것이 눈축제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1972년 열린 제11회 삿포로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조각가들 손을 통해 새하얀 눈과 투명 얼음이 수백 개의 환상적인 조각품으로 변신해 전시된다. 축제 기간에 동원되는 눈 양만 5t 트럭 7000여 대 분량이다. 흰 눈 속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은 물론, 겨울 낭만까지 만끽할 수 있어 매년 약 200만 명이 이 축제를 즐기고자 삿포로를 찾는다. 올해는 2월4일부터 11일까지 오도리 공원과 도심 곳곳에서 제75회 삿포로 눈축제가 열린다.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눈축제를 더욱 화려하게 만드는 또 다른 겨울 축제다. 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남북으로는 삿포로역, 동서로는 미나미이치죠 거리까지가 축제 장소다. 축제 시기가 되면 거리 곳곳이 꽃마차와 궁전 등 다양한 조형물이 발산하는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다. 매년 80만 개 넘는 전구가 사용된다.

    삿포로는 근대 문화유산과 현대적 건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로, 오도리 공원 동쪽에 위치한 ‘삿포로 TV타워’도 놓쳐선 안 되는 볼거리다. 이 시계탑은 1881년 처음 설치된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또 90m 높이 전망대에 오르면 삿포로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각양각색 조명이 삿포로의 밤을 화려한 낭만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설경과 어우러져 더 매력적인 홋카이도청 구본청사. [GettyImages]

    설경과 어우러져 더 매력적인 홋카이도청 구본청사. [GettyImages]

    ‌오도리 공원과 삿포로역 사이에 위치한 ‘홋카이도청 구(舊)본청사’는 일본 메이지 시대(1868~1912)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1888년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를 개척할 당시 지어졌으며, ‘아카렌가(붉은 벽돌)’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붉은 벽돌의 청사 건물은 설경을 만나면 한층 더 매력을 발산한다.

    가시 아래 부드러운 속살이 일품인 털게

    겨울왕국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다. 삿포로는 징기스칸(양고기구이)과 털게·성게알 등 신선한 해산물을 비롯해 수프카레, 우동, 미소(일본식 된장) 라멘 등 미식 여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그중 으뜸은 홋카이도의 명물 털게로, 뾰족한 가시 아래 부드러운 속살이 일품이다.

    일본 3대 라멘(하카타·삿포로·기타카타) 중 하나로 꼽히는 미소 라멘도 꼭 맛봐야 한다. 맛있는 라멘을 먹고 싶다면 스스키노 거리에 위치한 라멘요코츠 골목으로 가면 된다. 삿포로만의 별미로는 시원한 맥주도 있다. 삿포로 맥주는 기린, 아사히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맥주로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이 있으니 지역 요리와 함께 꼭 마셔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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