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공하지 않아도 원석이 아름다운 보석이 있다. 인공적인 건축물 하나 없이 인간이 살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는 원시림도 존재한다. 존재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사물과 비교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바로 보아다. 2000년 ‘ID : Peace B’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보아는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며 단순한 하이틴 스타가 아니라 솔로 여성 싱어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일신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앨범이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다.
절도 있는 비트의 첫 트랙 ‘Game’이 시작되자마자 앨범에 대한 집중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행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의 독특한 멜로디라인은 ‘아브라카다브라’로 한국 걸그룹 노래를 평정한 바 있는 지누가 작곡했다. SM이 오랫동안 지속됐던 유영진 체제를 탈피, 새로운 작곡가들의 라인업을 구축했는데 그 첫 결실이 소녀시대의 앨범에서 이뤄졌고 보아 앨범에서 빛을 발했다. 프로모션 트랙으로 밀었어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을 쾌작 ‘Game’이 지난 후, 지금 가장 ‘뜨고’ 있는 노래 ‘Hurricane Venus’가 등장한다. 현재 대부분의 걸그룹이 채택하는 컨템퍼러리 댄스뮤직 스타일과 오토튠으로 음성 변조한 도입부는 젊은이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돈나나 카일리 미노그 같은 일렉트로닉 여제들의 노래를 연상케 하는 중독성 강한 클라이맥스는 30대 이상의 ‘헤비 리스너’에게도 어필할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또한 프로모션 트랙 이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할 것이 분명한 ‘Dangerous’는 최근 걸그룹의 노래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이었던 f(x)의 ‘Nu ABO’를 만든 토머스 트롤슨의 작품이다. SM 최고의 무기인 작곡가 팀 ‘디자인 뮤직’과 토머스 트롤슨을 내세우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앨범은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옆 사람’에서 의외의 한 방을 선사한다. 보아 특유의 애수 가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보아는 댄스 장르로 특화된 아티스트로만 포장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한국적 슬로 넘버 ‘옆 사람’은 김동률 특유의 꾸밈음과 보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수작이다. 이번 앨범은 한정적인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는 노력마저 엿보인다. 모던록 밴드 넬의 김종완이 만든 노래 ‘한별’은 보아의 목소리가 어쿠스틱 기타와 서정적인 슬로 록의 리듬에 녹아드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게 한다.
원석 자체로 아름다운 보석, 보아는 치장을 하면 할수록 매력이 줄어든다. 그 사실을 코디네이션 팀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갸루 화장’ 같은 아이템은 화장품 등의 연계 마케팅과 관련 있겠지만 그것이 아티스트의 본질을 훼손한다면 좋지 못한 마케팅이다.
어쨌든 정말 놀라운 사실은 10년 경력의 이 노련하고 뛰어난 아티스트가 이제 24세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보아는 창창한 미래를 지니고 있다. 세월이 지나 아티스트로서 더욱 완숙미를 가지게 되는 날, 얼마나 대형 예술가가 돼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 것인지, 10년을 지나왔어도 그 기대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고 먼 곳에 있다.
절도 있는 비트의 첫 트랙 ‘Game’이 시작되자마자 앨범에 대한 집중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행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의 독특한 멜로디라인은 ‘아브라카다브라’로 한국 걸그룹 노래를 평정한 바 있는 지누가 작곡했다. SM이 오랫동안 지속됐던 유영진 체제를 탈피, 새로운 작곡가들의 라인업을 구축했는데 그 첫 결실이 소녀시대의 앨범에서 이뤄졌고 보아 앨범에서 빛을 발했다. 프로모션 트랙으로 밀었어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을 쾌작 ‘Game’이 지난 후, 지금 가장 ‘뜨고’ 있는 노래 ‘Hurricane Venus’가 등장한다. 현재 대부분의 걸그룹이 채택하는 컨템퍼러리 댄스뮤직 스타일과 오토튠으로 음성 변조한 도입부는 젊은이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돈나나 카일리 미노그 같은 일렉트로닉 여제들의 노래를 연상케 하는 중독성 강한 클라이맥스는 30대 이상의 ‘헤비 리스너’에게도 어필할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또한 프로모션 트랙 이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할 것이 분명한 ‘Dangerous’는 최근 걸그룹의 노래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이었던 f(x)의 ‘Nu ABO’를 만든 토머스 트롤슨의 작품이다. SM 최고의 무기인 작곡가 팀 ‘디자인 뮤직’과 토머스 트롤슨을 내세우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앨범은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옆 사람’에서 의외의 한 방을 선사한다. 보아 특유의 애수 가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보아는 댄스 장르로 특화된 아티스트로만 포장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한국적 슬로 넘버 ‘옆 사람’은 김동률 특유의 꾸밈음과 보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수작이다. 이번 앨범은 한정적인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는 노력마저 엿보인다. 모던록 밴드 넬의 김종완이 만든 노래 ‘한별’은 보아의 목소리가 어쿠스틱 기타와 서정적인 슬로 록의 리듬에 녹아드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게 한다.
원석 자체로 아름다운 보석, 보아는 치장을 하면 할수록 매력이 줄어든다. 그 사실을 코디네이션 팀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갸루 화장’ 같은 아이템은 화장품 등의 연계 마케팅과 관련 있겠지만 그것이 아티스트의 본질을 훼손한다면 좋지 못한 마케팅이다.
어쨌든 정말 놀라운 사실은 10년 경력의 이 노련하고 뛰어난 아티스트가 이제 24세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보아는 창창한 미래를 지니고 있다. 세월이 지나 아티스트로서 더욱 완숙미를 가지게 되는 날, 얼마나 대형 예술가가 돼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 것인지, 10년을 지나왔어도 그 기대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고 먼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