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적인 파격 연출이 난무하는 오페라계에서 빈은 고전적인 고증을 거쳐 과거의 무대를 고집하기로 소문나 있다. 이날도 모차르트 당대 의상과 소품이 충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객석은 평소처럼 입석까지 완전 매진. 페터 슈나이더가 지휘하는 빈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는 다이내믹한 음악으로 오페라 반주의 정석을 들려줬다. 피가로 역의 존 렐리아는 시종일관 배역의 캐릭터에 몰입해 흥미를 더했고, 백작부인과 수산나를 각각 열연한 첼리아 코스테아와 타티아나 리즈닉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처음과 끝을 꿰뚫는 듯한 연기와 노래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음악의 도시 빈은 17세기 중반부터 오페라를 궁정에서 열기 시작, 1704년 최초의 극장이 세워지고 1869년 현재의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로 개막 공연을 했다. 구스타프 말러가 극장의 초석을 다졌으며 브루너 발터, 한스 크나퍼츠부슈, 카를 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당대 최고의 거장들만이 이곳의 포디엄(podium)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런 전통은 현재도 그대로 적용돼 9월4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로 문을 여는 2007~2008 시즌에서도 그 화려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빈국립오페라단이 사상 첫 내한 공연을 가진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주역 가수까지 합쳐 100여 명이 무대에 오르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9월19~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연주 레퍼토리는 오페라단 선배들이 초연했던 ‘피가로의 결혼’. 특히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이다. 오페라 극장에서의 오페라가 아니라 잔향이 긴 콘서트홀에서 음악과 아리아에 더욱 집중하며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60여 명의 빈국립오페라단 오케스트라. 1860년 이래 합스부르크 제국의 궁정악단으로 출발한 이 오케스트라는 잘 알려진 대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은 몸통을 취한다. 20여 명의 오페라 주역에는 빈국립오페라극장 현역으로 무대에 서는 최고의 성악가들이 포진해 있다. 지휘는 일본 출신의 거장 세이지 오자와가 맡는다. 이번 공연은 올해 하반기 음악계 최고의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