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최고 보양식으로 꼽히는 민어매운탕.
민어매운탕을 추천한 사람은 서울 용산우체국 옆에서 18년째 일식집 ‘남해(南海)’를 운영하는 정영구 씨다. 급할 때는 칼도 잡지만 그에게 걸맞은 호칭은 요리 지배인이다. 그가 요리에 입문한 음식점은 무교동 일식집 이학(二鶴)이다. 일제강점기에 생겨 1970년대까지 명성을 날린 곳으로 서울에 이름난 일식 요리사들이 한 번씩 거쳐간 곳이다. “비싸더라도 최고의 재료를 써라.” 이학 주인 오도선 씨에게서 정씨가 배운 것이다.
정씨는 지금도 값은 비싸더라도 최고 재료를 고집한다. 그래야 마음 편하고 자신도 있고 확실한 요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장도 그가 직접 본다. 전화 한 통화로 그날 생선의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지만, 그래도 아침이면 남대문과 노량진 수산시장을 돈다. 그는 자연산을 고르고, 자연산 중에서도 남해 생선을 고른다. 서해산인지 남해산인지 구분하기는 생선 장수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남해는 서해보다 조류가 빠르고 물이 맑아서, 생선들도 운동량이 많아 살이 차지고 맛이 좋다는 것이다.
민어는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7~8월에 많이 잡히는 여름 생선이다. 민어의 수명은 12~13년인데 1년 자라면 30cm쯤, 5년 자라면 1m쯤 된다. 가장 맛있는 민어는 작살로 잡은 것이고, 다음은 낚시로 잡은 3~4kg 되는 놈이다. 세 번째가 그물로 잡은 것이고 꼴찌가 양식한 것이다. 민어는 고단백 식품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부위로 민어 부레를 첫손에 꼽는다. 얼마나 쫄깃했으면 민어 부레를 자개장이나 각궁을 만드는 접착제로 썼을까.
정씨가 최고로 치는 민어매운탕은 비늘을 벗겨낸 민어를 가마솥에 넣고 12시간 푹 고아낸 것이다. 정씨는 지인들과 해마다 여름이면 민어매운탕을 고아 먹는데, 음식점에서는 푹 고아낼 수가 없다. 모양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살과 뼈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낸다. 맛을 내는 데는 매운탕 소스를 어떻게 만드냐가 중요한데, 주방장이 바뀌어도 그가 맞춰놓은 소스 맛은 바뀌지 않는다.
한 가지 비법을 털어놓자면 매운탕 소스로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소금이 들어가는데, 중요한 것은 고춧가루와 소금의 비율이다. 고향 마을 누이에게 부탁해 재배하고 햇빛에 말린 고추 18근을 가루 내서 천일염 450g을 넣으면, 된장이나 고추장의 분량이 조금 차이 나더라도 소스 맛이 제대로 난다고 했다.
도톰하고 차진 민어회에 민어매운탕 한 그릇을 비우는데, 감칠맛에 입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였다. 요즘처럼 수입산 재료가 범람하는 세상에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만 고집한다는 요리 지배인의 말에 음식 맛이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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