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검찰의 편치 않은 속사정과 관련 있다. 검찰이 총장 탄핵까지 들고 나온 한나라당과 이 후보 측을 향해 “(도곡동 땅과 관련된) 자금 흐름과 관련자 진술 등 조사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반격할 때만 해도 이 후보는 여러 대선 후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8월20일 이후 그의 신분은 완전히 바뀌었다. 당선 가능성 1위인 야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그를 상대로 검찰이 수사를 하기란 부담이 적지 않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소 고발이 모두 철회된 마당에 검찰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온 수사다. 어느 수준까지 수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것인지에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큰소리는 치지만 한나라당도 검찰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공개할 내용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 협박용인지를 모르니 무턱대고 검찰에 싸움을 걸 수도 없다. 게다가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 뒤여서 움직임은 더욱 조심스럽다.
이 후보 의혹 수사팀 다른 사건 맡아
현재 한나라당에 대한 검찰의 자세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검찰은 “이상은 씨 등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다시 고소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둔다.
물론 검찰은 이 후보의 친형과 처남 등 의혹 관련자들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보면 결국 검찰의 입장은 “지금 상황에서 검찰은 이명박 후보의 땅 문제를 조사할 의사가 없다”는 정도로 읽힌다.
최근 검찰은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대기업 건설사들의 담합문제 수사를 지시했다. 파견 수사인력도 원대복귀시켰다.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셈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후보와 관련된 문제들,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완전히 손을 뗐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검찰은 여전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한 고위관계자의 말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대선 과정에서 또 다른 고소 고발이 들어오지 않겠나. 그때 가서 수사해도 늦지 않다. 기다리면 오게 돼 있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나.”
검찰과 이명박의 악연(惡緣)은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