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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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침묵 악정 비판 … 일본 지식인 해부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4-09-23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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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병 침묵 악정 비판 … 일본 지식인 해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배는 우리 민족에게 돌이키고 싶지 않은 수모의 세월이다. 몇몇 친일파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압박과 설움 속에서 해방의 날을 기다렸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당시의 일본인들은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일본의 지식인들도 아시아 침탈에 혈안이 돼 있던 제국주의자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한상일 교수(국민대 정치외교학·사진)도 이 같은 궁금증에 맞닥뜨렸던 것 같다. 한교수는 최근 펴낸 ‘제국의 시선’에서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를 등장시켰다. 당시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의 시각으로 조선 식민지배를 보고자 한 것이다.

    요시노는 기독교인으로 일본의 조선지배에 대해 수차례 동정적인 발언을 한 인물이다. 그는 헌병과 군대를 앞세운 무단통치, 관료주의와 국방 본위의 지배정책, 억압적 동화정책, 철저한 언론통제 등을 비판하면서 식민정책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심지어 1910년 이후 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정책을 ‘악정(惡政)’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요시노는 참으로 양심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한교수는 요시노의 더 깊은 속을 들여다봤다.

    “요시노는 일본의 조선정책을 비판했지만, 그는 철저한 식민론자였다. 그는 조선인이 거부하는 식민정책의 원죄라 할 수 있는 ‘합병’을 한 번도 부인하지 않았다. 요시노가 제시한 조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근본적으로 일본의 국가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이 명확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조차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있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합리화하고 하나로 뭉치는 그들의 국민성이 몸서리치도록 미우면서도 두렵다. 해방된 지 60년 가까이 됐는데도 친일 과거사 청산 문제로 양분돼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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