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경기와 합숙생활 장손 노릇 제대로 못해 늘 죄송](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23/200409230500107_1.jpg)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합숙생활을 하면서 명절 때 집에 가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 추석은 일본오픈탁구대회 일정과 매번 겹쳤거든요.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일본에 가 있거나, 일본오픈을 앞두고 한창 연습하고 있었죠. 운동 때문에 장손 노릇을 제대로 못하네요.”
유선수의 큰아버지는 딸만 넷을 낳고 돌아가셨다. 유선수 아버지 유우향씨(50)는 유선수를 아들이 없는 형님의 호적에 올리려 했다고 한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선수 아버지가 집안 제사를 지내고 있다. 1년에 5차례 제사가 있지만 유선수는 한두 번 참석하는 게 고작이다.
“아버지 혼자 제상에 술 올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해요. 하지만 아버진 늘 ‘괜찮으니까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하시죠. 제삿날 아침에는 꼭 전화해서 ‘오늘 하루는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연습과 경기에 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잊지 않으시고요.”
![명절마다 경기와 합숙생활 장손 노릇 제대로 못해 늘 죄송](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23/200409230500107_2.jpg)
유치원 졸업식 때 찍은 사진.
“일본오픈 한 달 전에 아시아시니어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왕하오 선수를 만나 이겼어요. 중국 최고 선수를 이겼다는 자신감이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왕하오 선수에게 이겨 금메달을 땄지만 사실 그 사이에 여섯 번을 졌어요. 정말 뛰어난 선수인 건 사실이에요.”
일본오픈에서 3위 성적을 거둔 것만이 이해 추석을 특별하게 만든 건 아니었다. 상금으로 40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으로 중학교 시절 코치였던 정운식 선생님에게 350만원짜리 중고 자동차를 선물했다. 정선생님은 지금도 이 중고 차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처음 탄 상금이고 해서 뒷바라지해주신 아버지를 위해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부모보다는 스승이 먼저’라며 ‘너를 잘 가르쳐준 중학교 코치 선생님께 선물하자’고 제안하셨어요.”
유선수는 올해 일본오픈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추석 때 하루 이틀 정도 강화도에 있는 집에 다녀올 수 있게 됐다. 10월20일 중국 쓰촨성(四川省) 탁구단에 임대되어 가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달콤한 휴가인 것. 유선수는 “명절 때도 쉬지 못하는 건 운동선수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듬직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