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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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에서 1급으로…조달청의 ‘산 증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9-23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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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급에서 1급으로…조달청의 ‘산 증인’
    ●●●9월13일 취임한 신삼철 신임 조달청 차장(56)의 입지전적 ‘공직 생활’이 관가에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신차장은 1965년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67년 9급(당시 5급을류)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74년 주사보(7급)로 조달청에 둥지를 튼 뒤, 37년 만에 직업공무원 최고위직인 1급에 올랐다. 조달청 근무 경력만 30년으로 조달청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국장으로 승진하기 전에는 고시를 못한 것에 대해 열등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박사학위를 갖기 이전엔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지 않았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하급직부터 출발한 게 불리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고시 출신들은 인맥이나 ‘출신 배경’에 안주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거든요.”

    이번 인사에서 그는 전문성과 추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공직 생활은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연속이었다. 바쁜 공직 생활 중에 틈을 내 경기대(야간)를 마쳤고, 97년엔 일본으로 국비 유학을 떠나 석사학위(국제경제법)를 취득했다.



    일본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다 2004년 청주대에서 박사학위(경영학)를 받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신차장의 전문성은 이러한 향학열의 산물이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 익힌 외국어 실력도 든든한 ‘뒷배’. 영어 일본어에 능통하고, 중국어가 가능한 그는 일본 유학시절 ‘WTO시대의 정부조달’(일본 JETRO 출판부 펴냄)이라는 책을 일본어로 써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 출판 시장에서 초판이 매진됐다고 한다.

    신차장은 내자, 외자, 비축 등 조달청의 거의 모든 부서에서 근무했다. 새로 부서 배치를 받을 때마다 일반 업무 외에 나름의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꼼꼼히 실행해나갔다. 결과물이 나올 때 즈음이면 다른 부서로 배치를 받았고, 다시 ‘로드맵’을 작성해 하나 둘씩 실천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업무에 대한 열정이 비교적 높았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자부합니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아요. 상사와 코드를 맞추거나 자신을 포장하는 데는 능하지만 열정이나 탐구열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해야 해요. 고시 출신이라도 출신과 배경에만 안주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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