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매끼리 초대 세계 여왕을 가리는 대결은 애초 박지은 3단의 승리가 예상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장쉔(張璇) 8단을 준결승에서 꺾은 기세에다 윤영선 2단과의 통산 전적에서도 3전 전승으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박 3단은 이 대회 결승에 앞서 열린 후지쓰배에서도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명인을 꺾는 등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자매대결은 역시 변수가 많았다.
백1로 뛴 수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린 수로 역전의 구실이 됐다. 흑이 2를 선수하고 재빨리 6으로 손을 돌리자 승부가 단숨에 미세해진 것. 백1의 마늘모가 정수였다. 흑은 A 쪽의 차단 때문에 2·4로 수비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백5로 상대의 약점을 추궁하며 9로 미끄러져 들어갔으면 상당한 격차를 벌릴 수 있었을 것이다. 298수 끝, 흑 1집 반 승.
< 정용진 /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