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1

..

수많은 브라질 요리 향연… “요리도 열정이 중요”

  • < 백승국/ ‘극장에서 퐁듀 먹기’의 저자 > baikseungkook@yahoo.co.kr

    입력2004-11-01 16: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많은 브라질 요리 향연… “요리도 열정이 중요”
    어느 책에선가 요리는 섹시한 사람이 잘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영화 ‘맛을 보여드립니다’는 뛰어난 요리 솜씨와 미모로 미국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브라질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천부적인 요리 솜씨를 가진 여인 이사벨라(페넬로페 크루즈)는 남편과 함께 음식점을 경영하며 브라질 해안에 있는 마을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이사벨라는 그 길로 곧장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남편의 환영에 시달리던 그녀는 바다의 여신에게 자신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은 마술처럼 실현된다.

    우여곡절 끝에 요리학원 강사가 된 이사벨라는 그곳에서 브라질 요리를 선보인다. ‘모캐카 지 카마라오’라는 이름의 이 요리는 고추와 양파, 토마토, 칠리를 살짝 볶고 육수를 넣은 뒤, 끓기 시작할 때 새우를 넣어 핑크빛으로 변할 때까지 익혀 실란토 잎을 장식해 접시에 내놓으면 완성되는 요리다. 이때 이사벨라는 수강생들에게 요리법보다는 요리를 하며 열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은 브라질 고추 말라게타 중에서도 가장 작은 종자인 ‘칠리페퍼’의 냄새와 맛을 통해 요리의 열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빼어난 외모로 TV 요리쇼의 진행자로 발탁된 이사벨라는 순식간에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요리쇼는 브라질 음식을 소개하려던 이사벨라의 의도를 벗어나 변하기 시작한다. 방송국에선 이사벨라에게 브라질이 아닌 미국식으로 보이게 맵시를 갖추라 하고, 소비자들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며 칠리페퍼 대신 타바스코 소스를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그녀는 돈과 명예가 보장된 요리쇼 진행을 박차고 브라질 요리사로서의 자존심을 택한다.

    요리를 잘하기 위해선 요리 속에 감정과 경험까지 녹아나야 한다는 이사벨라의 요리 철학.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이사벨라가 손끝으로 빚어내는 수많은 브라질 요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구 식욕이 돋는 걸 느끼게 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