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 화사한 속삭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1/01/200411010500079_1.jpg)
가나아트센터에서 4월12일부터 열리는 ‘천변만화(千·變·萬·花) - 봄 이야기’는 짧아서 더욱 아쉽기만 한 봄기운을 그림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산천의 봄/ 세상의 봄’ ‘심상의 봄’ ‘천변만화/ 꽃 이야기’라는 세 주제로 18명의 작가가 그린 작품 60여점이 제각각의 목소리로 봄의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같은 작고한 작가의 유명 작품과 이대원 고영훈 정종미 등 현재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원로 및 중견작가, 그리고 젊은 작가의 신선한 감각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다.
![싱그러운 봄, 화사한 속삭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1/01/200411010500079_2.jpg)
같은 전시장의 중앙에 걸린 고영훈의 신작 옆에는 ‘지금까지 꽃을 가볍게 여기고 무겁고 철학적인 것들만 그려왔다. 그러나 꽃도 한없는 깊이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라는 게 꼭 심오해야만 할까. 보는 사람을 즐겁고 기쁘게 한다면 더욱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내용의 작가 노트가 붙어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그런가 하면, 봄의 심상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추상작품을 선보인 전병현은 ‘봄이 오는 길목, 도시의 매연과 빌딩숲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 이제 동산의 개나리와 진달래는 우리네 마음속에서 피려는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 그나마 조금 남은 흙밭에 살짝 붙어 있는 봄날의 흔적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걸어본다’는 단상을 적었다.
![싱그러운 봄, 화사한 속삭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1/01/200411010500079_3.jpg)
‘봄 이야기’전을 찾는 관객은 단순히 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의 모음으로 이번 전시를 한정하지 말고 작품의 선정 배경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작품 사이의 관계 등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기획자의 의도를 읽으며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면 전시회장을 찾는 즐거움이 두 배로 늘어날 듯싶다(4월28일까지. 문의: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