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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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정치권 유입 차단 비책 있다”

부패방지위 강철규 위원장 … 정치자금 제공 때 이사회 결의 등 부패 유발 낡은 제도 고칠 터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4-11-01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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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돈 정치권 유입 차단 비책 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권과 권력 주변의 부패 척결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일반인들의 부패 불감증도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4월12일 서울 남대문로5가 시티타워빌딩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 집무실에서 만난 강철규 초대 부방위원장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부패 척결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작년 7월24일 제정된 부패방지법에 따라 올 1월25일 출범한 부방위는 아직 어느 분야의 부패부터 손을 댈지 정하지 않은 상태. 그러나 강위원장의 이런 의지와 소신은 앞으로 부방위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정치권 부패 척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 안 쓰는 정치 구조를 만드는 것과 함께 정치권으로의 검은 돈 유입 방지를 제도화하는 일. 이 가운데 전자는 정치권 스스로의 결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후자는 부방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사안이다. 강위원장은 이와 관련, 사견임을 전제로 “기업이 정치자금을 제공할 때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한다거나, 기업의 오너가 자기 기업에서 마음대로 가져간 돈을 처리하는 회계 계정인 가지급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국세청 통보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층의 부패 척결에 대한 강위원장의 의지는 3월30일 부방위가 장관급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3명의 부패 혐의를 검찰에 고발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번 고발 대상에는 전직 고위 공직자까지 포함돼 공직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당사자들의 반발과 언론의 비판 등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대한 강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법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지켜 고발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 공직자, 시·도지사, 국회의원, 법관과 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부패 행위에 대한 내부 신고 또는 공익 제보가 들어오면 ‘부방위 신고심사국의 확인 조사`→`분과위원회 검토`→`부방위 전원회의 의결’ 등 3단계를 거쳐 검찰고발 및 조사기관 이첩 등을 결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번 고위 공직자 고발 사안도 3단계에 걸친 엄격한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만,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당사자에 대한 소명 기회를 줄 권한과 의무는 없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고발 대상에 포함된 한 공직자의 경우 그 공직자가 속한 기관에서도 조사했지만 무혐의 판정을 받은 사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거듭 말하지만 부방위로서도 나름대로 철저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발한 것입니다. 비록 당사자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신고인과 참고인, 이해 관계자들을 통해 철저히 확인했습니다. 그런 만큼 과거 내부에서 조사했다 하더라도 부방위가 고발한 이상 검찰도 의지를 가지고 다시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조사중인 사안 가운데도 고위 공직자의 부패 혐의에 관한 것이 있습니까.

    “검은 돈 정치권 유입 차단 비책 있다”
    “출범 이후 50여건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데,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검찰 등 다른 사정기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생각입니까.

    “긴밀히 협조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부방위에는 재조사요구권, 재정신청권, 제도개선권고권 등의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들 사정기관과 균형 시스템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방위가 현재 권한으로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부방위 같은 기구가 있는 나라는 홍콩과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인데, 이들 나라는 부패 척결에 관한 한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부방위 출범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벌써 예방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가운데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일이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 부분을 소득공제해 주는 것입니다. 자영업자와 세무공무원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이 제도가 크게 히트했는데, 이처럼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계속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부방위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부 신고자의 신고를 받아 공직자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패를 발생하게 하는 낡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부패 방지를 위한 기본 계획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완성한 후 각 부처에 통보해 부처별로 시행하도록 권고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도 수시로 검토할 예정이긴 합니다만 제도 개선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방위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십시오.”

    강위원장은 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등 시민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개혁파’ 중견 경제학자. 그는 재벌 위주 경제 성장에 대해 특히 비판적이었다. 재벌이 과거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 등의 문제 때문에 오히려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 되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우리는 경제 수준으로 보면 세계 10위권에 진입해 선진국 문턱에 와 있으나, 부패 수준은 40위권의 후진국입니다. 적어도 현재의 우리 소득 수준에 맞게 25위 수준까지는 개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가 현 정부 들어 부패 방지에 관련된 직책을 잇따라 맡은 것도 이런 철학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임 직책은 2000년 5월부터 맡고 있었던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인 위원장. 규제개혁 역시 제도적으로 부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규제개혁위와 부방위의 업무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부방위원장직을 제의받고 선뜻 응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규제개혁위원장이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맡는 자리라는 점을 들어 ‘총리급 교수’에서 ‘장관급 교수’(부방위원장은 장관급이다)로 격하됐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시민운동을 하다 공직에 들어왔는데,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의 차이는 어떻습니까.

    “시민운동을 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깨끗한 분야도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허가 관련 업무를 다루는 부처에 대한 국민의 부패 체감도는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또 정치권과 권력 주변의 부패는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부방위 내부의 부패를 방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나 복안은?

    “부방위가 더 깨끗해야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패방지법에서 부방위의 7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부방위 나름대로는 출범 이후 엄격한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가장 먼저 추진했습니다. 3월18일에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내부 검토 및 전문가 협의를 거쳐 윤리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또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윤리상담실과 윤리심의위원회를 두어 소속 직원이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징계 또는 수사 요청 등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내부 직원 자체 감찰 업무를 수행하는 법무감사 담당관실에서 수시로 직원들의 직무 감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모두가 부패 척결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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