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밑에서 이뤄지는 어두운 거래, 프로의식이 부족한 기업가, 문제점을 감추려고만 하는 기업문화 등이 모두 벤처를 실패하게 만든 원인이다.”
얼마 전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 벤처기업가들이 모두 모인 ‘한민족 벤처네트워크’에 참석한 미국 암벡스그룹의 이종문 회장(72)은 한국의 벤처기업 환경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이회장은 이미 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를 설립해 코리안 성공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이회장의 언급은 ‘벤처 원조’의 시각에서 본 ‘한국형 사이비 벤처’에 대한 통렬한 질타였던 셈이다.
2000년 한 해 고점과 저점을 동시에 경험했던 벤처의 흥망은 결국 ‘정현준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로 막을 내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경제의 엔진’,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벤처업계의 세밑치고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코스닥 지수도 3월 초 연중 최고치(283.44)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그렇다면 지난 1년이 벤처업계에서 악몽으로만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도약을 위한 움츠림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인가. 이는 내년도 벤처업계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벤처투자업체인 파워벤처인베스트먼트 김철 사장은 “내년 하반기쯤이면 투자업체들에서 희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 제조업체를 운영했던 경력 때문인지 순수 닷컴기업보다는 통신장비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에 주로 투자한 김사장은 “벤처업계에서는 내년 중하반기쯤이면 경기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순수 닷컴기업과 장비 제조업체 등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비즈홀딩스 정사동 부사장은 “순수 닷컴기업의 경우 유료화가 난관에 봉착한 상태에서 뾰족한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하면 더 많은 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세계 정보기술산업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의 추이.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이 최근 경기둔화의 찬바람을 전면에서 맞으며 저조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 조건 미달로 나스닥에서 퇴출되는 IT기업들도 적지 않다. 점점 나스닥과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는 적신호가 켜질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해외경제정보 서비스업체인 와이즈인포넷 이민환 과장은 “매년 12월 절세(絶稅) 목적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의 관례로 볼 때 최근의 하락만을 놓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아직까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보다는 연착륙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내년 1년을 ‘98년부터 시작된 랠리가 조정을 받고 있는 시기’로 규정했다. 그동안 과도하게 치솟았던 기술주 주가가 정상을 되찾는 시기인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 닷컴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면서 본격적 구조조정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운영업체인 ㈜아이아시아웍스 코리아 박용범 과장은 “내년에는 특히 가격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여 기술력뿐만 아니라 영업력이 뛰어난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수요 부족 상태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 닷컴기업을 비롯한 벤처기업들이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전에 없던 생존 모델을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고 테헤란밸리의 벤처들이 간판을 내리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수요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벤처기업들이 수익모델에 대한 검토도 없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물론 벤처 육성을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워 양적 팽창만을 조장한 정부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내년에도 벤처업계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이유 때문.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벤처업계에서 해외 진출 쪽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벤처업계에서는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12월16일 끝난 ‘월드 벤처 페스티벌 2000’에는 38개의 해외 벤처캐피털이 참가했고 여기서 투자대상으로 꼽힌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문제는 일반 벤처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해외 시장 중개 시스템이나 M&A 중개 시스템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는 것.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는 비관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이러한 전문가를 키우는 일에 집중했어도 모자랄 시기에 너도나도 ‘묻지 마 투자’에 나서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장기안정자금을 벤처업계 주변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연기금 운용 자금을 코스닥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무래도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보다 안정형으로 운용되는 연기금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면 코스닥 시장을 출렁이지 않게 진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 미국에서 벤처의 젖줄로 기능하고 있는 대부분의 에인절(개인투자자)들도 50대 이상의 퇴직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직 후 여유자금으로 에인절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의 자본 시장 위축이 시장에 유동성 자체가 말랐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한 방식이다. 정부도 단순히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시장의 인프라를 넓혀준다는 시각에서 벤처 활성화 정책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인들 스스로가 ‘정현준식’이나 ‘진승현식’의 ‘한눈팔기’와 ‘머니게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벤처연구소장인 한양대 한정화 교수(경영학)는 “무엇보다 벤처업계에 대한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벤처기업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정직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교수는 “2001년에는 벤처업계에서 창업`-`보육`→`지원`-`육성→투자`-`회수의 벤처 생태계를 둘러싼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 벤처기업가들이 모두 모인 ‘한민족 벤처네트워크’에 참석한 미국 암벡스그룹의 이종문 회장(72)은 한국의 벤처기업 환경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이회장은 이미 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를 설립해 코리안 성공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이회장의 언급은 ‘벤처 원조’의 시각에서 본 ‘한국형 사이비 벤처’에 대한 통렬한 질타였던 셈이다.
2000년 한 해 고점과 저점을 동시에 경험했던 벤처의 흥망은 결국 ‘정현준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로 막을 내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경제의 엔진’,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벤처업계의 세밑치고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코스닥 지수도 3월 초 연중 최고치(283.44)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그렇다면 지난 1년이 벤처업계에서 악몽으로만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도약을 위한 움츠림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인가. 이는 내년도 벤처업계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벤처투자업체인 파워벤처인베스트먼트 김철 사장은 “내년 하반기쯤이면 투자업체들에서 희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 제조업체를 운영했던 경력 때문인지 순수 닷컴기업보다는 통신장비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에 주로 투자한 김사장은 “벤처업계에서는 내년 중하반기쯤이면 경기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순수 닷컴기업과 장비 제조업체 등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비즈홀딩스 정사동 부사장은 “순수 닷컴기업의 경우 유료화가 난관에 봉착한 상태에서 뾰족한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하면 더 많은 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세계 정보기술산업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의 추이.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이 최근 경기둔화의 찬바람을 전면에서 맞으며 저조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 조건 미달로 나스닥에서 퇴출되는 IT기업들도 적지 않다. 점점 나스닥과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는 적신호가 켜질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해외경제정보 서비스업체인 와이즈인포넷 이민환 과장은 “매년 12월 절세(絶稅) 목적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의 관례로 볼 때 최근의 하락만을 놓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아직까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보다는 연착륙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내년 1년을 ‘98년부터 시작된 랠리가 조정을 받고 있는 시기’로 규정했다. 그동안 과도하게 치솟았던 기술주 주가가 정상을 되찾는 시기인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 닷컴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면서 본격적 구조조정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운영업체인 ㈜아이아시아웍스 코리아 박용범 과장은 “내년에는 특히 가격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여 기술력뿐만 아니라 영업력이 뛰어난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수요 부족 상태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 닷컴기업을 비롯한 벤처기업들이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전에 없던 생존 모델을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고 테헤란밸리의 벤처들이 간판을 내리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수요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벤처기업들이 수익모델에 대한 검토도 없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물론 벤처 육성을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워 양적 팽창만을 조장한 정부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내년에도 벤처업계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이유 때문.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벤처업계에서 해외 진출 쪽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벤처업계에서는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12월16일 끝난 ‘월드 벤처 페스티벌 2000’에는 38개의 해외 벤처캐피털이 참가했고 여기서 투자대상으로 꼽힌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문제는 일반 벤처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해외 시장 중개 시스템이나 M&A 중개 시스템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는 것.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는 비관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이러한 전문가를 키우는 일에 집중했어도 모자랄 시기에 너도나도 ‘묻지 마 투자’에 나서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장기안정자금을 벤처업계 주변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연기금 운용 자금을 코스닥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무래도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보다 안정형으로 운용되는 연기금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면 코스닥 시장을 출렁이지 않게 진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 미국에서 벤처의 젖줄로 기능하고 있는 대부분의 에인절(개인투자자)들도 50대 이상의 퇴직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직 후 여유자금으로 에인절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의 자본 시장 위축이 시장에 유동성 자체가 말랐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한 방식이다. 정부도 단순히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시장의 인프라를 넓혀준다는 시각에서 벤처 활성화 정책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인들 스스로가 ‘정현준식’이나 ‘진승현식’의 ‘한눈팔기’와 ‘머니게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벤처연구소장인 한양대 한정화 교수(경영학)는 “무엇보다 벤처업계에 대한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벤처기업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정직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교수는 “2001년에는 벤처업계에서 창업`-`보육`→`지원`-`육성→투자`-`회수의 벤처 생태계를 둘러싼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