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8일 국제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 의사당 건물 앞에서 환경운동단체 회원 수천 명이 모래주머니로 담을 쌓은 채 시위를 벌였다. 만약 지구의 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이곳까지 물에 잠기고 말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는가. 이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이 발간한 ‘지구환경전망2000’에 따르면 세계 각국 환경전문가들이 새 천년 지구촌을 위협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구온난화’(51%)를 꼽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19세기 말부터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00년 사이 지표면 대기 평균온도는 0.3~0.6℃ 가량 높아졌고, 해수면은 10~25cm 상승했다. 98년에는 연평균 온도가 지난 세기보다 0.58℃나 더 높아져 금세기 최고의 더운 해로 기록됐다.
한반도에 국한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1950년대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10℃였던 데 반해 90년대에는 13℃로 세계 연평균 기온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이처럼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강우량 증가와 극지방에서의 강설량 증가가 수반된다고 말한다. 만약 지속적으로 3℃ 정도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500년 후 그린란드 대부분이 녹아버린다. 그 결과는 끔찍하다. 300만km3의 물에 해당되는 그린란드가 녹았을 때 해수면은 6m나 상승한다.
최근 들어 남극의 빙상이 조금씩 규칙적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는데, 남극대륙 주변부가 20세기 중 평균 2℃ 가량 더워졌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북극의 빙하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3만7000km2 넓이의 땅이 사라지고 있으며 빙하의 평균 두께도 지난 30년 동안 3.1m에서 1.8m로 줄어들었다. 한 연구보고서는 이 추세라면 2100년 경 지구 평균기온은 1~3.5℃ 정도 높아지고 따라서 해수면은 15~95cm 가량 상승한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연평균 15℃를 유지하고 있는 지구가 만약 18℃까지 상승한다면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은 인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을 안겨다줄 것인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농업생산량의 급감이다. 특히 저개발국과 자연재해대책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나라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뭄이 잦아져 농산물 수확이 줄어들고 그 결과 기근이 만성화할 것이다. 동남아시와 남미 열대지방은 이런 위험의 취약지대다.
기온 상승은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해류를 변경해 북대서양 걸프해류의 흐름이 느려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서유럽의 평균기온은 오히려 떨어지고, 지구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또 해수면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 섬, 군도에 사는 9200만명이 살 곳을 잃게 된다. 한 가설에 의하면 네덜란드는 6%, 방글라데시는 17%의 국토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헤이그 의사당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모래주머니 시위를 벌인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닌 것이다.
전지구적으로 태풍과 홍수가 빈번해지고 이상기후로 인한 사고가 잦아진다. 또 재해에 의한 사망 외에도 더워진 날씨가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사망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특히 인구밀집 지역인 도시에서 호흡기질환 발병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이 높아진다. 열대지방 벌레들에 의해 확산되는 말라리아, 황열, 뇌염 등의 확산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기후의 변화는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평균기온이 2.5℃ 오르면 세계 순생산량은 1.5~2% 감소할 것이라고 하는데, 선진국은 1~1.5% 감소에 그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2%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원인을 최초로 밝힌 사람은 19세기 말 스웨덴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였다. 그는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실효과’가 강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온실효과’란 이산화탄소 수증기 메탄 프레온가스 오존 등 일명 온실가스라고 하는 기체들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태양의 복사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다시 지표면으로 배출함으로써 지구의 대기 기온을 상승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이런 온실효과 덕분에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연평균 15℃ 정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온실가스들이 지나치게 많이 배출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이산화탄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에 280ppm이던 것이 오늘날에는 360ppm에 달하고 있다. 만약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에는 540~970pp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220억t으로 10년 전 200억t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게 된 원인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소비량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크며, 그보다 비중은 작지만 열대림 파괴도 무시할 수 없다. 산림 벌채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는 연간 58.5t에 달한다. 이 양은 공기, 바다, 식물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교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7000억t)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온실효과를 높이는 데 충분한 양이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눈총은 덜 받지만 메탄가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주로 농업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대기 중 1.7ppm밖에 없지만 지난 10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메탄 방출이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의 15% 정도로 추산한다.
또 냉매로 쓰이던 프레온 가스는 오늘날 사용이 중지됐지만 이미 오랜 세월 방출돼 누적된 양이 상당해서 지속적으로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프레온 가스 대체제로 개발된 것 역시 유해 정도는 적지만 온실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기후 전문가인 제임스 E 한센 박사는 “현대인의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석탄, 석유의 소비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이산화탄소보다는 비중이 작지만 역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메탄, 오존, 매연과 같은 다른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100년 전에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1979년 제네바에서 제1차 세계기후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유엔 환경연구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987년 미국 국가기후계획, 88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 주관 하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이 시작됐다. 89년에는 137개국과 EC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년대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한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92년 드디어 리우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그러나 92년 리우회담 이후 8년째 기후변화협약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탁상공론만 거듭하고 있다. 95년 베를린, 97년 교토, 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99년 본, 2000년 리옹 등 장소를 바꿔가며 회의를 거듭했지만 97년 교토의정서(2012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탄소성분이 함유된 6종의 가스배출량을 90년 기준으로 감축한다는 합의)를 채택한 것이 최대의 성과였다.
이번 헤이그에서 열린 제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역시 회기를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교토의정서의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모든 논의를 내년 5월 본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국제회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는가. 이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이 발간한 ‘지구환경전망2000’에 따르면 세계 각국 환경전문가들이 새 천년 지구촌을 위협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구온난화’(51%)를 꼽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19세기 말부터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00년 사이 지표면 대기 평균온도는 0.3~0.6℃ 가량 높아졌고, 해수면은 10~25cm 상승했다. 98년에는 연평균 온도가 지난 세기보다 0.58℃나 더 높아져 금세기 최고의 더운 해로 기록됐다.
한반도에 국한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1950년대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10℃였던 데 반해 90년대에는 13℃로 세계 연평균 기온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이처럼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강우량 증가와 극지방에서의 강설량 증가가 수반된다고 말한다. 만약 지속적으로 3℃ 정도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500년 후 그린란드 대부분이 녹아버린다. 그 결과는 끔찍하다. 300만km3의 물에 해당되는 그린란드가 녹았을 때 해수면은 6m나 상승한다.
최근 들어 남극의 빙상이 조금씩 규칙적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는데, 남극대륙 주변부가 20세기 중 평균 2℃ 가량 더워졌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북극의 빙하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3만7000km2 넓이의 땅이 사라지고 있으며 빙하의 평균 두께도 지난 30년 동안 3.1m에서 1.8m로 줄어들었다. 한 연구보고서는 이 추세라면 2100년 경 지구 평균기온은 1~3.5℃ 정도 높아지고 따라서 해수면은 15~95cm 가량 상승한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연평균 15℃를 유지하고 있는 지구가 만약 18℃까지 상승한다면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은 인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을 안겨다줄 것인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농업생산량의 급감이다. 특히 저개발국과 자연재해대책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나라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뭄이 잦아져 농산물 수확이 줄어들고 그 결과 기근이 만성화할 것이다. 동남아시와 남미 열대지방은 이런 위험의 취약지대다.
기온 상승은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해류를 변경해 북대서양 걸프해류의 흐름이 느려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서유럽의 평균기온은 오히려 떨어지고, 지구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또 해수면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 섬, 군도에 사는 9200만명이 살 곳을 잃게 된다. 한 가설에 의하면 네덜란드는 6%, 방글라데시는 17%의 국토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헤이그 의사당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모래주머니 시위를 벌인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닌 것이다.
전지구적으로 태풍과 홍수가 빈번해지고 이상기후로 인한 사고가 잦아진다. 또 재해에 의한 사망 외에도 더워진 날씨가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사망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특히 인구밀집 지역인 도시에서 호흡기질환 발병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이 높아진다. 열대지방 벌레들에 의해 확산되는 말라리아, 황열, 뇌염 등의 확산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기후의 변화는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평균기온이 2.5℃ 오르면 세계 순생산량은 1.5~2% 감소할 것이라고 하는데, 선진국은 1~1.5% 감소에 그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2%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원인을 최초로 밝힌 사람은 19세기 말 스웨덴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였다. 그는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실효과’가 강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온실효과’란 이산화탄소 수증기 메탄 프레온가스 오존 등 일명 온실가스라고 하는 기체들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태양의 복사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다시 지표면으로 배출함으로써 지구의 대기 기온을 상승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이런 온실효과 덕분에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연평균 15℃ 정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온실가스들이 지나치게 많이 배출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이산화탄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에 280ppm이던 것이 오늘날에는 360ppm에 달하고 있다. 만약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에는 540~970pp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220억t으로 10년 전 200억t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게 된 원인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소비량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크며, 그보다 비중은 작지만 열대림 파괴도 무시할 수 없다. 산림 벌채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는 연간 58.5t에 달한다. 이 양은 공기, 바다, 식물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교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7000억t)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온실효과를 높이는 데 충분한 양이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눈총은 덜 받지만 메탄가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주로 농업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대기 중 1.7ppm밖에 없지만 지난 10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메탄 방출이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의 15% 정도로 추산한다.
또 냉매로 쓰이던 프레온 가스는 오늘날 사용이 중지됐지만 이미 오랜 세월 방출돼 누적된 양이 상당해서 지속적으로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프레온 가스 대체제로 개발된 것 역시 유해 정도는 적지만 온실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기후 전문가인 제임스 E 한센 박사는 “현대인의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석탄, 석유의 소비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이산화탄소보다는 비중이 작지만 역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메탄, 오존, 매연과 같은 다른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100년 전에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1979년 제네바에서 제1차 세계기후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유엔 환경연구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987년 미국 국가기후계획, 88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 주관 하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이 시작됐다. 89년에는 137개국과 EC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년대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한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92년 드디어 리우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그러나 92년 리우회담 이후 8년째 기후변화협약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탁상공론만 거듭하고 있다. 95년 베를린, 97년 교토, 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99년 본, 2000년 리옹 등 장소를 바꿔가며 회의를 거듭했지만 97년 교토의정서(2012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탄소성분이 함유된 6종의 가스배출량을 90년 기준으로 감축한다는 합의)를 채택한 것이 최대의 성과였다.
이번 헤이그에서 열린 제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역시 회기를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교토의정서의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모든 논의를 내년 5월 본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국제회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