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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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 외부 단절… 農心으로 버텼다

‘인터넷 생존게임’ 최후 승자는 농부 김종수씨… 7500만원 상금으로 찜질방 지을 계획

  • 입력2005-06-13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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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일간 외부 단절… 農心으로 버텼다
    인터넷 생존게임 ‘5천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www.5000 choice.com)가 지난 12월7일 끝났다. 치열한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1등을 차지한 사람은 뜻밖에도 농부인 김종수씨(38). 김씨는 전라남도 해남군 마산면 화내리에서 1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전문대 출신 농부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제한된 공간에서 24시간 카메라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지낸 60일에 대해 김씨는 “배고픔과 단조로움과의 투쟁”이었다고 말한다. 닫힌 공간에서 무사히 ‘탈출’해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온 그는 일주일이 지났어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고, 몹시 피곤하고 지친 표정이었다.



    카메라 감시·탈락 걱정 ‘긴장의 연속’

    60일간 외부 단절… 農心으로 버텼다
    지난 10월9일부터 60일간 김씨를 비롯한 6명의 남자와 4명의 여자 참가자가 생활한 곳은 용인 에버랜드 내 식당 지하에 만들어진 세트장. 참가자들 사이에 일명 ‘생존마을’이라 불린 이곳은 방과 거실, 휴게실, 식당, 컴퓨터실과 욕실, 주방으로 꾸며졌다. 10명이 두 달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전부였다.



    “첫날 도착해 창고를 열었더니 밀가루와 쌀 등 갖가지 식료품과 부식거리가 박스째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먹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했죠.” 그러나 입소 일주일째 되던 날 주최측은 트럭을 몰고 와 창고에 있던 물건을 몽땅 실어갔다. “먹고 노는 게 생존게임이냐고 네티즌들의 항의가 엄청나게 쏟아졌답니다.”

    그 후 식량은 일주일에 한 번씩 쌀과 최소한의 부식거리로 제한된 채 배급됐다. “식량이 모자라 밀가루 조금, 감자 한 알, 멸치 세 마리… 이런 식으로 끓인 멀건 죽을 그나마 하루 한 끼만 먹고, 물로 배를 채운 날도 수두룩합니다. 오죽하면 땅콩 껍질, 쓰레기통 속에 버린 사과 껍질까지 뒤져 먹는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입소 23일째 되던 날 운영진이 “획기적인 운동 종목을 개발해 재미있게 놀면 부상으로 담배 한 개비와 먹을 걸 주겠다”고 제안했다. 풀죽 한 공기로 4일째 연명하던 참가자들은 ‘먹을 것’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제1회 생존마을배 수영대회’를 기획했다. 운영진은 물론이고 네티즌들까지 “물도 없는 집안에서 웬 수영대회?”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이날 이벤트는 환호와 감동을 자아냈다. “페트병과 식용유 뚜껑을 이용해 물안경을 만들고, 노끈을 방바닥에 붙여 레인을 만들었습니다. 수영복이라고 해봤자 반바지나 티셔츠, 러닝셔츠와 팬티가 전부였죠.” 참가자들은 죽을 힘을 다해 온몸으로 방바닥을 기고 뒹굴었다. 대회를 마친 사람들 몸은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운영진은 “너무나 감동했다”며 담배 한 개비와 통닭 두 마리를 넣어 주었다.

    배고픔과 함께 남성 참가자들을 괴롭힌 건 담배였다. 흡연자는 김씨를 포함해 네 명. “1인당 일주일에 한 갑씩 준다던 담배가 첫주만 나오고 나서 금연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담배가 끊긴 지 3, 4일이 지나자 서서히 금단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 1시. 컴퓨터실 창 밖에 김씨와 함께 ‘수 브러더스’라 불리던 진경수씨(28)가 나타났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두 사람은 빈 종이를 말아 담배 피는 시늉을 하다, 마침내 드러누워 바지를 걷어붙인 채 털이 숭숭한 다리를 드러내고 수중발레(?)를 했다. 복도에는 카메라가 없었고, 또 모두 자는 시각이라 설마 생중계될 줄 몰랐다는 김씨. 흡연 욕구를 누르느라 벌인 두 사람의 처절한 몸부림이 뜻밖에도 네티즌과 제작진을 폭소 도가니로 몰아넣은 ‘심야 수중발레 쇼’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담배 한 개비를 놓고 ‘담배에 대한 묵념’(받들어, 담배!)과 ‘담배송’(담배 없는 세상, 무슨 재미로 사나∼)까지 바치며 ‘담배와의 전쟁’을 벌인 흡연자들. 보다 못한 한 네티즌이 ‘담배보급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운영진에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궁리 끝에 감시 카메라를 피해 외부 사람들로부터 담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비밀 배급루트’를 뚫었지만 얼마 못 가 들통나고 말았다. 그 바람에 담배와 교환하기 위해 참기름을 훔쳐낸 사실까지 탄로나 여성 참가자들로부터 심한 면박을 받았다.

    참가자 모두를 두려움과 안타까움으로 몰아넣었던 순간은 매주 일요일 저녁 시간에 진행되는 ‘탈락 토크쇼’였다. 네티즌들의 질문에 참가자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쇼가 끝남과 동시에 ‘오늘의 탈락자’가 방송을 통해 발표됐다. 김씨가 처음으로 자진 퇴소 문제로 갈등하게 된 것은 입소 21일째 되던 날 ‘이장님’(문창목·52)의 탈락이 결정되던 순간이었다.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 사람들을 깨우고 청소까지 말끔히 해놓던 성실한 분이었는데… 진정한 한국인의 대표를 뽑겠다던 본래 취지가 퇴색된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입소 3주째가 되자 ‘옐로 카드제’가 새롭게 생겼다. 5분 이상 조는 경우, 카메라를 피해 사각지대로 숨어 2분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경우, 일주일치를 4일분으로 줄인 식량 제한 등의 조건을 어기면 경고를 받게 된 것. 마침내 참가자들끼리 음식을 놓고 경쟁하는 일이 벌어졌다. 퇴소자를 제외하고 남은 8명이 게임을 해서 1∼6등까지만 다음날 하루치 식사를 배급받는 ‘차등 지급제’를 실시한 것.

    1등을 차지한 김씨는 덕분에 맘껏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5등과 6등에게 돌아간 하루치 식량은 각자 버터 1조각이 전부였고, 등수에 들지 못한 나머지 2명은 그나마 하루를 굶어야 했다. ”옐로 카드제가 실시되자 입소자들 사이에 불만과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분위기도 처음과 달리 썰렁해졌죠.”

    60일간 외부 단절… 農心으로 버텼다
    생존게임 기간 내내 그나마 김씨에게 위안이 됐던 건 세트장 한쪽에 마련한 재배실에서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기르는 일이었다. 더불어 김씨는 55일 간에 걸쳐 ‘육종일기’와 ‘농촌문제’에 관한 세미나를 주관했다. 그가 처음 결심했던 ‘농촌현실 알리기’는 이것으로 충분히 달성한 셈이 됐다.

    뜻밖의 즐거움도 없지는 않았다. 비록 잠깐 동안이었지만 참가자들 모두 ‘감시의 눈’이 없는 자유를 만끽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담당 PD가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생존마을로 불쑥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카메라 14대가 일제히 천장을 향했습니다. 엄청난 방송사고였지만 덕분에 우리는 해방감을 느꼈죠.”

    네티즌들이 보내온 게시판 글들을 일부나마 볼 수 있고 또 채팅도 가능했던 매주 금요일 저녁이 ‘마치 굴 속에 비치는 유일한 한줄기 빛’이었다는 김씨. “무인도에서 생존게임다운 진짜 생존게임을 한 번 벌여보고 싶다”는 그는 행사 참가 기간 몸무게가 무려 7kg이나 빠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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