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이 12월17일 밤 성명을 내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권위원은 성명에서 “국가와 당,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권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한 이날 한화갑 최고위원은 중국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이루어진 당 대 당 교류 차원의 ‘공식’ 일정이다. 한위원은 민주당 대표단 단장 자격이다.
권위원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한위원은 이에 앞서 중국으로 떠났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아귀가 너무 들어맞는다. 권위원의 거취 문제가 마지막 ‘초읽기’ 수순에 들어간 15일 김대통령은 한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1시간여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위원은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청와대행 사실을 부인했다. 우연이든 아니든 한위원의 중국 방문은 ‘청와대 면담‘의 내용을 가능한 한 감춰야 하는 ‘난처한 입장’을 모면함과 동시에 권위원의 사퇴 이후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 됐다.
분명한 것은 이제 여권에서 새로운 ‘권력 이동’이 불가피해졌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위원은 여권의 새 중심 축을 형성하게 됐다. 이는 김대통령이 기존의 ‘양갑(兩甲) 시스템’에서 탈피, 한위원에게 당을 비롯한 정권 관리를 맡기기로 선택한 의미도 있다. 기존의 ‘동교동 정면배치론’에서 후퇴해 온유한 이미지의 한위원에게 나름의 역할을 부여한 것. 이는 자연 김대통령의 임기 후반 통치 구상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여권은 한위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형성하는 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대규모의 ‘힘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권위원의 ‘평창동 캠프’ 인사 가운데는 지난 전당대회 이후 이미 한위원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실 한위원이 ‘여권의 중심’이 되는 구도는 민주당의 8·30 전당대회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권위원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한위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동교동 간판’의 교체 필요성이 당 안팎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했다.
‘동교동 맏형’ 권위원은 그동안 이런 흐름을 역으로 돌리려 했다. 전당대회 직후 “당의 중심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퇴 파동 때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권위원의 이런 행보는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당내 소장파 인사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김옥두 총장을 비롯한 권위원 계보 인사들이 당 운영에 전횡을 휘두르면서 당정쇄신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권위원이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안티 권부’(‘권부’는 권위원의 별명)의 거센 움직임에 맞서 지금까지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와 김대통령의 ‘특수한 관계’ 덕분이었다.
권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백의종군’이란 말만으로는 단순히 최고위원직만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계 일선에서의 전면적인 은퇴인지 불분명하다. 물론 그의 측근들은 “김대통령을 위해서라면 2선이 아니라 4선, 5선으로도 물러서겠다는 게 권위원의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권위원의 공식적인 언급은 아니다.
사실 17일 밤 사퇴 성명을 내기에 앞서 권위원 캠프에서는 정계은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의 모양새를 보여야만 ‘제2의 김현철’로 인식되는 여론의 예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그렇지만 권위원의 성명은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권위원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도 볼 겸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99년 일본 체류 때처럼 ‘장기 외유’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동교동계의 한 중진급 의원은 “권위원 2선 퇴진론의 핵심은 최고위원에서 물러나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원이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닌지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권위원을 잠시 쉬게 하면서 비선(秘線)의 메신저 역할을 계속 맡기는 이상 2선 퇴진과 백의종군은 공염불이라는 지적이다.
당의 공식 라인을 제쳐두고 김대통령이 권위원 같은 극히 일부 인사에게 특정 사안의 처리를 맡기는 것부터가 국정 시스템의 왜곡을 불러오고, 그같은 메신저 역할을 하는 인사들에게 비정상적인 ‘힘의 쏠림’을 가져온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당정쇄신 자체가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오랫동안 ‘여당의 탄압’에 맞서 생존해야 했던 야당의 경우 권위원처럼 ‘음지’에서 일하는 가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 과거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비록 정권교체를 이뤘다 해도 정권 주체 세력의 관리를 위해서는 이같은 관리 방식이 더 손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 환경에서는 비선 라인과 조직에 의한 통치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당의 이번 당정쇄신 파동과 권위원의 최고위원 사퇴가 잘 보여주고 있다.
권위원의 2선 후퇴는 당장 후임 대표 임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당 운영과 한위원과의 ‘콤비 플레이’를 더 염두에 둔다면 응당 김중권 최고위원이 신임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이나, 한위원에 대한 견제 차원이 더 배려된다면 김원기 고문이 선택될 듯하다. 김고문의 급부상은 우선 대권주자가 아니고 그 누구보다 중립적인 인사라는 것이 큰 이유지만, 김중권 최고위원이 신임 대표가 될 경우 ‘세 약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권위원측의 우려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당내 시각이다.
권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한 이날 한화갑 최고위원은 중국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이루어진 당 대 당 교류 차원의 ‘공식’ 일정이다. 한위원은 민주당 대표단 단장 자격이다.
권위원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한위원은 이에 앞서 중국으로 떠났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아귀가 너무 들어맞는다. 권위원의 거취 문제가 마지막 ‘초읽기’ 수순에 들어간 15일 김대통령은 한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1시간여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위원은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청와대행 사실을 부인했다. 우연이든 아니든 한위원의 중국 방문은 ‘청와대 면담‘의 내용을 가능한 한 감춰야 하는 ‘난처한 입장’을 모면함과 동시에 권위원의 사퇴 이후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 됐다.
분명한 것은 이제 여권에서 새로운 ‘권력 이동’이 불가피해졌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위원은 여권의 새 중심 축을 형성하게 됐다. 이는 김대통령이 기존의 ‘양갑(兩甲) 시스템’에서 탈피, 한위원에게 당을 비롯한 정권 관리를 맡기기로 선택한 의미도 있다. 기존의 ‘동교동 정면배치론’에서 후퇴해 온유한 이미지의 한위원에게 나름의 역할을 부여한 것. 이는 자연 김대통령의 임기 후반 통치 구상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여권은 한위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형성하는 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대규모의 ‘힘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권위원의 ‘평창동 캠프’ 인사 가운데는 지난 전당대회 이후 이미 한위원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실 한위원이 ‘여권의 중심’이 되는 구도는 민주당의 8·30 전당대회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권위원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한위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동교동 간판’의 교체 필요성이 당 안팎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했다.
‘동교동 맏형’ 권위원은 그동안 이런 흐름을 역으로 돌리려 했다. 전당대회 직후 “당의 중심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퇴 파동 때에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권위원의 이런 행보는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당내 소장파 인사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김옥두 총장을 비롯한 권위원 계보 인사들이 당 운영에 전횡을 휘두르면서 당정쇄신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권위원이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안티 권부’(‘권부’는 권위원의 별명)의 거센 움직임에 맞서 지금까지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와 김대통령의 ‘특수한 관계’ 덕분이었다.
권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백의종군’이란 말만으로는 단순히 최고위원직만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계 일선에서의 전면적인 은퇴인지 불분명하다. 물론 그의 측근들은 “김대통령을 위해서라면 2선이 아니라 4선, 5선으로도 물러서겠다는 게 권위원의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권위원의 공식적인 언급은 아니다.
사실 17일 밤 사퇴 성명을 내기에 앞서 권위원 캠프에서는 정계은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의 모양새를 보여야만 ‘제2의 김현철’로 인식되는 여론의 예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그렇지만 권위원의 성명은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권위원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도 볼 겸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99년 일본 체류 때처럼 ‘장기 외유’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동교동계의 한 중진급 의원은 “권위원 2선 퇴진론의 핵심은 최고위원에서 물러나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원이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닌지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권위원을 잠시 쉬게 하면서 비선(秘線)의 메신저 역할을 계속 맡기는 이상 2선 퇴진과 백의종군은 공염불이라는 지적이다.
당의 공식 라인을 제쳐두고 김대통령이 권위원 같은 극히 일부 인사에게 특정 사안의 처리를 맡기는 것부터가 국정 시스템의 왜곡을 불러오고, 그같은 메신저 역할을 하는 인사들에게 비정상적인 ‘힘의 쏠림’을 가져온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당정쇄신 자체가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오랫동안 ‘여당의 탄압’에 맞서 생존해야 했던 야당의 경우 권위원처럼 ‘음지’에서 일하는 가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 과거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비록 정권교체를 이뤘다 해도 정권 주체 세력의 관리를 위해서는 이같은 관리 방식이 더 손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 환경에서는 비선 라인과 조직에 의한 통치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당의 이번 당정쇄신 파동과 권위원의 최고위원 사퇴가 잘 보여주고 있다.
권위원의 2선 후퇴는 당장 후임 대표 임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당 운영과 한위원과의 ‘콤비 플레이’를 더 염두에 둔다면 응당 김중권 최고위원이 신임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이나, 한위원에 대한 견제 차원이 더 배려된다면 김원기 고문이 선택될 듯하다. 김고문의 급부상은 우선 대권주자가 아니고 그 누구보다 중립적인 인사라는 것이 큰 이유지만, 김중권 최고위원이 신임 대표가 될 경우 ‘세 약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권위원측의 우려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당내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