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돼.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을 한번 적어봐!”
팀장의 말이 떨어지자 ‘가격’ ‘프로젝트 일정’ ‘업무 범위’ 등 수많은 안건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 정도 안건을 추린 후 각각의 안건에 대한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가격은 얼마를 받아야 되지?”
이상적인 가격과 마지노선을 합의하는 방 과장 팀. 일정과 업무 범위 등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정리했다.
“자, 협상 안건별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합의한 거지? 내일 협상할 때 딴소리하지 말고 잘해! 특히 가격 조건은 상대도 강하게 나올 테니까, 절대 밀리지 말고!”
팀장의 단호한 지시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방 과장 팀의 협상 전략회의, 괜찮은 걸까.
답부터 얘기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먼저 ‘협상 가능한 다양한 안건’을 꺼내고, 안건별로 ‘협상 가능 범위’를 정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협상 이슈 간 ‘관계’를 고려치 않은 건 큰 잘못이다. 다양한 안건이 오가는 협상에선 이슈 사이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나에겐 별로 중요치 않지만 상대방에겐 중요할 만한 안건을 찾을 수 있을뿐더러, 그것이 협상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협상을 준비할 때 이 과정을 자주 빼먹는다. ‘나에게 중요한 문제는 상대에게도 중요하다’고 착각하기 때문. 성공적으로 협상하려면 이런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나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방에겐 중요한 조건이 분명 있다. 반대로 나에겐 정말 중요해 꼭 얻어내야 할 조건이 상대방에겐 아무것도 아닐 때도 있다.
그래서 이슈 하나하나에 대해 합의하는 것보다 여러 안건을 섞어 ‘맞교환’하는 식의 협상이 더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이처럼 중요도가 서로 다른 안건을 활용해 협상을 진행하는 방법을 협상학에서는 ‘바게닝 믹스(Bargaining Mix)’라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오가는 많은 안건을 섞은 뒤 내게 중요한 것은 갖고 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양보해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협상법이다.

이때 프로 협상가는 내가 제안할 수 있는 또 다른 협상 조건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한다. 이 사례에선 납품 일정 외에 납품 단가, 대금 지불 조건, 운송 조건 등을 추가할 수 있다. 그다음 나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방은 중요하게 여길 만한 안건을 제안해 양보를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내일까지 부품을 납품해주세요. 그 대신 대금은 현금으로 바로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나에게 중요한 납기일을 지킬 수 있다면, 대금 지불 조건은 양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협상 상대가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밤샘 작업을 해서라도 내일까지 부품을 납품해줄 것이다. 상대방에겐 ‘납기 일정’보다 ‘대금 지불 조건’을 바꿔 현금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협상 이슈 간 관계에서 중요도를 비교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