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풍속화 ‘주막도’ 속 주막 구조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경남 의령의 국밥집.
‘밥+반찬’은 비빔밥이다. 최근 이 비빔밥이 한국 음식의 대표가 됐다. 한식 세계화 주자로 비빔밥을 적극 민다. 밥에 이것저것 색색이 올리면 보기 좋고 영양 균형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빔밥이 조선 임금이 먹던 음식이다, 조상의 지혜를 담았다고 하는 것은 과잉 홍보다. 일상의 음식을 때깔 나는 외식 상품으로 개발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밥+국’은 국밥이다. 그런데 국밥을 세계화하자는 말은 없다. 한국 음식 문화에서 비빔밥과 양립하는 주요 음식인데도 대접이 소홀하다. 비빔밥에 비해 때깔을 내기 어렵고, 먹을 때 품격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떻든 그 출신은 비슷한데 비빔밥에 비해 대접받지 못하는 국밥은 세상이 섭섭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빔밥이 웰빙 음식’이니 ‘세계화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니 해도 한국인은 일상에서 비빔밥보다 국밥을 더 즐겨 먹는다. 설렁탕, 해장국, 소머리국밥, 순대국밥, 돼지국밥, 콩나물국밥 등 한국인에게 국밥만큼 친숙한 음식은 없다. 한식 세계화도 어찌 보면 ‘그들만의 리그’다. 서민의 곁에서 묵묵히 버티는 국밥을 한국인이 더 자랑스럽게 생각할 날이 올 것이다.
사실 간편성에서 우위에 있는 국밥을 비빔밥보다 먼저 외식 상품으로 개발했어야 한다. 비빔밥은 장과 김치, 국을 따로 내야 하지만, 국밥은 장과 김치 둘만 내놓아도 된다. 또 밥을 보관하는 문제에서도 국밥은 유리하다. 비빔밥은 밥을 따뜻하게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국밥은 식은 밥으로 두었다가 토렴해 내면 된다. 시골 오일장마다 국밥집은 널렸는데 비빔밥집이 드문 것도 다 이런 연유에서다. 조선의 풍속화 ‘주막도’에 나오는 음식도 조리기구와 그릇 등으로 보아 비빔밥이 아니라 국밥일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의 본격적인 외식업은 근대 이후에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지만, 조선에서 그 뿌리를 아예 찾지 못할 것은 아니다. 특히 ‘주막도’는 한국 외식업의 초기 형태를 보여준다. 주모가 가마솥 앞에 앉아 음식을 내놓는 주막의 구조는 현재 ‘개량된’ 한국적 레스토랑을 기획하는 데 여러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과 먹는 공간을 나누지 않는 것이 오래된 한국 전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정집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진은 경남 의령의 어느 국밥집이다. 가마솥 앞에 주인이 앉은 구조가 조선 풍속화 속의 그것과 똑같다. 유리문을 열면 바로 바깥 길이다. 옛날에는 이 유리문이 아예 없었다고 들었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이와 같은 구조의 국밥집이 조선 때부터 아주 흔했을 것이다. 한반도 음식에서 대중성과 역사성을 따져보면 국밥이 비빔밥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