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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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 뮤지컬 관객들이 ‘콕’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10-01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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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실토실 뮤지컬 관객들이 ‘콕’

    톱 가수와 귀신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페퍼민트’의 한 장면. 실제 가수인 바다와 뮤지컬 스타 남경주의 출연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토월극장은 맨 앞에 앉아도 괜찮아. 그런데 팝콘하우스는 앞자리에 앉으면 무대 전체가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 차라리 뒤에서 서너 번째 정도 자리가 공연에 집중하기에는 더 좋은 것 같아.”

    9월26일 저녁 정동의 뮤지컬 전용 극장인 팝콘하우스 로비. 여대생 세 명이 뮤지컬 ‘페퍼민트’ 공연을 기다리며 나누는 이야기는 언뜻 들어도 이들이 ‘보통 관객’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미대 3학년이라는 이들은 볼 만한 뮤지컬이 있다고 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는 뮤지컬 애호가들. 이들은 “요즘은 작지만 재미있는 공연들이 꽤 많다. 이번 ‘페퍼민트’도 그런 잔재미를 주는 공연이라는 평을 인터넷에서 읽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불과 2, 3년 사이에 갑자기 몇 배의 크기로 불어나버린 ‘뮤지컬’이라는 파이. 그동안 지나친 급성장 때문에 거품이 많다, 외양만큼 실속이 따르지 않는다는 등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천문학적 제작비가 곧 작품의 질을 설명하는 것인 양 무조건 ‘20억원 들였다’, ‘50억원 들였다’ 하는 식으로 거액의 제작비를 자랑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올 가을을 기점으로 뮤지컬계의 분위기는 조금씩 차분하게 가라앉고 있다. 지난 여름 큰 제작비를 들인 대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오히려 작고 알찬 작품들,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성공하고 있는 것.

    9월19일부터 10월23일까지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페퍼민트’도 그중 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 ‘페퍼민트’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의 작곡가 이두헌이 처음 작곡을 맡고 그룹 ‘S.E.S’의 멤버였던 바다가 동명의 가수 역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 그러나 정작 이 뮤지컬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무려 2년간의 공연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된 작품이라는 데에 있다. 제작진은 공연 6개월 전인 3월에 프리프로덕션 형태로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두헌은 “대본 구상 과정에서부터 작곡가가 참여해서 줄거리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의 창작 뮤지컬과는 수준이 다른 작품임을 자신했다.



    작지만 재미있는 공연 꾸준한 인기

    실제로 ‘페퍼민트’ 공연에서 가장 빛난 부분은 치밀한 연출과 발라드 풍의 서정적 음악이다. 대중성과 자신의 음악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주인공 바다는 초록색, 바다를 사랑하는 귀신 터주는 파란색,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은 보라색으로 표현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두 주인공이 부르는 사랑의 듀엣 ‘푸른 숲 같은 사랑’은 수작으로 꼽힐 만했다. 귀신과 여가수의 사랑을 다룬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는게 아쉬웠지만 창작 뮤지컬도 체계적인 제작과 좋은 음악으로 충분히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을 ‘페퍼민트’는 보여주었다. 터주 역으로 출연중인 남경주는 “창작 뮤지컬로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이제는 작품의 유명세에 좌우되기보다는 소신과 애정을 가지고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는 관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런가 하면, 관객들의 요구에 의해 이미 막을 내린 작품이 재공연에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10월3일부터 청담동 우림시어터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되는 뮤지컬 ‘유린타운’은 지난해 초연을 본 관객들의 요구로 재공연을 결정한 작품이다. 화장실을 유료로 사용해야 하는 한 가상도시의 상황을 코믹한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초연에서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동시에 적지 않은 마니아층이 생겨났고 “‘유린타운’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이들의 요구로 올 가을 재공연이 결정된 것.

    ‘유린타운’의 기획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 정소애 기획팀장은 “최근의 뮤지컬 관객들은 진짜 재미있는 작품,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며 “‘유린타운’처럼 5억원 내외의 자본을 투자해서 알차게 만드는 소규모 뮤지컬도 작품만 좋으면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정팀장의 말처럼 배우들을 완전히 바꾸어 장기공연에 돌입한 ‘그리스’나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베사모’라는 후원회까지 결성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고전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카르멘’ 등은 별다른 광고나 대규모 물량 공세 없이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토실토실 뮤지컬 관객들이 ‘콕’

    관객들의 꾸준한 재공연 요구로 10월부터 무기한 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유린타운’.

    한 뮤지컬 관계자는 “대극장 뮤지컬뿐만 아니라 소극장 뮤지컬, 창작 뮤지컬 등으로 뮤지컬 공연 형태가 다양화되는 것도 관객이 그처럼 다양한 공연들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 뮤지컬 관객의 수준은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만하다”라고 평했다.

    사실 최근의 뮤지컬 시장은 약간 소강 상태다. 경기 불황의 여파가 공연계에도 미치고 있는 데다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큰 공연장들이 내부 수리에 들어간 상태라 공연장 수도 부족하다. 그러나 화려한 대작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작지만 알찬 작품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선별하는 눈을 가진 관객들의 수도 늘고 있다. 올 가을 뮤지컬계는 어느 해보다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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