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한 쌍이 하나가 돼 작품을 만드는 탱고. [GETTYIMAGES]
현모 아, 솔직히 저희도 재미있긴 해요. ㅋㅋㅋ
영대 남편이랑 같이 춤 배우니 어때요?
현모 혼자서는 춤을 춰봤지만, 누구랑 같이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라 낯설죠.
영대 정확히 어떤 댄스스포츠를 추는 거예요?
현모 저희는 탱고만 춰요. 댄스스포츠에는 크게 모던과 라틴이 있고, 그 안에는 각각 5개 춤 종류가 있는데, 저희는 모던 중에서 탱고를 추는 거예요.
영대 모던은 탱고, 왈츠, 비엔나왈츠, 폭스트롯, 퀵스텝, 그리고 라틴은 룸바,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레 아닌가요?
현모 와, 정확히 아시네요.
영대 제가 1996년 일본 영화 ‘쉘 위 댄스’를 여러 번 봤거든요. ㅋㅋㅋㅋ
현모 왜 그렇게 여러 번 보셨어요? 춤에 관심이 많으셨나?
영대 예전에 하루 이틀 정도 학교 수업 때문에 배워본 적은 있죠. 뭐 제가 직접 춤출 생각은 안 했고, 그냥 영화 자체가 좋아서 몇 번이나 봤어요.
리처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한 영화 ‘쉘 위 댄스. [네이버영화]
영대 에이, 원작이 훨씬 낫죠.
현모 아하, 음악을 전공하셨으니까 음악 장르로서도 탱고나 왈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시겠어요.
영대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늘 관심 있죠. 안 그래도 며칠 전 제가 출연하는 방송에서 아르헨티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알 파치노가 나오는 영화 ‘여인의 향기’를 어린 시절 정말 좋아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 같은 노래는 누구나 아는 곡이잖아요.
현모 이번에 보니까 제가 탱고를 흠모했더라고요. 대학생 시절에는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말씀하신 ‘포르 우나 카베사’도 앙코르 곡으로 자주 연주했고요. 기자 시절에는 퓨전 탱고 그룹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의 공연도 직접 보러 갔었죠. 사실 탱고를 배워보려고 몇 번 댄스 스튜디오에 찾아간 적도 있어요. 근데 모르는 남자들과 돌아가면서 마주 보고 춤을 춰야 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남편이 생기면 그때 커플로 도전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영대 어쩌면 탱고 주위를 계속 맴돌았던 거네요.
현모 그런 셈이에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진즉에 배워둘걸…. 영대 님은 나중에라도 혹시 아내분이랑 사교댄스나 볼룸댄스를 시작해볼 생각은 없으세요?
영대 저희요? 아마 아내가 죽어도 안 한다고 할걸요.
현모 하긴 두 분은 늘 수다가 끊이지 않는 사이니, 딱히 무슨 공통의 취미를 만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영대 ㅋㅋㅋㅋ 그죠. 워낙 눈 뜨자마자 이야깃거리가 봇물 터지듯 하다 보니까 일부러 뭔가 할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현모 님은 어떠세요? 춤으로 남편분과 좀 가까워지신 것 같으세요?
현모 아무래도 이런 방송이 아니었다면 서로 성격이나 취향이 안 맞으니까 그냥 각자 자기 할 일만 하고 시간도 거의 따로 보냈을 텐데, 방송 때문에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둘이 동작을 완성해가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둘 다 전에 없던 노력도 하고, 조금 참고 양보하는 것도 있어요. “It takes two to tango”라는 말이 괜히 있겠어요?
영대 와, 일을 떠나서 두 분의 관계에도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치겠네요.
현모 ㅎㅎㅎ 그러길 바라요. 확실히 반강제적으로라도 이런 상황에 놓여 공동의 과제를 같이 수행한다는 건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 선수들한테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고요.
영대 현모 님은 뭐든 배우는 걸 좋아하시니까, 안 봐도 분명 엄청 열심히 하실 거 같아요.
현모 에이, 그렇진 않아요. ㅋㅋㅋ 우리가 대회를 나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 투자를 안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죠. 남편은 여전히 골프와 낚시, 무엇보다 일이 우선이고요.
영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니까 오늘도 낚시 나간 거 같던데요?
현모 에휴, 하루도 가만히 있질 않아요. 비도 오는데….
영대 아, 그래도 라이머 님은 래퍼 출신이니까 기본적으로 리듬을 탈 줄 아시겠네요!
현모 음, 그것도 맞긴 한데요. 물론 리듬감, 유연성, 음악성이 기본으로 중요하지만, 탱고는 파트너와 일체감, 섬세한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혼자만 필 받아서 제멋대로 동작을 해도 안 되고요. 상대가 걸어 나갈 방향까지 미리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배려하고 리드해야 되니까, 남편에게도 쉽진 않죠. 특히 남편은 좀 우악스럽고 무데뽀 같은 면이 있어서요.
영대 그렇다면 더욱더 탱고가 부부관계에 도움이 되겠네요. 라이머 님이 좀 더 부드러워질지도 모르고요.
현모 그래도 레슨을 거듭할수록 거칠었던 부분들이 점점 다듬어지는 건 확실히 눈에 보여요.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 질색하는 스타일인데도, 선생님이 가르쳐주실 때 집중해서 열심히 듣고 그대로 따르더라고요. 신기한 노릇이죠. 그 사람이 승부욕은 있으니까요.
영대 다행이다.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네요. 웃길 거 같기도. ㅋㅋㅋㅋ
현모 남편이랑 처음으로 하나의 미션을 접하다 보니, 우리가 가진 성격적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측면도 있어요. 예를 들어 똑같은 안무를 보고도 저는 개선할 점이 바로 눈에 띄는데, 남편은 스스로 대단히 만족해하며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어요. 제가 시선이나 각도 같은 디테일까지 다 맞추고 싶어 하는 편이라면, 남편은 정해진 정답은 없는 거라며 마음대로 즉흥적으로 하겠다고 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미 알고 있던 면면이지만 새삼 그게 더 뚜렷하게 부각되더라고요.
영대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어쩌면 딱 부합하는 커플이네요.
현모 ㅎㅎ 그럴지도요. 우리가 소문난 알콩달콩 잉꼬부부였으면 댄스스포츠라는 처방이 애초에 불필요했겠죠?
영대 소문난 잉꼬부부 맞잖아요. 현모 님 속이 타들어가긴 하지만…. ㅋㅋㅋ
현모 ㅎㅎㅎ 우리가 어쩌다 TV에 나와 팔자에도 없는(?) 댄스스포츠를 선보이게 됐는지.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우리 모습을 멋진 추억으로,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적어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는 부지런히 연습해봐야죠.
영대 공연하면 저 꼭 초대해주세요.
현모 아휴, 민망해라. 바쁘신 분이 뭐 하러요~.
영대 진심이에요. 은근 감동적일 거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른 두 사람이 인고의 노력 끝에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거잖아요. 그게 아무리 아마추어답고 서툴더라도 진짜라는 데 의미가 있는 거죠.
현모 윽, 갑자기 긴장되네요. ㅠㅠ
영대 첫 방송 기대할게요~! 방구석 1열에서 본방사수하겠습니다!
현모 영대 님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분과 같이 추세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