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1

..

‘1억→700억 금융벤처’ 김현준 “경매·선박산업 이을 주식 종목 이렇게 찾아라”

“메가트렌드, 경제적 해자에 주목!”

  • reporterImage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3-22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 [조영철 기자]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 [조영철 기자]

    허니버터칩 열풍을 보고 크라운제과, 불닭볶음면 수출 호조를 보고 삼양식품 주식을 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위축된 지난해에는 미국 크루즈 여행 기업 카니발(CCL)에 투자해 149% 수익률을 올렸다. 김현준(37)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2008년 브이아이피투자자문(현 브이아이피자산운용)에 입사했다. 2012년 키움증권으로 이직해 증권맨 생활을 이어갔다. 더퍼블릭투자자문(현 더퍼블릭자산운용)은 2015년 투자자문업 자격 취득 후 해마다 주가가 2배 오르는 기업을 발굴해냈다. ‘숨은 수혜주’를 찾아내는 김 대표의 능력 덕에 1억 원 자기 자본으로 시작한 금융벤처는 700억 원을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됐다. 메가트렌드와 경제적 해자(垓子)에 주목한 덕분이다. 2월 25일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를 출간하며 투자 철학 전파에 나서기도 했다. 

    3월 8일 서울 영등포구 더퍼블릭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지난해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 올해는 편한 마음으로 좋은 주식을 찾는 능력을 키워보자”며 입을 열었다.


    “우량주·대기업·블루칩에만 집중해선 안 돼”





    삼성전자 주식만 사면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르다. 100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200으로 평가받고 있다면 주가는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좋은 기업이자 좋은 주식이었지만 고평가되는 날이 오면 투자를 멈춰야 한다. 우량주·대기업·블루칩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가치투자를 맹신하지 말라는 건가. 

    “가치투자는 ‘역전 앞’ 같은 동어 반복적 표현이다. 가치 없는 곳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없다. 기업 정보 취득이 어렵던 시절 주식시장에서 활약한 이른바 가치투자자들이 닷컴 버블(2000)과 리먼브라더스 사태(2008) 사이에 많은 돈을 벌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개인투자자 누구나 기업 매출액과 영업이익,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안다. ‘네이버 증권’에 다 공개돼 있다. 특정 기업의 PER가 낮게 평가됐다면 이유가 있으리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PER가 낮은 기업을 보고 ‘싸다’며 투자했다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부채 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영업이익률이 20%를 초과하는 기업이 좋다’ ‘PER는 7배가 적당하다’는 등의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다. 다 틀린 말이다. 비즈니스 모델별·산업별·국가별로 적정 PER는 다르다”며 “중요한 것은 기업의 기대수익률이 내가 목표로 하는 기대수익률을 충족하느냐다. 1~2년간 반복해 연습해나가다 보면 투자에 대한 판단이 단단해질 거다”라고 말했다. 

    ‘숨은 수혜주’ 찾기가 관건이다.

    “‘2년 사이 주가가 2배 오르는 기업을 2개만 찾으면 그해는 성공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 특정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은 경험이 있을 거다. 이때 좋게 평가된 제품 혹은 서비스가 회사의 주력 상품이어야 한다. ‘롱패딩 유행’을 보고 특정 브랜드에 투자한다고 치자. 해당 기업의 주력 상품이 양복이라면 투자해선 안 된다. 또한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 투자해야 한다.”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지금, 이 시점’의 메가트렌드는 무엇인가. 

    “고령화와 1인 가구, 모바일과 구독경제 등이 현 메가트렌드다. 주의할 점이 있다. 유행 및 공상과학과는 구분해야 한다. 마스크 회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수익이 줄어들 거다. 단기 유행 산업으로 봐야 한다. 메가트랜드로 불리려면 장기간 성장세가 지속돼야 한다. 고령화되면 의료 산업이 발달할 거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니까 의약품을 많이 사겠지, 그중에서도 배아줄기세포를 적용한 항암제 시장이 발달할 거야’ 이렇게 파고들면 공상과학에 빠지기 쉽다.” 

    친구나 선후배, 동료들이 메가트랜드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투자 전 시험 삼아 주변 동료들에게 산업 전망을 물어보라.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들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혼자서만 좋다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장기투자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메가트랜드 산업에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업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정보 취득 및 검증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물론 어려움이 있다. 반드시 최신 업종에 투자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해당 기업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을 때 투자해야 한다.” 

    ‘언택트(비대면) 산업’도 메가트랜드로 꼽힌다. 

    “통신기술 발달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금은 특수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됐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내년에 올해보다 더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주식시장은 최근 1년간 상황을 많이 반영한다. 언택트 산업은 코로나19 국면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뒤늦게 투자에 나섰다가는 돈을 잃기 십상이다. 과거부터 반복된 역사에 베팅하는 게 좋다.”

    “언택트 산업, 버블 꼈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2015년 더존비즈온에 투자해 지난해까지 1024%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조영철 기자]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2015년 더존비즈온에 투자해 지난해까지 1024%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조영철 기자]

    반복된 역사? 

    “지난해 크루즈 여행 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사람들이 유튜브로 대서양을 감상할까’라는 의문이 투자 결심의 계기였다. 당연히 배를 타고 바다에서 일광욕을 즐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거 신종인플루엔자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질병 등으로 위축된 산업은 문제가 해결되면 대체로 이전 상태로 돌아온다.” 

    역설적이게도 메가트랜드의 단점은 해당 산업이 유망하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메가트렌드 산업에는 필연적으로 경쟁자가 유입된다. 이때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군이 ‘경제적 해자’다. 메가트랜드와 경제적 해자를 모두 주목해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 △원가 우위 △전환 비용 △네트워크 효과 4가지가 경제적 해자에 속한다. 

    경제적 해자의 예는 무엇인가. 

    “워드프로세서와 엑셀이 대표적 예다. 제조사가 프로그램 가격을 올려도 기업 처지에서는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른 프로그램을 대신 쓸 경우에 발생하는 불편함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전환비용이라고 부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경우 이용자가 많아지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이탈이 어렵다.” 

    무형자산을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나. 

    “가격을 높게 설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같은 양이라면 펩시보다 코카콜라가 더 비싸다. 브랜드 가치 덕분이다. 가격 차이는 오롯이 코카콜라 이윤이 된다. 경제적 해자가 무서운 부분도 이와 맞닿아 있다. 경제적 해자를 마련한 기업은 그것으로 확보한 이윤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기업이 경제적 해자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에서 선순환 혹은 악순환이 발생한다.” 

    메가트렌드와 경제적 해자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더라도 숨겨진 수혜주 발굴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 대다수가 30~50대 남성이다. 이들 집단과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는 여성, 어린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보라.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돈을 벌 수 있다.” 

    숨은 수혜주의 특징은 없나. 

    “반대로 접근해야 한다. 가치 있는 주식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파고들면 안 된다. 내가 발견한 유망한 기업이 숨은 기업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가재를 찾기 위해 개울에서 돌을 뒤집어 보는 작업과 비슷하다. 그저 가재가 나올 때까지 계속 돌을 뒤집어보는 거다. 반복되는 작업에 지치지 않으려면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목표로 삼는 발굴 종목 수도 줄여야 한다. 1년에 2개 종목만 찾자고 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근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당연히 코로나19 이후다. 코로나19가 종식돼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해외여행을 가기 시작할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해보고 있다. 기사를 읽는 독자도 같은 생각을 하며 투자 종목을 찾고 있을 거다. 공항·항공사·호텔 등이 수백 개 있다. 목록을 펼쳐놓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기업을 찾아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여러 상품의 가격이 오를 거다. 이 중 원재료 비용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분야에 주목한다.” 

    소비재시장 쪽인가. 

    “미술품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경매장에서는 한정된 수의 그림만 경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경매가 활성화하면서 자연히 경매품 가격도 오른다. 이때 경매 수수료가 오르겠지만 인건비나 임대료는 크게 오르지 않을 거다. 상승분은 오롯이 경매회사 몫이다. 뱃삯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뱃삯이 많이 올랐지만 선원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선주들만 돈을 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업종이 2021년 주식시장을 관통하는 테마가 될 거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디아지오코리아, 국내 이익 90% 이상 본사 송금

    ‘반도체 겨울론’ 모건스탠리, 한 달 만에 반성문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