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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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 창작 산실 ‘대안공간’

  •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입력2006-06-21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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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들 창작 산실 ‘대안공간’

    대안공간 ‘루프’

    ‘대안공간(alternative space)’은 1969년경 미국 뉴욕의 예술가들에 의해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1960년대는 새로운 실험적 미술형식이 대거 등장한 시기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비제도권의 젊은 작가들이 이 작업을 주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가난했다. 때문에 미술관이나 화랑, 기획전시장 등 번듯한 전시공간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 대안으로 모색된 곳이 바로 식당이나 카페, 작업장, 버려진 건물 등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안공간이었던 것이다.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폐건물 무단입주(squat), 혹은 지역 정부의 배려로 값싼 작업실을 임대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일반인들이 회피하던 어둡고 음습한 지역은 이들에 의해 창의성을 발산하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뉴욕의 소호나 파리의 바스티유 지역은 경제적으로 몰락하던 빈민가 골목이 예술가들의 집단 거주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 중심 지역으로 변모한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버려진 건물 → 무단입주 혹은 임대 → 대안공간 혹은 문화센터 자영 → 젊은이들의 집결지 → 지역문화 형성 → 고급 상업지역으로 변모’가 마치 공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부터 홍대 입구와 인사동 골목 등을 중심으로 대안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홍대 인근의 쌈지스페이스, 대안공간 루프, 스페이스 휴, 인사동의 인사미술공간, 사루비아 다방, 대안공간 풀, 대학로의 정미소 등이 대표적인 공간들.

    하지만 오늘날 대안공간의 위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실력 있는 젊은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안공간의 기능적 모호성을 비판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비(非)문화 중심 지역의 특성화와 문화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안공간과 예술가들의 입주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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