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2006.10.10

미국경제 불균형과 한-미 FTA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09-26 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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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경제 불균형과 한-미 FTA

    9월6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 컨벤션&트레이드센터 부속건물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3차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결정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해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방치하면 세계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미국의 끊임없는 무역적자와 그로 인한 달러 가치의 하락 및 인플레이션 발생이다. 쉽게 말하면 세계경제의 대들보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이에 관련된 국가들이 자국의 잇속을 챙기기 때문이다.

    무역적자 나라 미국 뾰족한 창끝 한국 겨냥

    먼저 미국은 무역적자를 보전하고도 남을 엄청난 달러의 유입으로 시장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만기 10년의 국채 수익률을 하루짜리 정책금리보다 더 낮게 유지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미 흑자국인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자국 화폐의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사들여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관련 국가들이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게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것을 왜 세계경제의 불균형이라 말하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이런 일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된다. 미국이 계속 부채를 늘려가면서 언제까지나 왕성하게 수입품을 소비하겠는가 하는 얘기다. 대답은 당연히 ‘노’다.



    그렇다고 불균형의 본질이 완전히 노출된 것은 아니다. 시장에 맡겨두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역적자가 많은 나라의 화폐가치는 하락한다. 그래서 달러 가치는 구조적으로 하락하도록 돼 있다. 그러면 미국의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면서 무역적자가 개선된다. 이것이 시장경제 시스템의 작동원리다.

    그러나 달러 가치는 몇 개 국가들의 화폐에 대해서는 충분한 하락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 일본, 게다가 한국 정부까지 중앙은행을 외환시장에 개입시켜 달러 가치가 하락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불균형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에도 일종의 중력의 법칙이 있다. 시장원리가 그것이다. 시장원리는 유유히 흐르는 대하와 같아서 길게 맞서 싸워선 결코 이 흐름을 이길 수 없다.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시간을 조금 버는 일에 불과하다. 다행히 한국은 시장에 순응하면서 원화 가치의 상승을 잘 견뎌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불균형의 근원은 처음부터 최대 흑자국인 중국에 있었다. 위안화의 가치가 평가절상되지 않고서는 결코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창끝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과의 일전은 ‘전투’에 불과하지만, 중국과의 일전은 ‘전쟁’이 된다는 걸 미국도 알기 때문이다. 원화의 평가절상을 이루어내고, 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서로 시장을 개방하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그것도 미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방법으로. 그렇다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시장을 내줄 필요는 없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국만의 책임은 아닌 데다, 무역협상은 항상 상호 호혜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약력
    .1956년생

    .1981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졸업

    .1988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경제학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부하연구·

    규제정책연구실장

    .1990년 생산기술연구원

    기술정책실장·연구기획단장

    .1992년 경원대 교수

    .2004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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