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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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기에 위험관리는 필수

6월부터 3·30 대책 본격 시행 ... 수익과 위험 함께 보는 자세 가져야

  • 성종수 부동산 포털 ㈜알젠(www.rzen.co.kr) 대표

    입력2006-06-21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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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침체기에 위험관리는 필수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입주권을 살 때 특히 유의해야 하는 지역이다.

    부동산을 운용하는 일반인의 잘못된 습관 가운데 하나는 이익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투자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하고 계산기부터 두드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서도 적잖은 사람들이 쓴잔을 마신다. 다만 이들은 말이 없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같은 부동산을 샀더라도 시황을 잘못 판단해 오르기 전에 판 이들은 큰 수익을 얻지 못한다. 개인 사정 때문에 값이 오를 줄 알면서도 보유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아무것도 모르고 쓸모없는 땅을 사서 오랫동안 애를 먹기도 한다.

    부동산은 한 번 잘못 사면 돌이킬 수 없다. 주식보다 위험 확률은 낮지만 일단 위험에 빠지면 후유증은 평생을 간다. 따라서 투자할 때는 수익요인과 위험요인을 함께 짚어봐야 한다. 해답이 뻔히 보이는 상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위험을 알고 준비하면 위험은 결코 닥치지 않는다.

    3·30대책 등 그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관련 규제와 세제가 6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 차원을 넘어 실제적인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수익만 보면 안 된다. 투자위험도 함께 봐야 한다. 호황기처럼 수익만 보고 달려들면 ‘실패의 열차’를 탈 확률이 높아진다.

    부자는 재산을 운에 맡기지 않는다



    경기 부천시 중동 신도시에 사는 K 씨는 친구의 권유로 분양상가를 계약했다가 1억2000만원을 날렸다. 7년간 꼬박 적금으로 모은 돈이었다. K 씨가 계약한 것은 인천의 한 테마상가. 상가 투자 경험이 없는 K 씨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친구의 말만 듣고 덥석 계약을 했다. 그러나 분양대행업체 사장은 계약자들로부터 계약금을 한 사람당 7000만~4억원씩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델하우스에서 같은 상가를 이중, 삼중으로 계약한 것이었다. K 씨는 생업까지 접고 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으나 막막하다. 아무런 방책 없이 친구 말만 듣고 투자했다가 재산 손실에 시간까지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일산 신도시에 사는 P 씨는 3억원의 여윳돈을 은행 예금으로만 굴려왔다. 그런데 동창 모임에 갔다가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불렸다는 동창의 말을 들었다. 며칠 밤을 고민하던 P 씨는 3억원을 은행에서 찾아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그러나 시공사가 부도나고 말았다.

    모두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다. 남의 말이나 소문에 의존하는 투자, 현장에 가보지 않고 계약부터 하고 보는 방식, 큰돈을 번다는 말에는 흥분하면서 ‘왜 그렇게 이익이 많이 날 수 있을까’ 하는 위험요인을 짚어보지 않는 투자가 모두 이에 해당한다.

    고스톱 판에 ‘운칠기삼’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운이 70%이고, 기술이나 실력은 30%라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활황일 때는 이 말이 통한다. 특별한 지식이나 분석이 없어도 운이 좋으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운칠기삼식 투자는 자칫하면 한 번에 전 재산을 날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프리카에 사는 산양 ‘스프링복’ 이야기다. 초기에는 풀을 뜯으며 평화롭게 행렬을 이룬다. 그러나 앞서 가던 양들이 풀을 거의 다 뜯어먹으면 뒤따르던 양들이 남은 풀이라도 먹기 위해 다툼을 벌인다. 양들의 대열은 빨라지고 줄도 흐트러진다. 풀을 먼저 먹으려는 욕심에 뒤쪽의 양들이 앞으로 달려오고, 앞서 나가던 양들은 선두를 빼앗기지 않으려 속도를 더 낸다. 결국 가속도가 붙어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양들이 전속력으로 달린다. 다음은 어찌 될까. 관성의 힘으로 양들모두 가파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다.

    부동산 침체기에 위험관리는 필수

    한 건설사가 테마상가 모델하우스에서 홍보를 위해 마임 패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미련한 짐승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일반인들 또한 스프링복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다 욕심 때문이다. 재산을 늘리고자 하는 욕심은 인지상정이지만 대책 없는 욕심은 금물이다. 남이 돈을 벌고 남이 투자한다고 하니, 흥분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은 욕심일 따름이다.

    딱지(입주권) 투자의 그림자

    부동산 침체기에는 부동산 사기가 판을 친다. 침체기에는 투자할 만한 곳이 줄어들기 때문에 고수익을 미끼로 내세우는 사기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것. 딱지(입주권)투자는 전형적인 유형이다. 입주권은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가 짓는 시영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다. 동·호수가 결정된 분양권과는 다르다. 입주권 거래가 위험한 것은 거래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지만 이중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입주권이라도 한 입주권을 여러 사람에게 파는 이중매매가 종종 있다.

    서울시가 한때 입주권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개 중 2개가 가짜였다. 입주권 사기 피해액만도 100억원대가 넘었다. SH공사는 정당한 입주권이라도 전산 검색을 거쳐 부적격자로 확인되면 원매자의 입주권을 박탈한다. 입주권 값이 아무리 올라도 가짜를 사거나 이중거래를 하면 헛일이다. 하자 없는 입주권을 샀다고 해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졸여야 한다.

    입주권 사기가 많은 것은 대부분 입지가 좋은 택지지구를 투자처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세곡·장지·문정·강일 지구 등 강남권과 강서·마곡 지구 등 위치가 좋은 곳이 입주권 사기의 주된 먹잇감이다. 위치가 좋은 곳의 아파트를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유혹에 철저한 분석 없이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짜 입주권을 확인하는 방법은 있다. 택지지구 입주권과 분양, 보상에 대한 궁금증은 SH공사 보상처로 알아보면 된다. 시민아파트 철거, 도시계획사업에 따른 임대 및 특별공급 아파트에 대한 문의는 서울시 주택기획과로 하면 된다. 입주권 거래로 피해를 보았다면 서울시 지적과 토지조사팀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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