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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브레이크 풀린 ‘생계침해형 범죄’

110콜센터 취업사기·임금 착취 등 신고 급증

  • 송화선 spring@donga.com

브레이크 풀린 ‘생계침해형 범죄’

브레이크 풀린 ‘생계침해형 범죄’

1월6일 경찰청에서 열린 ‘생계침해범죄 대책 추진단’ 발족식에서 수사관들이 강·절도 등 생계침해형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충청도와 경북, 전북 등의 농촌지역을 돌며 상습적으로 빈집을 털어온 김모(32)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일자리가 없어 푼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빈집털이를 시작했다”는 그는 노인들의 통장과 도장을 46회에 걸쳐 훔친 뒤 3억900여 만원을 절취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월13일 빈집만 돌며 21차례에 걸쳐 1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이모(21) 씨를 체포했다. 그도 무직자였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전국에서 생계형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환위기 시절의 범죄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황으로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이 증가하면서 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에 비해 11.4% 급증했다. 최근 이런 양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 경찰청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절도 및 강도 사건은 6만2349건으로, 이전 3개월에 비해 6.3% 늘었다.

취업 사기, 임금 착취, 불법 사금융 등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생계침해형’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생계침해 관련 범죄 피해신고를 받는 정부 민원안내 전화번호 ‘110 콜센터’의 김주호 조사관은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챙기거나, 고용인에게 약속한 월급을 다 주지 않고 오히려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연일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110 콜센터에 피해를 신고하면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 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사건을 접수하고 해결책을 찾아준다.

퀵서비스 기사 A씨는 ‘월 250만원 수입 보장’이라는 전단지 광고를 보고 퀵서비스 업체에 취직했다가 피해를 본 경우. 일을 받으려면 개인단말기(PDA)를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말에 100만원대 장비를 사들이고 알선료도 미리 납부했지만, 수입이 약속한 액수에 턱없이 못 미치자 110 콜센터에 신고했다. 워드 작업할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 90만원을 입금한 B씨는 “업체 측에서 일방적으로 스팸메일 발송 업무를 요구하면서 e메일 발송 후 5건 이상 계약을 체결해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구직자들이 다급한 마음에 일단 고용계약부터 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취업포털 커리어의 고정욱 상무는 “계약을 맺기 전 옵션 사항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상식에 비춰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약속하는 업체는 조심해야 한다. 취업을 대가로 물품 구입이나 보증금 납입을 요구하는 회사는 추후 분쟁이 생길 여지가 많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급전 대출을 미끼로 고금리를 요구하거나 사기행각을 벌이는 불법 사금융 관련 사건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110 콜센터에 피해 사례를 접수한 C씨는 사채업자에게 2500만원을 빌린 뒤 이자를 연체했다가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경우. 그는 300여 만원의 승용차를 빼앗기는 등 134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기고, 4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정증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브레이크 풀린 ‘생계침해형 범죄’
‘신불자, 연체자 환영’ ‘무조건 100% 가능’ ‘무직자 대출’ 등 허위·과장 광고로 서민들을 유인한 뒤 급전 대출을 미끼로 중개수수료만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충남 서산의 D씨는 생활정보지에서 ‘은행권 당일 대출’이라는 광고를 보고 대출을 신청했다가, 대출금의 10%를 선입금하라는 요구에 500만원을 입금한 뒤 업체 측과 연락이 두절됐다.

금융감독원 사금융 피해상담센터 관계자는 “월평균 250건 안팎이던 사금융 피해상담이 최근 들어 400건에 육박하고 있다”며 “무등록 대부업자들의 허위·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각 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 대부업체인지를 확인한 뒤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대부 광고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뒤 미등록 대부업체 192개를 적발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미등록 대부업체들은 다른 업체의 대부업 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폐업 및 취소된 업체의 등록번호를 사용했으며 허위로 사업자등록번호를 만들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정보 무단 사용 수시 확인을

전화사기인 보이스피싱 관련 신고도 계속되고 있다. 110 콜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피해 사례가 보이스피싱에 대한 것. 최근에는 우체국을 사칭해 소포가 도착할 예정이라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멘트를 남긴 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E씨는 “최근 우체국이라면서 전화가 걸려와 ‘선물 소포가 반송됐으니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대라’고 했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이 전화에 응답할 경우 당장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집주소, 전화번호, 신용카드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노출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실 조성목 부국장은 “실수로 개인정보를 노출한 경우 거래은행 또는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거나, 정보통신보호진흥원의 ‘보호나라’(www.boho.or.kr) 사이트에 가입해 자신의 개인정보가 무단 사용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1월6일 ‘생계침해범죄 대책 추진단’을 발족시키고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절도, 강도, 사기 등의 범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최근 상황에 강력 대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 16개 지방청과 239개 경찰서에 설치되는 추진단에는 총 5143명의 경찰관이 배치된다.



주간동아 2009.01.27 671호 (p48~49)

송화선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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