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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 밖 병살타 일탈이 기가 막혀!

야구스타들 씻기 힘든 과오 엄청난 후유증 … 공인의식 ‘프로’의 모습 재정립 필요

  • 윤승옥 스포츠서울 야구부 기자 touch@sportsseoul.com

구장 밖 병살타 일탈이 기가 막혀!

구장 밖 병살타 일탈이 기가 막혀!

시민과 경찰관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정수근.

롯데 정수근(31)이 7월16일 심야 음주 폭행사건으로 프로야구 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여론이 들끓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곧바로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을 내렸다. 2004년 폭행사건 때는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뒤 21경기 만에 징계가 해제됐지만, 이번에는 후유증이 오래갈 듯하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하지 말았어야 할 일탈의 흔적이 선수 자신에게 던져준 그늘은 무척 짙다. 더욱이 얼굴이 널리 알려진 공인 신분이기에 선수들이 직접 떠안아야 할 무게감과 부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처럼 폭행사건 등으로 팬들의 환호성을 저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경우는 비단 정수근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31일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KIA 김진우(25). 한때의 잘못된 판단이 끝없는 방황을 몰고 왔다. 그의 임의탈퇴 사유는 표면적으로 팀 무단이탈이었지만, 사실 수년간 음주와 폭력으로 구단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팀이 극단적인 징계를 내린 이유도 보이지 않는 ‘전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 7억원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초고교급 투수였다. 입단 이후 ‘제2의 선동열’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녔고, 실제로 국보급 투수의 등번호 18번을 물려받기도 했다.

정수근 심야 음주 폭행 자칫 은퇴 기로



기대에 걸맞게 입단 첫해 탈삼진왕을 차지하는 등 세 시즌 동안 매년 10승 이상을 거두며 KIA의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야구 실력은 2003년 두 차례나 폭행사건에 연루되면서 서서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게다가 잦은 술자리 등으로 빚이 늘고 동료들과 채무관계로 얽히면서 팀 내에서도 신의를 잃어갔다. 심지어 조직폭력배들에게 빚 독촉을 받기도 했다. 2004년 21세 나이로 결혼했지만, 결혼이 주는 안정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구단에서는 임의탈퇴 처분 직전까지도 전담코치를 붙여 일상생활을 특별 관리했지만 그의 음주와 무단이탈은 계속됐다.

사실 김진우는 야구밖에 모르는 ‘순둥이’였다. 광주 진흥고 3학년이던 2001년 말 받은 계약금으로 광주에 근사한 2층짜리 집을 지었다. 그런데 준공식 전날 2층에서 조촐한 파티를 하던 중 어머니가 실족사하면서 그 충격으로 다른 사람이 됐다.

임의탈퇴는 최소 1년 뒤 구단 요청으로 해제된다. 따라서 김진우는 오는 8월1일부터 마운드에 설 수 있다. 그런데 KIA 구단은 “김진우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받고 있는데 아직 달라진 점을 찾지 못했다”며 마운드 복귀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진우는 최근 예비군 훈련 상습 불참으로 지명수배까지 돼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김진우와 시즌 중에 잦은 술자리 회동으로 빈축을 샀던 노장진(34)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공주고에서 초고교급 투수로 명성을 날리다 1993년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 입단한 노장진은 그해 숙소를 무단이탈하는 등 돌출행동을 반복하다 9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이적 첫해인 1999년 15승9패(방어율 4.35)로 한 시즌 개인 최고 승수를 올렸고, 2002년 마무리 투수로 전향해 11승23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4년 4월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다 당시 김응용 감독(현 삼성 사장)에게 발각돼 롯데로 이적하면서 그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4년 1승17세이브를 기록하며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2005년 7월 아내가 세상을 뜨면서 방황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06시즌을 앞두고는 팀을 무단이탈해 두 달가량 겉돌았다. 그해 말 가장 먼저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해 시장에서 몸값을 평가받겠다고 나섰지만, 원 구단 롯데는 물론 나머지 7개 구단으로부터 버림받고 지금까지 무적(無籍) 신분이다.

현재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는 임창용(32)도 간통혐의로 피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임창용은 삼성 소속이던 2002년 말 부인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다가 부인 측의 반발이 이어져 논란에 휩싸였다. 2003년 초 간통혐의로 피소되는 등 6개월가량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미국 진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임창용은 구단으로부터 200여 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KBO는 이 사건으로 프로야구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판단해, 그해 6월 규약에 ‘선수 등이 야구 외적인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KBO 총재가 영구제명 등 각종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조항은 공교롭게도 이듬해 해운대 폭행사건에 휘말린 정수근에게 처음 적용됐다.

2004년 병역비리는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70여 명이 대거 연루돼 충격을 던져줬다. 선수들이 브로커와 짜고 교묘한 수법으로 사구체신염 등의 판정을 받아 병역을 회피하려다 수사망에 걸린 것이다.

주기적인 사고 팬들도 용서하지 않아

1993년 정민태(은퇴)가 병역비리로 한 달가량 구속된 경우는 있었지만, 대규모 적발은 처음이었다. 팬들은 프로야구계를 향해 ‘집단 도덕 불감증’이라고 비난했다. 졸지에 범죄자 집단이 된 프로야구는 병역비리 혐의자들의 대규모 이탈로 다음 시즌의 경기 수를 팀당 133게임에서 126게임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KBO는 또다시 규약에 ‘병역비리에 적발된 선수는 영구제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막강 해태의 4번 타자 출신으로 프로야구선수협회장까지 지낸 이호성 씨가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과 세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라 이번 정수근 사건이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주기적인 일탈에 대해 모 감독은 “이제는 단순히 일어탁수(一魚濁水·한 마리의 물고기가 물을 흐린다)식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예전보다 선수들의 도덕지수가 높아졌지만, 전반적인 수준이 사회의 요구치와 차이가 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들이 공인의식을 확립하고 품위에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수근 사건은 선수들이 공인의식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인기 있고 지명도가 높다 해도 사회 구성원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수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주간동아 2008.08.05 647호 (p58~59)

윤승옥 스포츠서울 야구부 기자 touc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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