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0

2008.06.17

1000억대 짝퉁 양주 막아라! 위조방지 아이디어 속출

  • 입력2008-06-11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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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은 마셔봤다. 하지만 원해서 마신 적은 없다.

    ‘가짜 양주’ 얘기다. 술 좋아하는 주당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오래된 숙제. 고급 위스키를 마셨는데 아침에 머리가 아프다든지, 심지어 복통을 일으키면 누구나 의문을 던져본다. “혹시 어제 내가 마신 양주가 가짜였을까?”

    주류업계에서도 가짜 양주는 골칫거리이자 불청객이다. 하락하는 매출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오기에 주류업체들은 전전긍긍한다.

    주류업계에서는 국내 양주시장 규모를 대략 1조원대로 추산한다. 문제는 이 중 10%가량이 가짜 양주라는 것.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N, C 등 대표적 국산 저가 양주의 경우 대부분이 가짜 양주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공업용 알코올만으로 만들어지는 가짜 양주까지 포함하면 10%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류업체들은 ‘짝퉁 양주와의 전쟁’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업체마다 매년 수십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정도란다. ‘진짜 양주’를 지키기 위한 아이디어도 넘쳐나고 있다.



    ‘윈저’로 유명한 양주업체 디아지오는 올해 출시한 ‘뉴 윈저’에 세계 최초로 정품인증 추 방식의 위조방지 장치 ‘체커’를 독점 장착했다. ‘체커’는 뚜껑을 여는 순간 위스키 위조 여부를 누구나 손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개발된 위조방지 장치다. 이 때문에 병당 제작단가는 500원가량 상승했고 홍보비용도 수십억원이 더 들었다.

    진로발렌타인이 판매하는 ‘임페리얼’의 경우 입구에 ‘구알라캡’이라는 재주입 방지장치가 돼 있고(일명 키퍼캡), 한번 뜯은 홀로그램(키퍼마크)은 그 흔적이 남도록 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는 특수용액을 사용해 병의 지정된 곳을 문지르면 색이 변하는 장치인 DNA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론 위스키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나름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방법을 하나쯤 갖고 있다. 병을 뒤집어 흔든 뒤 거품이 사라지는 시간을 본다든지, 색을 유심히 살핀다든지, 물에 희석해 냄새로 확인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그야말로 초보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양주 전문가들의 얘기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 수준에서 가짜 양주를 분간해내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은 것이다.

    한 해 1000억원대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는 짝퉁양주 시장, 최근에는 중국 등지에서 건너온 외제 가짜맥주도 여기저기서 판을 친다니 주당들의 고민은 깊어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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