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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촛불, 역사로 타올랐다

그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MB의 ‘나를 따르라’ 발상으론 국가 경영 어려워 … 민심과 눈 맞추기 지상과제

  • 정리=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그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드리겠다’는 구호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MB) 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사상 최악의 지지율로 추락하고 있다. 오만, 소통 부재, 인사 실패 등 그 원인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국민을 ‘뿔’ 나게 했는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던 인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개선점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그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왜 일방적 주장만 나열하나”경북대 총학생회장 고명석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부.’ MB 정부에 대한 대학생들의 평가는 일반 국민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 고명석(25)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듣기보다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고 회장은 MB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공기업 민영화 등 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나치게 마구잡이식 행태를 보이는 데다 뒷수습마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의 추진력은 이미 국민의 검증을 받았어요. 하지만 정책을 추진할 때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죠. 대통령으로 뽑아준 건 국민이잖아요.”

고 회장은 돈 있는 자본가, 기업가 위주의 정책을 펼치다 보니 국민의 반발은 예정된 순서였다고 덧붙인다. 그간 MB 정부의 지지율 근간이던 경제를 살린다는 주장 역시 기름값을 비롯한 물가 폭등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잃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대통령의 문제는 스타일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됐다는 점에 있어요.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보다 자신의 의견만 옳다는 독선적 태도가 문제죠.”

고 회장은 대통령 독선의 대표적 사례로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진압을 꼽았다.

“5월31일 서울 촛불집회에 대구지역 대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했어요. 학생들이 돌과 쇠파이프를 든 것도 아닌데, 물대포로 마구잡이 진압을 강행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고 회장은 MB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해요. 그럼 이번 촛불집회를 두고 배후세력이 있다는 식의 말은 못할 거예요. 왜 국민에게서 ‘독재타도, 협상철회’라는 말이 나오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해요.”

“상위 20%만을 위한 정책 아닌가”인터넷 팬카페 ‘명바라기’ 운영진 김현도

그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정치인 이명박’을 지지하는 팬클럽 ‘명바라기’ 운영자 김현도(28) 씨는 1년 반 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인터넷 모임을 결성했다. 회원수가 급증해 현재 1만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김씨는 “군대에 있을 때 이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읽고 감동받았다”면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 경제를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지했다”고 털어놨다.

“영세하지만 저도 기업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참 힘들었어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버스 중앙차로와 청계천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추진력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리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롯한 일련의 정책 추진과정에 대해선 실망감이 크다고 말한다. 추진력을 자신한 나머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나아가 장차관이 해야 할 일에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대한 점도 문제라는 것. 결국 대통령의 욕심에 공무원들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국민을 위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분석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집회에 대해선 국민을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겁니다. 취임식 때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잖습니까. 대통령이라면 중요한 국가적 일을 처리할 때 국민과의 토론에 뛰어들 자세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과의 싸움으로 흘러가선 안 됩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상위 20%를 위한 정책만 펼칠 게 아니라, 나머지 80%도 생각해야 합니다. 실제로 국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자세를 낮춰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국민의 신뢰가 먼저다”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한국노총 장석춘(51) 위원장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는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MB 정부에 대해 어디까지나 ‘비판적 지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MB 정부는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솔직히 실망한 점도 많죠. 부자정권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서민의 애환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에요.”

장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갖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말하지만, 기업가와 서울시장으로 일하던 방식과 국가를 경영하는 방식은 엄연히 차원이 다른 문제예요. 단순히 경영자 논리로만 얘기해선 안 되죠.”

최근 한국노총은 투쟁보다 대화, 협상을 통해 정권과 소통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노동자와 서민이 피해를 본다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서민의 뜻을 외면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이 컸다.

“좋은 정책을 내놔도 국민이 받아들일 뜻이 없다면 강요해선 안 되죠. 한반도 대운하 정책만 해도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한다면 쓸모없는 정책에 불과한 거예요. 정책 추진에 앞서 국민과의 소통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이유예요.”

앞으로 “공공부문 개혁도 여론몰이식으로 하지 말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계획성 있게 추진”하라고 주문하면서, “공공부문 개혁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오만방자하다” 중앙대 법학과 이상돈 교수

그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이 ‘국가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해온 중앙대 법학과 이상돈(57) 교수는 최근 MB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 대해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효 득표수는 전체 국민의 30%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명박’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말과 행동이 가볍고 정치역량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과장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성급하게 협상 타결을 했던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아요. 협상 전문가에게 믿고 맡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대통령 스스로가 ‘법과 원칙’을 내세울 수 없을 만큼 부적격 사유가 많은 것도 정권의 태생적 한계라고 지적한다.

“촛불집회가 순수한 의미도 지니지만, 불법이 발생할 여지도 많아요.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법과 원칙’을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죠. 그러다 보니 공권력의 법 집행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거고요.”

앞으로 대운하를 비롯해 정권의 탄생 목적 차원에서 추진해나갈 정책들이 많은 만큼, 국민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요구했다.

“쇠고기 파문과 비교해본다면 대운하도 비슷한 이슈가 될 거예요.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정책은 포기하고, 국민 화합형 정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한 핑계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말이 너무 많아요. 이는 오만하고 경박한 것이지, 결코 소통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소통의 문제’를 말하는 건 책임을 비켜나가겠다는 꼼수에 불과하죠.”

결국 신뢰의 문제인 만큼 독단을 버리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정치를 펼칠 것을 주문했다.

“권력은 국민에게 겸손해야 해요. 실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관성이 없고, 또 목적을 위해 말을 자꾸 바꾸는 행위를 국민은 용납하지 못하죠. 최소한의 원리 원칙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주간동아 2008.06.17 640호 (p42~43)

정리=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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