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6

2007.12.25

폐암

하루 한 갑 흡연자, 발병 위험 10배 이상 ‘껑충’

  • 박근칠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입력2007-12-24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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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암

    폐암 정밀검진을 위한 저선량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

    폐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전체 폐암 환자의 80~90%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흡연인구는 11억명을 넘어섰으며 담배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400만명에 이른다. 한국도 ‘담배 천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명 중 2명꼴인 70%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다행히 최근 흡연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흡연율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성과 청소년 흡연인구의 증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통상 흡연을 시작한 지 20~30년 지나면 폐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흡연량과 흡연기간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진다. 현재의 흡연인구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2020년경에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지금의 2배에 달해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이 해마다 폐암 때문에 숨질 것으로 전망된다.

    담배가 키우는 무서운 병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는 담배에 든 발암·독성 성분 때문이다. 담배에는 약 4000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중 69종이 발암물질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해로운 3대 물질은 타르, 일산화탄소(CO), 니코틴이다. 특히 타르는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데, 담배연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타르 속에만 20여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발암물질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는 종양억제 유전자를 파괴해 폐암 등 여러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0배 이상 높으며, 하루 2갑씩 20년 동안 담배를 피울 경우엔 위험도가 60~70배까지 늘어난다.

    폐암
    간접흡연에 의한 폐암 발병도 잘 알려져 있는데, 애연가 남편과 사는 비흡연 부인의 경우 발병 위험도가 약 1.2배 증가하며 매년 2~3%의 폐암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모든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흡연자의 10~15%에서만 폐암이 발병하고, 평생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은 비흡연자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 실제 폐암 환자의 10~15%는 비흡연자다. 이는 폐암 발병 소인의 개인적 차이, 즉 유전적 요인이 일부 관련됨을 시사한다.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2~3배 높아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이 밖에 우라늄, 석면, 니켈, 비소, 광물성 기름 등도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해로 인한 공기 중 발암물질도 폐암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폐암

    흡연으로 폐기종과 폐암(오른쪽)에 걸린 폐.

    혹시 나도? 환자의 10%가 무증상

    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폐암은 약 10%의 환자에서는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호흡기질환 증상인 심한 기침, 피 섞인 객담(객혈), 호흡곤란, 흉통, 쉰 목소리, 체중감소, 상지부종 등이 발생한다. 객혈은 대개 기침 끝에 조금 나오거나 점액성 가래에 붙어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런 증상은 폐암 발병 초기보다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 나타난다. 따라서 실제 병원을 찾았을 때는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첫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의 20~25%에 그친다. 그러나 종양 크기가 3cm 이하인 초기 발견 환자는 5년 생존율이 70%에 달해 조기진단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암의 조기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진단법이 저선량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다. 암덩어리가 지름 2~3cm 이상일 때만 확인할 수 있던 흉부 엑스선 촬영에 비해 저선량 CT는 3mm 정도의 폐암까지 발견해낼 수 있다.

    암 유형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폐암

    기관지경을 입으로 넣는 조직검사도 폐암 진단을 위해 필수적이다.

    폐암은 크게 소(小)세포암과 비소(非小)세포암로 나뉘는데, 두 유형의 임상 경과와 예후, 치료 방법이 다르다. 폐암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소세포암은 증식이 빠르고 뇌, 림프절, 간, 부신, 뼈 등으로 전이가 잘된다. 수술보다는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좋아 치료 초기엔 효과가 우수하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발이 잘되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반면 비소세포암은 폐암 환자의 75~80%를 차지하는데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대세포암으로 구분된다. 편평상피세포암은 소세포암과 더불어 특히 흡연과 연관성이 높다. 비소세포암은 조기 발견하면 수술이 가능하며, 수술을 받을 경우 1기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 2기는 50%를 넘는다.

    그러나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3B기와 4기) 환자의 경우 3기 일부 환자에서는 항암제 및 방사선 병행 치료로 장기 생존이 가능하지만,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한 3기와 4기 환자에서는 병기가 진행될수록 완치보다는 통증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하며,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치료에 중점을 두게 된다.

    최근엔 말기 암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 분자표적(타깃)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표적 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군 선별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에 결합해 항암작용을 하는 표적 치료제는 특히 여성, 비흡연자, 선암 등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으며, 서구보다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지역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력 있다면 6~12개월마다 정기검진

    폐암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의 으뜸은 금연이다. 흡연은 폐암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암 발생의 원인이다. 특히 폐암은 사망 환자의 85%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금연한 뒤 10년 후엔 흡연을 계속한 사람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2분의 1로 줄어들고, 15년 후엔 6분의 1로 감소한다.

    폐암
    최근엔 흡연과 관련 없는 중년 여성들에게도 폐암이 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할 때 여성들의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하루 30분씩 규칙적인 운동은 암뿐 아니라 모든 질병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물론 모든 암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소화에 지장이 없는 한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해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하고, 45세 이후부터는 특히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6~12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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