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8

2007.06.05

PART 3_ 탈모와의 전쟁, 빠를수록 좋다

  • 입력2007-06-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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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3_ 탈모와의 전쟁, 빠를수록 좋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이 자가모발이식 수술을 하는 모습.

    머리카락에 대한 탈모 환자들의 애착은 무병장수를 위해 불로초를 찾아 헤맨 중국 진나라 황제의 간절함에 뒤지지 않는다. 발모제나 탈모방지 비누를 쓰고, 증모(增毛)에 도움이 된다는 음식을 먹으며, 인조모발과 가발까지 사용해보지만 똑소리 나는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더욱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도 많다.

    탈모 치료법은 증상과 유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가장 대중적인 치료법은 약물, 주사제, 면역요법 등이다. 약물로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공인한 먹는 약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이 있다. 이러한 약물요법은 탈모 초기나 모근이 튼튼한 경우 주로 처방된다.

    미녹시딜·프로페시아, 6개월 이상 사용해야 효과

    미녹시딜은 말초혈관을 이완시키고 피부의 혈류량을 증가해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가늘고 약한 모발을 굵고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본래 미녹시딜이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까닭에 강력한 혈관확장 효과를 지녔기 때문이다.

    프로페시아는 탈모 진행을 막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게 한다. 다만 기형아 출산, 태아 발육 등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여성 탈모 환자는 복용을 금해야 한다.



    약물요법은 대체로 6개월 이상 시도해야 효과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그동안 빠지지 않았던 모발까지 한꺼번에 빠져 탈모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주사 치료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사용하는데, 보통 탈모 부위에 직접 주사해 빠른 효과를 낸다.

    면역요법은 원형 탈모증 치료에 활용된다. 인체 면역능력을 강화해 탈모 증상을 억제하는 원리로서, 특정 화학물질로 탈모 부위를 자극해 발모 효과를 낸다.

    자가모발 이식 땐 ‘디자인’이 중요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땐 자가모발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법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자가모발이식술이 유일하다. 이 시술법은 탈모 환자의 건강한 모발에서 모근을 포함한 머리카락을 채취해 숱이 적은 부위에 이식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한 가닥씩 옮겨 심는 단일모 이식술이 사용되는데, 탈모의 유형과 진행 정도를 고려해 이식 부위를 디자인해야 한다.

    PART 3_ 탈모와의 전쟁, 빠를수록 좋다

    모발이식술 시술 전(왼쪽)과 후 모습.

    탈모 환자들의 전형적인 유형은 앞이마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탈모 영역이 머리 뒷부분으로 확대되면서 넓은 이마를 갖게 되는 C자형(혹은 U자형) 대머리다. 이럴 때는 모발이식으로 넓은 이마를 가리는 것이 포인트다. 자연스러움을 살리려면 가오리 한 마리를 머리에 올린 것 같은 모습으로 머리카락을 심는 게 좋다. 가운데 부분은 촘촘하게 심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밀도를 낮춘다.

    만일 이마 양옆의 머리카락만 빠진다면 정면에서 볼 때 M자형 헤어라인을 갖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틈새를 머리털로 빽빽이 메우기를 원하지만,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 눈썹 사이, 즉 미드라인 쪽에 머리카락을 심고 이마 양옆은 모발이식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프랑스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처럼 머리 꼭대기 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져 ‘숲 속 공터’를 만든 경우는 흔히 ‘속알머리가 없다’는 놀림을 받는다. 이는 O형 탈모다. 이런 경우는 양쪽 귀에서 머리 쪽으로 수직선을 그어 선 앞쪽은 이식을 하고 뒷부분은 남은 머리카락으로 가려주는 게 좋다. 이는 50, 60대에 다시 탈모가 발생할 수 있어 2차 수술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머리카락을 완전히 뒤로 넘기는 스타일을 좋아하면 탈모 부위 전체에 골고루 모발이식을 한다. 또 3대 7 가르마를 탄다면 숱이 그대로 드러나는 3 부위엔 머리카락을 빽빽이 심고, 7 부위는 머리카락이 겹치는 것을 고려해 적게 심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탈모 유형에 따라 이식 부위를 디자인하는 것 못지않게 탈모 치료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도 중요하다. 탈모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자가모발이식술을 받을 때는 5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또한 자가모발이식술도 엄연한 수술이므로 전문의의 숙련된 솜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좌우 양쪽의 탈모 속도가 다르므로 자연스러움을 살리려면 탈모 형태에 맞춰 헤어라인 각을 잡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모발이식 수술은 부분마취로 진행되고 1회에 머리카락 800~1200개를 이식한다. 최근엔 한 번에 3000개 이상의 모발을 심는 메가세션법을 사용해 풍성한 머리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수술시간은 2~3시간이다.

    가장 좋은 치료는 망각

    원형 탈모증의 경우 주원인은 스트레스다. 그만큼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원형탈모증 환자라는 것을 잊는 게 가장 좋은 치료’라는 금언도 있다. 실제로 치료 중 조바심을 내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사람은 조바심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해 치료를 더디게 할 수 있다.

    원형 탈모증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라지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형 탈모반이 2개 이상 나타나거나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졌을 때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원형 탈모증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부신피질호르몬제제를 탈모 부위에 주사하는 것이다. 탈모 부위에는 면역작용을 하는 T림프구가 증가돼 있는데, 부신피질호르몬 성분은 T림프구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염증을 억제하면서 모낭의 파괴를 막아 탈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한다.

    또 다른 치료법으로 면역치료가 있는데, 탈모 부위에 면역물질인 디펜시프론(DPCP)을 바르거나 건선·백반증 치료에 쓰는 전신 광화학요법을 시도한다. 전신 광화학치료요법은 몸에 자외선을 쬐는 것이다.

    PART 3_ 탈모와의 전쟁, 빠를수록 좋다

    먹는 탈모증 치료제 ‘프로페시아’.

    2001년 캐나다 밴쿠버 종합병원의 하비 루이 박사팀은 DPCP 면역요법이 원형 탈모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피부과 분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DPCP 면역요법 치료를 받은 원형 탈모증 환자 148명의 대다수에서는 미용상 문제점이 개선됐다. 특히 원형 탈모증 초기 환자들에게서 완치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원형 탈모증을 치료하면 대부분 3개월 정도 지나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는데, 6개월 정도 더 지나면 머리털 굵기가 굵어지고 색깔도 짙어져 자연스러운 상태가 된다. 원형 탈모증의 원인인 스트레스가 극심한 경우엔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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