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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의 창의력을 깨워라

우리 옆에 ‘100% 악인’은 없다

  •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cafe.daum.net/hurrah2

우리 옆에 ‘100% 악인’은 없다

우리 옆에 ‘100% 악인’은 없다

미국인들이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조승희 추모석 앞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선진 민주국가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한국과 토고전의 월드컵 응원전이 끝난 상암 축구경기장에서 관중이 쓰레기를 줍던 사진이 기억난다. 질서의식을 보여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우리에게는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지만 ‘악한 인간’을 대하는 우리 의식에는 그런 면이 부족하다. 악한 인간이 저지른 부정적 결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악한 인간’을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악인이 저지른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 집행이 필요하지만 그 결과를 일으키게 한 과정만큼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이 한 사회에서 갖는 ‘책임의식’도 그중 하나다. 이는 특히 충격적인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 다음 글을 보자.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참극이 발생한 지 7일째인 22일 이 대학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헌화대에는 일요일을 맞아 꽃과 양초를 든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자 1명에 1개씩 추모석 33개가 마련됐다. 특히 왼쪽에서 네 번째 추모석은 범인 조승희의 것.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넋을 위로하려는 대학 커뮤니티의 노력이 엿보였다. … 조승희의 추모석에는 ‘바버라’ ‘로라’ 등의 이름이 적힌 추모의 글 4, 5개가 눈에 띄었다. 종이에 손으로 쓴 글에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오히려 가슴이 아파 온다’거나 ‘너를 향한 분노가 용서로 변하기를’ 같은 용서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동아일보, 김승련 특파원

얼마 전 우리는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참극에 경악했다. 그러면서 미국인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동했다. ‘조승희도 피해자며 희생자’라는 미국인들의 의식은 흑백논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줬다. 일반적인 관점이라면 조승희는 ‘영원한 악인’이 돼야 한다. 그러나 조승희가 그동안 간직했던 정신적 아픔을 공유하려는 미국인들의 추모는 차원 높은 시민의식의 표현이었다. 즉 ‘조승희 총격 사건’에서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이른바 미국인들의 창의적 관점의 결과다.

통합논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식적 관점을 넘어 창의적 관점이 보일 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역사적 인물 등을 평가할 때는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에도 집중하도록 한다. 우리의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악인들’도 과정에 주목해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책임 공유’를 잣대로 악인을 분석한다면 우리 또한 개인적,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느낄 것이다. 물론 결과가 판단의 중심은 되겠지만, 과정과 결과를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동안 각 나라에 대한 평가는 경제력, 군사력 등이 기준이 돼왔다. 이는 오늘날 상식이 된 관점이다. 그러나 각 나라를 시민의 ‘사회적 책임의식’이란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어떨까? 어떤 사건에 대해 시민의 ‘책임 공유 의식’이 높다면 사회와 개인 간의 관계를 올바로 인식한 결과로 봐도 무리가 없다. 한마디로, 시민 자신의 소임을 사회적으로 증대하는 책임 공유 인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선진국형 시민의식이다.

창의적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우리 옆에 ‘100% 악인’은 없다. ‘영원한 악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 결과로 보면 악인이라 해도, 그 과정에서만큼은 ‘개인과 사회’가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여러 부정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과연 우리에게 개인적, 사회적 책임은 없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수험생들이 사회적 사건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신문이나 시사주간지의 여러 사건을 과정 중심으로 검토해본다. 즉 사건의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그 원인, 동기가 내재된 과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개인과 사회의 책임론을 사건에 개입시켜 과정과 결과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남이 보지 못하는 사건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주간동아 588호 (p93~93)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cafe.daum.net/hurra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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